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한다

by 센터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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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응원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고3 올라간 처조카에게 “작은 이모부가 우리 민승이 많이 응원한다.”, 고향 친구들에게도 “벗들! 서로의 삶 응원하며 오래오래 만나자” 했다. 친한 회사 후배에게도 “마음으로 응원하네”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투쟁 현장을 찾는 친구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네. 자네를 진심으로 응원하네” 했다. 찬바람 부는 저녁 퇴근길 문득 궁금해졌다. 왜일까? 예전에는 이 말을 그리 자주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난 토요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대학이나 작은 기업에서 청소,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았다.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집단 교섭을 앞둔 노동조합 투쟁 선포대회가 열렸고, 차별과 폭력 없는 좋은 일자리를 위한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이어졌다.


봄은 어김없이 다가오는데, 행사에 참가한 분들이 처한 상황은 차디찬 겨울이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 불안과 정규직과의 무수한 차별, 수많은 갑들에게서 하찮은 일하는 하찮은 사람으로 무시당하는 분들. 그러니 그들 얼굴이 어떻게 환하게 펴질 수 있을까? 전국 각지에서 들려온 차별과 분노의 생생한 증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민중가요 그룹 꽃다지의 새 노래 ‘우리가 원하는 건’을 다함께 힘차게 불렀다.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누가 막을 수도 없어 분노와 희망의 행진을. 우리의 노동과 꿈도 가져갈 순 없다.” 나 또한 마음을 다해 함께 불렀다.


그날 저녁 갈월동에서 세종호텔 노동조합 후원주점도 있었다. 특정한 노동단체에 소속되지 않아 그리 많은 이들을 알진 못했지만 그러면 어떤가.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같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니. 몇 번 만났지만 잘 모르는 분들과도,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분과도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려고 노력했다. 물론 기분 좋게 마신 술이 적당히 도와줘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쩌다 앞에 나가 오래된 유행가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불렀다. 글쓰기모임 식구들이 함께 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서로의 응원이 필요한 거죠”라고 개사해 불렀으면 더 좋았을 것을 싶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연대한다는 것을 생각한 하루였다.



글 |이응덕

문학과 역사에 관심 많은 40대 직장인. 글쓰기를 통해 더불어 사는 ‘나와 우리’를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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