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연결이 굴착기를 멈출 때까지

by 센터 posted Nov 02,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역사의 연결이 굴착기를 멈출 때까지

 

민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나의 모습 그대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억압과 착취가 산산이 겹친 일터, 그 바깥으로부터 비교적 보호받을 집이 있기에 우리는 새 하루를 견뎌온 것일 테다. 하지만 돌아와 보니 몸 눕힐 곳은커녕 부서진 시멘트 잔해만 나뒹군다면? 집이 있다고 하나, 언제든지 바깥벽에 군인들의 실탄이 박히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을 든 채 근처를 배회하는 사람과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다면. 이일 모두 현재, 서아시아에 위치한 이스라 엘의 식민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일상 이라는 것을 알 때, 직전의 물음들은 막연한 가정을 뛰어넘어 현 국가 폭력에의 고발문이 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는 분쟁이라는 말 아래 가려지고, 성서가 계시한 옛땅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숭고한 이스라엘인 대 이들을 터무니없이 짓누르는 야만스러운 아랍인 프레임으로도 퍼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이 점령 지배가 시온 주의자들의 식민주의 기획임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서구에 횡행한 반유대주의를 벗어나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던 시기, 시온주의자들은 여러 지역을 검토한 끝에 팔레스타인 지역을 낙점했다. 문제는 그곳이 누가 원한다고 하루아침에 나라를 지을 수 있는 주인 없는 황무지가 아니라, 엄연히 오랜 기간 터전을 지어 살아온 땅이라는 점이다.

 

시온주의자들은 식민자의 언어로 부단히 정당화한 끝에 영국을 등에 업고, 결국 이스라엘을 건국함으로써 최소 80만의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난민으로 내몰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날을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라 부른다.

이스라엘은 1967년 팔레스타인 동예루 살렘, 서안지구, 가자지구 및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군사점령했고, 1980년에는 동예루살렘을, 이듬해에는 골란고원을 불법병합했다. 75년째 이어진 군사 점령하에서 팔레스타인 국내의 경제적 기반은 무참히 무너졌다. 정부와 국민 모두 이스라엘 및 불법 유대인 정착촌에 일자리를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국제노동회의에서 발간된 ILO 사무총장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노동 실태는 여전히 암담하다. 분리장벽과 검문소로 분열시킨 지역간 이동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최근 취업 허가 할당제를 확대한 이스라엘은 19만 명가량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값싼 부품처럼 대한다. 서안지구만 하더라도 4만 명의 노동자들이 허가증 및 제대로 된 서류도 없이 비공식 고용으로서 불안정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때 허가증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경제생활 억제의 유구한 수단인데, 짧은 유효 기간과 노동 가능 인구 대비 턱없이 낮은 비율에만 노동을 허가하기 때문이다. 당장 입에 풀칠할것 없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은 결국 브로커의 손을 빌리고, 이스라엘인 평균 최저임금의 절반을 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브로커들에게 또한 달마다 임금의 14~21%를 지불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년에 떼먹힌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혈만 한화 3,76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스라 엘이나 서안지구 내 불법 유대 정착촌에서 일하여 버는 돈이 팔레스타인 전 지역보다 2.7배 높기에 이들은 속절없이 혹사의 현장으로 투신한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들의 삶을 개선할 만큼의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다. 예산과 필수 서비스 제공, 인프라 개발등은 정체된 지 오래이며, 지금도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불법 정착촌 건설과 확장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점령지에서의 정착은 엄연히 국제법상 전쟁범죄이다. 2016년 유엔 안보리 결의 2334호 또한 이스라엘에 동 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의 모든 정착촌 관련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요구했지만, 20232월까지도 이스라엘 군사정부는 정착촌에 7,000세대 이상의 불법 전초기지 및 주택 건설을 승인하였다.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는 토지 및 주택을 강제로 철거[압류] 중이며, 동시에 그들의 주택 계획 및 허가 신청은 끊임없이 불허해 왔다. 특히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헤브론 남쪽의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 마사페르 야타에서는 약 1,150명의 팔레스타인이 강제 추방당할 위험에 처했고, 이스라엘군의 굴착기가 마을 주요 인프라 시설과 거주지들을 처참하게 쓸어 허문다. 이 과정에서 2022년 들어서부터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군 혹은 서안지구 내 불법 정착촌에 사는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 역시 급증하였다. 한 해 동안 서안지구, 가자지구, 이스라엘 등지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91, 부상자는 10,345명에 달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에만 팔레스타인인 578명이 살해됐으며, 현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대규모로 폭격하고 있어 희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인종 청소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경제생활은 물론 일상을 아우르는 생존권마저 옥죄고 파괴하며 그들의 단념만을 기다린다.

 

photo_2023-10-23_13-59-47.jpg

팔레스타인 가옥을 파괴하고 있는 현대 굴착기 @Jennifer Chiodo

 

침탈 이후 원주민과 불법 정착민 혹은 식민 국민 간 차등을 두어 지배의 손아귀를 더 깊숙이 뻗치는 것. 이는 식민주의의 주요 기제로서,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피식민을 경험하였던 뭇 국가들의 뼈저리고도 공통된 경험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 이다. 한 세기 전인 일제강점기 시기만 하더라도,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의 평균 임금 보다 2배 이상 낮은 급여라도 벌고자 하루 12시간 이상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였다.

 

오랫동안 종로와 중구 일대에서 대를 이어온 조선인들의 집마저 도시 계획안 발표 한 번으로 11,000여 채가 뒤집혀 일본인들의 차지가 된 적도 있었다. 결코 유별난 일이 아니었다그렇기에 HD현대건설기계와 모기업 HD현대는 이 35년의 피점령 역사를 바탕으로 현 아파르트헤이츠에의 관여에 경각 심을 가져야만 한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인권경영실천규정에서 경영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형태의 인권침해도 거부한다고 명시하였으나, 현대의 굴착기는 팔레스타인 가옥 등 공동체 파괴에 수없이 동원된다.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선명하게 현대라 적힌 사진들이 수도 없을 정도이다. 인도 내 HD현대건설기계 공장 인근의 폐쇄 직전인 학교에 지원금을 보태며 대외에 글로벌사회공헌활동이라 과시하지만, 그 뒤에는 하루아침에 학교가 무너져 검문소를 지나 먼 거리의 다른 학교를 다녀야 하는 팔레스타인 아이 들이 존재한다.

 

취임 2주년을 맞은 HD현대 정기선은 과연 자회사의 모순적 행보를 어찌 둘 것인가. HD현대건설기계와 이스라엘 간 공모 관계를 일관한 것인가, 즉시 사업을 중단하고 장비들을 철수시켜 새로운 연대의 방향을 꾀할 것인가? 국제사회와 팔레스타인 민중, 그리고 우리는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에 가담하고 있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의 결정을 끈질기게 지켜볼 것이다.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