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쉽사리 바닥을 놓아주지 않는다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깊은 지하 계단
오르내리는 인파들 틈에서
걸레를 든 손
바닥이 가만히
발걸음소리를 새겨듣는다


이젠 바닥에도 정이 드는지
한몸이 되어버린 바닥이
주름을 비춰준다


엎드려 살았던 몸을 닦듯
수없이 바닥이 바닥을 끌어안는다


무릎을 구부릴 때
바닥의 눈과 귀가 숨을 받아낸다


지하철역 바닥을 닦는 늙은 손등 위로
전동차가 덜컹거리며 스쳐간다


이 바닥을 떠나면
올라가는 계단은 없다





정지윤.jpg 

정지윤 | 201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 50년의 판타지 센터 2016.12.27 1302
58 건너지 못하는 인사 file 센터 2021.04.26 166
57 공범 file 센터 2021.08.25 93
56 공장 file 센터 2020.01.02 906
55 공장 빙하기 센터 2017.08.28 1413
54 굴뚝 file 센터 2018.04.26 1615
53 그렇게라도 짖어보는 것이다 file 센터 2022.08.29 37
52 그리고 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file 센터 2016.03.14 1747
51 근로하는 엄마 노동하는 삼촌 file 센터 2019.10.30 830
50 낮게 허밍으로 file 센터 2023.12.01 19
49 너무 늦지 않기로 해요 센터 2020.02.27 815
48 당신의 유통기간은 언제까지입니까? file 센터 2017.10.30 1334
47 뒷맛 file 센터 2022.02.24 59
46 레이어 file 센터 2023.09.11 43
45 리어카를 구원하라 file 센터 2021.12.23 92
44 리어카의 무게 file 센터 2016.04.28 1630
43 마네킹의 오장육부 file 센터 2017.07.03 1493
42 말의 힘 file 센터 2020.08.24 477
41 밀양 file 센터 2014.04.23 1837
» 바닥은 쉽사리 바닥을 놓아주지 않는다 file 센터 2016.08.24 169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