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쉼표하나 회원
먼지가 쌓인 사과 박스가 열립니다
20년 아니 30년의 하루가 살아납니다
가장 젊었을 당신들이
치열했을 당신들이
누구보다 빛났을 당신들이
비굴했을 당신들이
사료 가치 의미 있는 자료를 골라봐
스크랩한 신문, 펜으로 눌러쓴 명부
타자기로 쳐낸 강령, 노끈으로 묶은 소송
나타나는 손 팔 다리 얼굴 이름
비좁은 사무실 구석으로
한 해 한 해 이겨낸 시간
이제야 세상에 나오는데
먹잇감을 찾겠다는 매서운 독수리
문구 하나하나 읽어낸다면
거친 삶들의 심장을 파낼 수 있을까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보관 분쇄 파기
2시간 동안 박스는 토해냈고
보관되거나 분쇄하거나 버려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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