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술 한 잔 하고 싶다!

by 센터 posted Jan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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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희숙 쉼표하나 5기 회원



1997년, 결혼 5년째, 그렇게 어렵다는 IMF가 내게도 직격탄을 던졌다. 남편의 직장은 폐쇄되어 직장을 잃고 집에서 데이트레이딩을 하며 집안에서 경제 활동을 했다. 그해 친구의 권유로 난 다시 직장생활을 하였다. 일은 재미있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슬펐다. 술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날락 한다. 그래서 먹고 싶지만 안 먹는다.


남편은 가정일은 엄마와 나만 하는 일인 것처럼 행동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니 남편의 행동은 변한 것이 없는데 내 생각이 변한 것이다.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면서 짜증이 났다. 둘 다 말이 적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때는 더욱 더 말이 없어졌고 사소한 일에서도 큰 서운함으로 다가왔고 싸움 아닌 싸움이 많아졌다.


그날 지금은 왜, 무엇 때문에 다툼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후 며칠이 지난 후 남편은 화해의 손길을 던졌다. 다섯 살 딸과 세 살 된 아들과 함께 집 근처 조개구이 음식점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따라 나갔다. 그날은 음식점에서 조개구이보다는 술을 그냥 물처럼 먹었다. 아이들도 생각하지 않았고 술을 먹은 후의 몸의 변화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술을 마셨다.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한 기억은 차에서 음식점 주인아저씨와 남편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아이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는 기억 밖에, 다른 기억들은 없다.


아파트 입구에서 어떻게 걸어서 그 당시 3층인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많은 얘기를 울면서 한 것 같은데···. 집에서 뭘 했는지 모른다. 잊고 싶은 기억이라서 남편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 후로 다른 변화도 없고 일상적인 하루를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서 IMF를 각자의 방법으로 현명하게 넘겼듯이 나도 열심히 살았다. 화려한 색은 아니지만 나만의 색으로 삶을 살아왔고 살아간다. 마음만은 더 화려한 무지개 색을 꿈꾸며···. 그 이후 아직도 술은 나와 친하지는 않다. 늘 쓰고 맛없는 음식 중 한 가지다. 그러나 요즘은 가끔, 아니 자주 힘든 계절을 함께 넘긴 가족, 남편, 딸, 아들과 맛있는 술 한 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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