아침부터 문자가 울리고, 함께 일하는 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안 일이 생겨서 출근할 수 없다는 얘기와 몸이 아파서 출근할 수 없다는 문자였다. 한 달에 절반 정도를 이런 식의 문자와 전화를 받다 보니 짜증도 나고 으레 ‘또 결근하려고 핑계대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7월 급여가 지급된 후 8월이 시작되어서도 두 명은 결근을 반복했다. 그러다 이내 두 명 모두 그만둔다고 전화가 왔다. 이제 우리 반의 정수는 네 명이 남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공원관리이다. 이전에 내가 하던 일은 군유림을 관리하는 업무였는데, 그때는 혼자서 하는 일이었다. 햇수로 3년, 기간으로 24개월 이상을 일하다 보니 군청에서는 내가 공무직을 시켜달라고 법적인 신청을 할까 우려되어 다른 업무를 시키고 있다. 혼자서 일하던 때에는 요즘처럼 몹시 더운 여름에는 좀 시원한 새벽에 나와서 10시까지 일하고 낮엔 쉬다 저녁에 나와 일을 할 수 있었다. 자유롭게 일할 수가 있었는데, 올해 봄부터 공원관리팀이 생기면서 반원 정수가 7명이 되었다. 산림과 소속 5명과 타부서 지원 2명이 배치되었다. 나는 졸지에 반장이 되었다. 타부서에서 지원 온 2명은 오후 네 시까지 근무하고, 공원의 일반적인 관리를 하고, 산림과 소속 5명은 주로 예초 일을 한다. 주업무가 예초이고 일반적인 공원관리를 부업무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포괄적으로 말이 공원관리지 풀 베고, 수초 베고, 나무도 자른다. 고사지도 제거하고, 쓰레기도 줍고 화장실도 청소한다. 봄과 여름에는 꽃을 식재하고 가을, 겨울이 되면 낙엽도 치운다. 그런데 일의 강도 업무 종류, 작업 시간을 떠나 모두가 최저임금이다. 어떻게 예초기를 메고 하루종일 풀을 베는 사람과 집게 들고 휴지 줍는 사람과 사무실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의 인건비가 같은지 나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건설보통인부 노임단가는 15만 7천 원이고, 제조보통인부 노임단가는 8만 6천 원이다. 그런데 우리 공원관리 업무의 예초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건설 노임 단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제조노임 단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최저 임금이다. 우리 마을에서 마을길을 예초하면 하루 25만 원을 준다. 요즘처럼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대행해주면 그 또한 하루 20~30만 원을 준다. 그러하다 보니 우리 예초 일을 하겠다고 지원해서 근무하면서 마을에서 더 비싸게 일을 주면 하루 결근하고 그 일을 한다. 그게 더 돈이 되니까. 또 일하는 사람들의 최저임금은 같은데, 소속부서가 다른 산림과 노동자와 타부서 노동자의 경우, 간식비와 반장수당이란 게 다르다. 일반적인 공원관리를 하는 타부서 지원자 2명은 4시까지만 근무하면서도 하루 5천 원씩 간식비도 주고 두 명 중의 한 명은 10만 원의 반장수당을 준다. 그런데 더 힘들게 일하고 위험하게 일하고 더 오래 근무하는 예초업무자는 간식비도 없으며 그들 전체를 관리하는 반장인 내겐 반장수당도 없다.
2월에는 나 혼자서 공원관리를 시작하고, 3월이 되면 타부서 지원자 2명을 붙여준다. 6월 무더위와 함께 장마가 기승을 부리면 풀들은 하루에도 몇센티미터씩 자라난다. 부서에서는 5월부터 공고를 내고 예초기 작업할 사람을 모집하지만 지원자가 없다. 몇 차례나 공고를 내고 예초기 작업할 사람을 모집했지만, 최저임금을 지급하다 보니 여간 할 일 없는 사람이 아니면 지원하질 않는다. 너무나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76세 되신 어르신을 채용하기도 했는데, 늘 걱정이 앞섰고 일이 서투르다 보니 효율이 나질 않았다. 결국 한 달 만에 스스로 그만두셨다. 이후에도 몇 번 더 공고를 내고 사람을 구해 봤지만 지원자가 없다. 공원관리 정원이 7명이지만, 한 번도 7명을 채워서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 보니 수만 평에 달하는 공원을 고작 세 명이 예초하고, 한 명이 청소하고 있다.
내가 도시에서 일할 때 노동의 소중함이나 신성함, 노동자로서 긍지를 가지고 살기 위한 노동인권을 수없이 이야기하고 교육도 했지만, 시골에서는 감정은 힘든 일을 기피하고, 노동을 부끄러워했다. 공원관리에 지원했던 한 젊은 친구는 휴지 줍거나 화장실 청소하는 걸 부끄러워했고, 결국 다른 일을 찾아 떠나갔다.
‘세상이 이렇게도 안 바뀌는구나’ 하는 한숨이 나오는 요즘이다. 연일 32도까지 오르는 무더위에 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이종명 시골에서 이것저것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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