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이 시인
두통 없는 하루가 지나가요
멀미 나지 않는 하루가 저물어요
몸살 없이 무사한 오늘이에요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라 믿었어요
오늘이 지나도 내일은 아니었어요
오늘 하루만큼 죽어간 나의 오늘이었어요
나를 죽이면서 날름 삼킨 오늘이에요
농담이라고 하니 몸살이 났어요
별것도 아닌데 예민해서 더 예민해졌어요
오늘이 잘릴까 봐 두려웠어요
나 없는 나의 하루하루 일상이에요
야금야금 파먹는 미세먼지처럼 달라붙었어요
억누르고 침묵했던 오늘이 길이 되었어요
냄새 난다고 버리지 못하게 한 생리대를 다시 가방에 쌌어요
거식과 폭식이 앞뒤로 치고받으며 슬픔을 외면해요
수행하듯 삭였던 침묵은 진짜 인형이 되었어요
오늘이 쌓은 그 인형의 길을 소리 없이 뒤따르고 있어요
그래요 중독된 날들이에요
나를 찾아오는 기억이 너무 늦지 않기로 해요
나는 지하방 너머 어슴푸레한 달빛처럼 희미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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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이 시인_2002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반성하다 그만둔 날》,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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