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무리가 폭풍처럼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저 무리 속에 깃발을 흔드는 꿈
저 무리 속에서 팔뚝을 치켜드는 꿈
시새움의 눈빛이 아니라,
부러움의 눈빛이 아니라,
저들의 구호가 언젠가 우리들의 구호가 되고
저들의 파업 선언이
실업자들에게도 희망의 선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6030의 꿈,
그 꿈의 현실마저도 여섯 시간으로 꺾이고,
다섯 시간으로 꺾이고,
10원짜리 동전 만 개로 내동댕이쳐지는 청춘의 꿈
꺾여진 청춘의 꿈이다.
한때의 무리가 폭풍처럼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거리를 지나면서 가게 안으로 던져 넣어주는 전단지
가슴 뭉클하게 와 닿지 않는 낡은 구호들
감동으로 와 닿지 않는 저 낡은 구호들.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이편과 저편,
새벽 3시까지 마감을 치고,
손님들이 토해낸 화장실 청소까지 끝내놓고
편의점 앞에서 5천 원짜리 말라버린 족발 씹으며
소주 몇 잔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청춘들도 있으니,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버린
울타리를 하나 사이에 두고, 갈라져 버린
새벽과 밤을 가르는 사이
무능과 자괴감으로 무너져 내리는 청춘도 있으니,
그 차가운 손을 잡아야 한다.
그 꺾인 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4월의 꽃피는 봄,
7월의 불타는 거리에서
그 여윈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손에서 공구를 내려놓는 순간,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늙은 노동자 앞에
불쑥 전도지를 내밀며,
“불신지옥, 예수천당!”
그 미친 예수쟁이의 목쉰 소리가 들린다.
대열의 후미에서 생수병에 소주를 넣어 마시고
힘겹게 따라가는 늙은 노동자를 보라.
그 움푹 패인 불안한 하루를…….
-------------------------
조선남 시인
해방글터 동인,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 전태일문학상, 노동해방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희망수첩》, 《때로는 눈물도 희망》을 냈음.
푸른사상 건설노조 활동 이후 마을목수로 현장에서 살아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9 | 50년의 판타지 | 센터 | 2016.12.27 | 1302 |
58 | 건너지 못하는 인사 | 센터 | 2021.04.26 | 166 |
57 | 공범 | 센터 | 2021.08.25 | 93 |
56 | 공장 | 센터 | 2020.01.02 | 906 |
55 | 공장 빙하기 | 센터 | 2017.08.28 | 1413 |
54 | 굴뚝 | 센터 | 2018.04.26 | 1615 |
53 | 그렇게라도 짖어보는 것이다 | 센터 | 2022.08.29 | 37 |
52 | 그리고 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 센터 | 2016.03.14 | 1747 |
51 | 근로하는 엄마 노동하는 삼촌 | 센터 | 2019.10.30 | 830 |
50 | 낮게 허밍으로 | 센터 | 2023.12.01 | 19 |
49 | 너무 늦지 않기로 해요 | 센터 | 2020.02.27 | 815 |
48 | 당신의 유통기간은 언제까지입니까? | 센터 | 2017.10.30 | 1334 |
47 | 뒷맛 | 센터 | 2022.02.24 | 59 |
46 | 레이어 | 센터 | 2023.09.11 | 43 |
45 | 리어카를 구원하라 | 센터 | 2021.12.23 | 92 |
44 | 리어카의 무게 | 센터 | 2016.04.28 | 1630 |
43 | 마네킹의 오장육부 | 센터 | 2017.07.03 | 1493 |
42 | 말의 힘 | 센터 | 2020.08.24 | 477 |
41 | 밀양 | 센터 | 2014.04.23 | 1837 |
40 | 바닥은 쉽사리 바닥을 놓아주지 않는다 | 센터 | 2016.08.24 | 1696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