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보다 알바생

by 센터 posted Jan 02,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아빠는 가끔 야채곱창을 포장해오기도 했다
아빠는 가끔 나를 곱창집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곱창집 사장님은 아주 멋진 어른이었다
곱창도 정말 잘 구워줬고 서비스로 사이다도 줬다
교복이 예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사장님은 아주 친절했으므로 
사장님은 아주 상냥했으므로 
사장님은 교복 입은 나를 아주 칭찬했으므로 
나의 첫 곱창집 서빙 알바는 슬프지 않았다

사장님은 손님 자리 못 찾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은 주문 못 받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은 ‘애가 멍청해가지고’라고 나의 교복을 무시했다
사장님은 ‘어서오세요’를 큰소리로 안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은 죽을 만큼 아파 잠깐 앉아있던 나의 생리통을 무시했다

나는 그대로 나인데 손님이 아닌 알바생이 되었을 뿐인데
사장님은 잘려나가는 곱창처럼 내 슬픔을 뭉텅뭉텅 잘랐다

실업자가 된 아빠는 다시 취직하면 곱창집에 가자고 했다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지 내가 곱창집 알바생이라는 것을

아빠 이제 곱창은 절대 먹지 않을 거야



유현아.jpg
유현아 시인
2006년 제15회 전태일문학상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이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 50년의 판타지 센터 2016.12.27 1302
58 건너지 못하는 인사 file 센터 2021.04.26 166
57 공범 file 센터 2021.08.25 93
56 공장 file 센터 2020.01.02 906
55 공장 빙하기 센터 2017.08.28 1413
54 굴뚝 file 센터 2018.04.26 1615
53 그렇게라도 짖어보는 것이다 file 센터 2022.08.29 37
52 그리고 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file 센터 2016.03.14 1747
51 근로하는 엄마 노동하는 삼촌 file 센터 2019.10.30 830
50 낮게 허밍으로 file 센터 2023.12.01 19
49 너무 늦지 않기로 해요 센터 2020.02.27 815
48 당신의 유통기간은 언제까지입니까? file 센터 2017.10.30 1334
47 뒷맛 file 센터 2022.02.24 59
46 레이어 file 센터 2023.09.11 43
45 리어카를 구원하라 file 센터 2021.12.23 92
44 리어카의 무게 file 센터 2016.04.28 1630
43 마네킹의 오장육부 file 센터 2017.07.03 1493
42 말의 힘 file 센터 2020.08.24 477
41 밀양 file 센터 2014.04.23 1837
40 바닥은 쉽사리 바닥을 놓아주지 않는다 file 센터 2016.08.24 169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