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씩 익힌 규칙이
어느 날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내가 되었을 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뭉개졌어야 했어
뭉개진 것이 나인지 세상인지 구별할 수 없어서
하천을 따라 한강에 가듯이
한강에 도착해서 노을이 질 때까지
강물을 접는 리버 한을 부르듯이
내가 나에게 당신 언제 왔어?
힘이 빠진 인사를 건네듯이
봄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지만
봄이 도착해서 펼쳐놓고 있는 꽃들이
이름을 떨어뜨리며 시들어갈 때까지
봄은 온다
하지만 헤어질 때 하는 인사에는
이별이 스며들지 않는다
이상해 달라진 게 없는데
어느 날 너무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두려움과 공포
반복이 되면 두려움과 공포는 사라진 것 같기도 해
내가 꿈꾸던 생활이 너무 시시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아
나 아마도 시시하게 살다 죽을 것 같아
너는 잘 지내고 있니? 내가 나에게 건넨 인사가 되돌아올까
급하게 다시 걷기 시작했어
안주철 시인
200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불안할 때만 나는 살아 있다》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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