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by 센터 posted Mar 20,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영도 크레인.jpg

 

 

땀내가 유난히 시큼했다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른 2011년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꽃 한 송이 말라가고 있었다 태풍이 불어 휘청거리는 크레인 위에서 꽃은 제 몸을 뜯어먹고 몹시도 흔들려 낙화 직전이었다 꽃잎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줄기는 말라비틀어질 무렵 난쟁이꽃들이 꽃잎을 떼어 엮은 다리를 타고 꽃은 현세로 내려왔다 형형색색 수천 송이 난쟁이꽃들이 물을 주고 그늘을 만들고 목숨을 나누었다 다시 꽃봉오리가 쑤욱 올라왔다 찬란하게 삶을 태우고 물들어가는 꽃 한 송이보다 작은 난쟁이꽃들이 모여 거대한 꽃밭을 이루었다 나비도 벌들도 날아들었다 흙으로 강으로 스며들어 더 척박한 곳에 뿌리를 뻗고 또 다른 꽃을 피울,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작은 난쟁이꽃들의 반란 찰나에 낙원이 지나가신다

 

글|시인 김사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 흘역吃逆 file 센터 2021.02.26 188
58 환희 file 센터 2018.02.28 1373
57 해고 file 센터 2020.04.29 721
56 폭설 file 센터 2018.07.02 1459
55 평화야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file 센터 2023.04.27 31
54 통화기록 file 센터 2022.10.31 40
53 출근길 file 센터 2014.10.21 3147
52 초심 file 센터 2022.06.27 53
51 천국의 경비원 file 센터 2017.04.27 1562
50 짐승의 시간 file 센터 2022.04.25 48
49 주름의 노래 file 센터 2021.10.27 89
48 조리사는 계속 모집되고 file 센터 2023.02.27 51
47 제주 예멘 file 센터 2019.02.25 1520
46 적벽에서 file 센터 2018.11.01 1374
45 일몰의 기억 file 센터 2018.08.28 1449
44 이상한 집* file 센터 2016.01.26 1505
43 이사 理事 file 센터 2024.03.14 19
42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이편과 저편 센터 2016.10.31 1663
41 우리는 다 배우다 file 센터 2014.08.18 2166
40 우기의 나라 file 센터 2020.10.22 36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