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량리 산 중턱
빈집을 지키는 개 한 마리
목줄에 매여 있다
지난밤, 흩날렸던 참나무 이파리를
잡초 무성한 마당에 던지며
비가 지나간 것인지
머리 젖은 개가 무너진 마루 밑에 엎드려있다
툇마루 삭아 귀퉁이마다 내려앉았고
가르랑거렸던 안방
바람벽은
흙이 털린 지 오래
햇살도 비껴간 곳
사그랑이 된 바구니는 굴러다니고
기스락물이 깍짓동에 떨어지고
잔잔해진 바람을 등지고
노루잠을 자던 개가 눈을 뜬다
돌담에 앉았던 산 그림자가
매가리 없이 컹컹 짖는 개 소리에 놀라
후딱 지나간다
밥그릇에 고인 물이
바람에 쓸려가는 것이 쓸쓸해서
개는, 그렇게라도 짖어보는 것이다
박경희 시인
2001년 시안 신인상 수상, 제3회 조영관 창작기금 수혜.
시집 《벚꽃 문신》,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동시집 《도둑괭이 앞발 권법》, 산문집 《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쌀 씻어서 밥 짓거라 했더니》, 《차라리 돈을 달랑께》가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9 | 50년의 판타지 | 센터 | 2016.12.27 | 1302 |
58 | 건너지 못하는 인사 | 센터 | 2021.04.26 | 166 |
57 | 공범 | 센터 | 2021.08.25 | 93 |
56 | 공장 | 센터 | 2020.01.02 | 906 |
55 | 공장 빙하기 | 센터 | 2017.08.28 | 1413 |
54 | 굴뚝 | 센터 | 2018.04.26 | 1615 |
» | 그렇게라도 짖어보는 것이다 | 센터 | 2022.08.29 | 37 |
52 | 그리고 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 센터 | 2016.03.14 | 1747 |
51 | 근로하는 엄마 노동하는 삼촌 | 센터 | 2019.10.30 | 830 |
50 | 낮게 허밍으로 | 센터 | 2023.12.01 | 19 |
49 | 너무 늦지 않기로 해요 | 센터 | 2020.02.27 | 815 |
48 | 당신의 유통기간은 언제까지입니까? | 센터 | 2017.10.30 | 1334 |
47 | 뒷맛 | 센터 | 2022.02.24 | 59 |
46 | 레이어 | 센터 | 2023.09.11 | 43 |
45 | 리어카를 구원하라 | 센터 | 2021.12.23 | 92 |
44 | 리어카의 무게 | 센터 | 2016.04.28 | 1630 |
43 | 마네킹의 오장육부 | 센터 | 2017.07.03 | 1493 |
42 | 말의 힘 | 센터 | 2020.08.24 | 477 |
41 | 밀양 | 센터 | 2014.04.23 | 1837 |
40 | 바닥은 쉽사리 바닥을 놓아주지 않는다 | 센터 | 2016.08.24 | 1696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