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주점 후기1_새 출발선에서 다시 희망을 확인한 시간

by 센터 posted Aug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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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남신 센터 소장·이사



성황리에 끝난 주점
고심 끝에 결행한 후원주점이 성황리에 끝났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술판을 벌이는 게 맞나 정말 생각이 많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동지들이 이해해 주시겠거니 조심스럽게 준비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성원해 주셔서 좀 놀랐다. 돌아보니 참 고마운 분들이 많다. 자기 일처럼 앞 다투어 후원 티켓을 팔아준 여러 분들(빠트린 분들이 서운해할까봐 일일이 거명하진 않으련다. 다만 정말 센터 상근자처럼 열성적으로 추가까지 하면서 꽤 많은 티켓을 팔고 입금 여부까지 일일이 확인해준 희망연대노조 박재범 정책국장님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이택주 기획실장님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과 후원주점을 널리 알린 분들까지 감사 인사드려야 할 분들이 차고 넘친다. 희망연대노조는 대거 티켓 600장을 가져가 전량 소화해 깜짝 놀랐다. 전면전에 돌입해 장기간 노숙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동지들을 떠올리면 죄송하고 정말 고마움이 울컥 솟구친다. 센터와 사촌 형제처럼 돈독한 매일노동뉴스는 티켓 판매는 물론 후원광고와 함께 기사 게재를 통해 주점 홍보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금속노조와 금융노조 등 양대노총의 대부분 산별 노조와 연맹들도 도움을 주셨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진보정당들 및 진보정당 소속 국회의원들, 그리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께서도 힘 보태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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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머니들과 감사한 분들
당일 세 분의 밀양 할머니들께서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노구에 오랜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으로 지치셨을 법 한데 낭랑하고 박력 있게 이제 유명해진 〈내 나이가 어때서〉 노가바를 열창해 주셨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고 힘 받았다. 한동안 밀양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내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현장 연대의 소중한 의미를 새롭게 느낀 시간이었다. 사실 당일 따로 준비한 공연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케이블방송 비정규직과 삼성전자서비스 동지들 발언, 현장에서 의기투합한 류하경 변호사와 나의 깜짝 듀엣 공연 정도는 할 계획이었는데 워낙 사람이 많은데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두 취소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밀양 할머니들 공연이 유일한 프로그램이 됐다.
바쁜 가운데 찾아준 많은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케이블방송비정규-티브로드-다산콜센터 지부와 삼성전자서비스, 기륭전자, 재택위탁집배원,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전국회계직연합본부 등 투쟁하는 현장의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없는 영등포 만들기 공동행동과 케이블방송통신 공동대책위원회 동지들, 주봉희 부위원장님과 이병균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양대노총의 동지들, 서울동부/서부비정규센터를 비롯한 지역노동단체 및 민중사회단체 동지들, 적지 않은 개인 후원과 함께 자원봉사단 조직과 티켓 판매까지 두루 챙겨주신 조돈문 대표님과 단병호 위원장님을 비롯한 센터 이사진들과 역대 소장인 박승흡-조진원-김성희 전 소장님들을 비롯한 센터 OB들(특히 멀리 합천에서 일부러 올라온 임임분 동지), 센터 이사를 역임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님, 그리고 임정현 선생님을 필두로 한 이소선 합창단 동지들과 윤효원 선생님을 비롯한 노동영어수업반 동지들, 늘 든든한 대학 친구들 및 선후배님들과 노동자 품 강사 훈련 동기들, 제 고향과 다름없는 이랜드노조 식구들 등등 워낙 많이 오셨고 기억조차 가물거려 이름을 제대로 떠올릴 수도 없는 모든 분들께 뜨거운 맘으로 감사드린다. 한 분 한 분 떠올릴 때마다 센터가 정말 제 역할을 잘 해야겠다고 마음가짐을 다잡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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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생한 사람들
센터 상근자들과 함께 자원봉사로 나서서 하루 종일 쌔빠지게 고생했던 글쓰기모임 이응덕 회장님과 류재형, 이상선, 김현하, 이기범, 박은규 회원님을 비롯한 쉼표하나 동지들과 가톨릭대 학생들, 그리고 이윤아 대표님과 이수미 전 사무국장님, 남우근 정책위원, 정승균 전 정책부장, 양성순 씨, 최혜인 정책부장의 친구들(김우람, 김종운, 정새봄 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 특히 주방장을 맡아 메뉴를 미리 준비하고 찜통 같은 주방에서 가장 많은 땀을 흘린 유용현 동지와 강경식 동지에게 큰절 올린다. 일부러 홍어 삼합까지 준비해 와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나눠준 화영이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노란뱃지 판매 대금을 후원한 우혁이와 정현이 등 정성을 모아준 대학친구들에게도 참 고맙다. 그리고 후원주점 장소인 ‘슘’의 친절한 사장님과 당일 주방 일을 거들었던 아주머님(주 메뉴인 동파육이 빨리 동나 주문이 밀린 치킨을 튀기느라 너무 힘들어 울음을 터트리고만)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후원주점이 제대로 성사되고 끝마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당일 경황이 없어 잘 챙기지 못하고 일일이 감사인사 못 드려 죄송한 마음 크다. 특히 오신다고 연락 주셨다가 2층 이동이 어려워 오시지 못한 노들장애인야학 동지들을 비롯한 장애인 동지들께 정말 죄송하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부족해 부끄럽다. 다음에 이런 자리를 마련할 때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꼭 오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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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단체의 생존권 투쟁
3년 만에 연 이번 후원주점은 우리 센터 같은 노동단체 입장에선 절박한 생존권 투쟁이다. 솔직히 최저임금을 갓 웃도는 저임금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애태워야 하는 일이 일상이다. 비정규직 운동 전선에서 싸우다 죽고 해고당하고 다치고 갖은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사라져 간 수많은 동지들을 떠올리면 한가한 푸념이나 투정일 수 있겠지만, 노동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소장으로선 어깨가 늘 짓눌린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한 갖가지 사업과 투쟁 지원과 연대로 바쁘게 발품을 팔았지만 정작 자신의 발밑은 잘 돌아보지 못해 늘 곤궁했다. 그런 상태가 제 옷처럼 자연스러워졌지만 상근 활동가들의 급여와 여러 복지가 열악하다 보니 미안한 마음에 일을 채근하기도 어려웠다. 생활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면서 센터 실상을 돌아보면 헛웃음이 나오곤 했다.
집에 가져다주는 돈은 포기하고 집에서 가져다쓰는 돈을 최대한 줄이려고 애쓰는 게 목표가 된 시간이 벌써 6년째다. 먹고사는 데 신경을 뺏기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을 내오기 어렵다. 실제로 열악한 저임금과 복지 때문에 어려움을 겪거나 떠나는 경우도 생긴다. 장기간 센터와 한 몸이 돼 보람 있고 헌신적으로 일할 미래상 정립과 일상적으로 활력 있는 사무실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상근자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그러려니 피차 이해하고 넘어왔지만 그게 정상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궁하면 통한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후원주점의 성과로 올해는 간신히 체불임금은 발생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여전히 센터의 지속가능한 생존 전략과 조직 발전 전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여전히 맘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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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후원회원 확대가 관건
알다시피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간 노동단체의 생존을 담보할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도는 후원회원 확대다. 회원수가 1만 4천 명을 넘어섰다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얘기를 들으면 다른 세상 같다. 노동이 중요하고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정 이견 없이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을 얻은 대표적인 노동 의제인데도 센터의 처지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후원회원이 좀 확대되긴 했지만 500여 명 수준이다. 노동단체의 궁박한 현실은 당연히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 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회원들께서 정말 한 사람씩만이라도 회원 확대를 실행해준다면 회원 조직으로 변신하려 하고 있는 센터의 역사가 바뀔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딱 맞다. 기업과 정부 후원은 애초부터 받을 생각도 없었고, 지금도 변치 않는 원칙으로 간직하며 순수 민간 후원 노동단체로 옹고집부리며 여기까지 달려온 센터의 뚝심이 못난 결과로 귀결되지 않도록 벽돌 한 장씩 놓아주시면 고맙겠다. 센터라는 집은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으로 지어져야 반듯해지기 때문이다.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해
이번에 아내와 여동생들, 처제까지 내 등쌀에 후원에 동참했는데, 센터가 그래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민망하게 실감하는 개인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과 동지들의 성원이 있기에 일할 맛이 난다. 센터가 제 몫을 더욱 잘 하는 것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연대 한마당이 됐던 후원주점을 떠올리면서 지금도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계신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악랄한 원청 자본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희망연대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기륭전자분회를 비롯한 비정규 노동자들에 비하면 센터와 내가 당면한 어려움이야 별거 아니란 위안도 받는다.
후원주점 다음날에 내일이면 담배 살 돈조차 없다면서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한 사람이 또 자살했다. 한국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담한 처지는 아직도 암울하다. 노숙농성 투쟁 중이던 케이블방송 비정규노조 조합원 한 사람이 심장부정맥으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 다행히 현재 차도가 좋아져 말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보면서 투쟁하는 동지들의 따뜻하고 선한 기운이 전달됐다고 굳게 믿는다. 아무리 힘겹고 절망적인 현실이라도 결국은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 희망이며 지지대임을 다시 절감한다. 최소한 생활이 힘겹다고 자기 목숨을 끊는 일은 없도록 조금씩이라도 뒤틀린 현실을 바로잡아 나가는 끈질긴 노력이 운동이라 여기며, 무엇보다 누군가 힘들다 하소연할 때 손 내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센터가 기여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비정규 문제 개선과 해결이 참으로 요원한 현실이지만, 평등하고 공정한 분배와 노동 존중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밝히는 등불이라 확신하면서,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많은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해 기운 내 본다. 후원주점에서 받은 기운으로 다시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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