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주점 후기2_'쉼표하나' 자랑

by 센터 posted Aug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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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경식 쉼표하나 회원


혹시나 책잡힐까 ‘팔불출’의 뜻을 알아봤더니 자기 자랑,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 선조와 아비 자랑, 형제 자랑, 선배 자랑, 고장 자랑이란다. 왜 여덟 가지가 아니고 일곱 가진고 하니 그나마 하나가 모자라 팔불출이라는 해학이 정겹다. 허물이 아니라니 대놓고 친구들 자랑이나 해야겠다. 길게는 이 년에서 짧게는 일 년 남짓, 한 달에 한 번 씩 만나 써온 글을 서로 얘기 하고 같이 술 마시는 ‘쉼표하나’친구들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주최하는 문예강좌 수료생들…. 각자 다른 삶터에서 생활하다가 별 이해관계랄 것도 없이 만난 친구들이지만 어느덧 참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나야 솔직히 글쓰기에 큰 무게를 두기보다는 사는 환경이 워낙 고단해서 머리나 식힐 요량으로 같이 하게 된 처지라 글쓰기 숙제도 아주 욕먹지 않을 만큼만 띄엄띄엄 해왔다. 세상이 아주 아사리판으로 돌아가는 시절에 이 친구들을 만나서 글판이든 술판이든 한판 왁자그르르 놀고 나면 청량한 여운이 제법 남는다.
지지난 금요일(7월 18일)에는 센터 후원주점이 있었는데 ‘쉼표하나’친구들이 그야말로 손발 걷어붙이고 자원봉사를 해주었다. 월차까지 내고 온 친구들…,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맵시 있게 가위질한 오징어를 시종 구워 대서 온 몸이 꼬릿꼬릿해진 응덕, 외모에 자신 있어서 홀 써빙을 담당한 은규, 주점 기획부터 섬세한 참견과 전등 설치와 테이블과 빈병 정리 등 손길 잘 닿지 않는 곳까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한 만능 일꾼 상선, 들통 수급부터 주방에서 닭 담기와 설거지에 닭튀김까지 거의 탈진이 되도록 애쓴 재형, 빈병 정리와 홀 써빙과 어묵담기 중에서 뭘 주로 했는지 가늠은 안 되지만 열심히 일한 현하, 홀을 담당하다가 주방으로 진출하여 닭튀김 신공을 보여준 기범, 마치 바람처럼 홀을 누비던 한량 담당 현종, 함께 못한 친구들은 아쉬움과 미안함을 전했고….

7시는 되어야 손님이 붐빌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주점은 4시 시작부터 성황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동파육은 출시 2시간 만에 매진되어 뒤늦게 달려온 미식가들을 아쉽게 했다. 주방에서 투혼을 쏟고 있던 사이사이 투쟁사업장 동지들의 힘찬 건배사가 들려왔고, 또 그 사이로 들어봤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내 나이가 어때서~ 데모하기 딱 좋은 나인데~’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흥건히 젖어드는 밀양 할머니들, 땀인 척 눈가를 훔쳐야 했다.

‘3번 테이블에서 항의가 들어왔어, 오징어가 다리가 아홉 개라고괴물의 변희봉 버전으로 농담을 했는데 응덕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밀려드는 손님에 몰려 나가는 손님은 없고, 어느 테이블에 나간 접시에는 닭다리가 한 개라 그러고, 닭다리가 세 개라 그러는 데는 없고, 왁자지껄한 공간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마무리가 되고 쉼표하나친구들 모두 꼼꼼한 뒷정리까지.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일이 끝났다. 센터 식구들의 노고에 비하겠냐만 여기선 쉼표하나친구들 위주로 장면을 옮겼다. 준비부터 티켓 판매, 당일 행사에 초반부터 끝까지 테이블을 종횡무진 누비며 접대술을 나누고 이후 네 시까지 이어진 뒤풀이에서 마침내 강행군의 종지부를 찍은 이남신 소장은 장렬히 전사하는 줄 알았다. 제발 몸 좀 보살피시라!

시절이 어지러울 때 의인도 드러나는 법, 권력과 자본은 꼭대기부터 썩어 민심도 따라 흉흉해져도 이런 친구들이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 나는 행사에 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타적인 인류의 존재를 확인했다. 하긴 대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 예배당도 오로지 신앙만으로 다니는 건 아닐지도 몰라. 거긴 교회오빠와 교회동생도 있지. 어쨌든 이 행사로 우리 친구들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4기 문예강좌 후배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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