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by 센터 posted Mar 14,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헤어드라이어 소리에 아버지가 깨셨다 출근하니? 뜨거운 바람에 머리카락이 바싹 말랐다 오늘도 늦을 거 같아요 가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나는 반대편 출구로 나와서 골목을 쏘다녔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그런 일 같은 건 늘 바닥을 보는 거나 마찬가지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다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 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 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쩐 일이니? 라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 누런 밥알을 오래 씹었다


최지인.jpg 최지인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 출근길 file 센터 2014.10.21 3147
58 엄지손가락 file 센터 2015.07.24 2268
57 우리는 다 배우다 file 센터 2014.08.18 2166
56 비정규직 노동자, 세월호여! file 센터 2014.07.01 1846
55 밀양 file 센터 2014.04.23 1837
54 부서진 사월 file 센터 2015.10.05 1774
» 그리고 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file 센터 2016.03.14 1747
52 연대 file 센터 2014.03.20 1717
51 생활 file 센터 2014.12.22 1710
50 바닥은 쉽사리 바닥을 놓아주지 않는다 file 센터 2016.08.24 1696
49 알 수 없는 것들 file 센터 2015.03.03 1677
48 보호는 좋은 것입니까? 센터 2016.06.30 1664
47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이편과 저편 센터 2016.10.31 1663
46 리어카의 무게 file 센터 2016.04.28 1630
45 시작 file 센터 2018.12.26 1618
44 굴뚝 file 센터 2018.04.26 1615
43 역사는 당신의 개인수첩이 아니다 file 센터 2015.12.07 1589
42 천국의 경비원 file 센터 2017.04.27 1562
41 빛의 탄생 file 센터 2019.04.29 1562
40 제주 예멘 file 센터 2019.02.25 152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