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네
공장 정문에다 심어야겠네
공장이 화석이 되어 지구 곳곳에서 발견될 때
새파랗게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여기가 공장이 있던 자리라고 유일하게 증명해줄
은행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네
이 빙하기(氷河期)를 견디고 견뎌
지구의 역사가 되는
버림받은 노동자들 가슴을 심어야겠네
은행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네
공장 정문에다 심어야겠네
표성배 시인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 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계라도 따뜻하게》, 《기찬 날》, 《은근히 즐거운》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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