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맛
나주 촌놈과
소주를 나누며
아들 대학 입시 걱정하는 그와
밤늦게 알바하는 아들 얘기하며
살짝 데친 피조개를 기다린다
청와대 앞 요즘 뜬다는 서촌에서
뚝뚝 핏빛 피조개
씹히는 속살은 물컹한듯 쫄깃하다
중학생 때 광주로 형님과 유학 온
핏빛 항쟁을 몸으로 경험했던 촌놈은
오십줄에 맛으로 그 시절을 기린다
조개 속살 벗겨내고
껍질에 남겨진 물빛은
어쩜 저리도 지독한 붉은 빛일까
치욕은 견디는 게 아니라
분노하는 것일까
세상은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바꾸는 것일까
청와대 앞 서촌 피조개
반란의 붉은 빛이다
글 | 김경자
봄의 푸른 빛을 닮고 싶은 민주노총을 사랑하는 행복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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