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지역일반노조 운동을 기대하며

by 센터 posted Apr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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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헌/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 고문, 센터 이사



2006년 2월에 창립된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이하 일반노협)가 지난 3월 20일 대의원대회를 시작으로 10년 차 활동에 나서고 있다. 2000년 부산지역일반노조부터 치면 16년 차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갈수록 심각해져온 사회양극화와 기업양극화 아래서 수없이 양산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처지가 나락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어느덧 비정규직 투쟁이 노동자 투쟁의 중심이 되었다. 그 성과로 중소영세 비정규직노조 운동도 더디지만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이 노조 운동은 87년 대투쟁으로 전국적으로 나섰던 기업별노조 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적 조건 속에서 시작된 새로운 민주노조 운동이다. 기업과 업종을 넘어 지역을 중심으로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는 지역노조 운동으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단일 업종의 전국 조직으로 출발한 여타 비정규직노조들과 차이는 있지만 일반노조 운동도 IMF 경제위기 이후 새롭게 등장한 민주노조 운동의 하나였다.


지역일반노조 운동,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


지역일반노조 운동은 IMF 경제위기 직후 산별노조 운동이 아직 제대로 서지 못했던 시기에 자본의 일방적 공세로 가장 어려운 처지로 내몰린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소중한 희망이 되었다. 당시 위기에 내몰린 수많은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찾아왔지만 어떤 조직들도 이들을 품어안고 함께 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기업별노조들의 연합으로 갓 출발한 산별노조 운동의 한계였다. 따라서 이들 노동자들 스스로 지역적 단결과 투쟁으로 나서는 것만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2, 3년 사이에 지역일반노조 운동이 전국 각 지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하지만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이러한 역할은 산별노조 운동의 정비와 활성화에 따라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 직가입 노조에 대한 논란으로 본격화된 면은 있지만 지난 2년간 일반노협에서 논의해왔던 일반노조 운동 발전 전망에 대한 고민도 일반노협을 통한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경험 축적에 따른 전국적 단결 투쟁의 필요성과 함께 사회경제적 법제도적 여건 변화로 전체 민주노조 운동이 함께 해야 할 필연적인 고민이었다.

당연히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새로운 전망 수립은 단순히 일반노협 10년을 돌아보기 위한 의례적 사업이나 산별노조 운동에 대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그런 즉자적인 대책 마련이 아니다. 기업 양극화 현실과 복수노조 법제화와 같은 중소영세비정규직 민주노조 운동을 약화시키는 사회적 제약조건을 돌파하고 나아가 민주노총의 직선 지도부 선출과 총파업 추진으로 시작하는 위기에 처한 민주노조 운동 혁신에 실천적으로 앞장서기 위한 지역일반노조 운동 동지들의 역사적이고 진취적인 결의사업이 되어야 한다. 계급적 연대를 축으로 지역적 기반 강화에 주력해온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기조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동시에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국적 단결과 투쟁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민주노총 혁신과제를 완수하고 전체 민주노조 운동의 정치사회적 역할을 크게 높여내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을 중심으로 추구해온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일반노조 운동의 정신을 전국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구현하는 일이다.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변화와 임금 인상 투쟁


먼저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활동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조 운동을 둘러싼 변화된 환경을 살펴보자. 복수노조와 같은 제도의 변화와 최저임금으로 하향 평준화된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현실이 그것이다. 민주노조 지키기 투쟁이든 임금 인상 투쟁이든, 단 한 사람의 조합원이 남더라도 끝까지 싸워서 지켜내고 쟁취한다는 것이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정신이자 활동방식이었다. 실제 많은 지역에서 간부들의 헌신과 조합원들의 단결로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러한 활동방식은 해당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의 유일 대표성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한 방식의 활동은 복수노조의 제도화 이후 더 이상 성공적인 것이 되기 어려워졌다. 지역에서 한 사업장 한 사업장씩 최선을 다해 조직해온 지역일반노조 운동 방식이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서울의 지자체 민간위탁 ‘고려정업’과 부산의 중소사업장 ‘생탁’ 투쟁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굳건한 연대 정신은 더욱 활발하게, 더 크게 살려나가되 조직화 및 교섭 투쟁의 관행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되었다.  

특히 기업 양극화와 중층 하도급화, 공공 부문의 총액임금제 강요 등에 따라 최저임금이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표준임금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민주노조 운동이 역할하기에 따라 그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합류시켜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수많은 중소영세비정규 사업장에서 그동안 받아오던 약간의 상여금과 수당마저 최저임금 인상분으로 돌리면서 이제 더 이상 돌려막을 여분의 임금이 없는 상태가 되면서 법제도적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임금 인상이 어려운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편 정부의 총액임금 강요로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임금 인상이 한계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현실 여건으로 인해 일반노협에서도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구분할 것도 없이 사업장 임금 인상 투쟁은 갈수록 효율성이 떨어져 왔다. 임금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큰 시기는 노조가 만들어져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는 사측의 부당한 임금 착복을 바로잡는 처음 몇 해였다.

여기서 중소영세비정규직 민주노조 운동의 임금 투쟁은 곧바로 모순에 빠져든다. 계급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의 중요성은 더욱 확장되고 있지만 투쟁주체인 조직화되어 있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넘어설수록 사업장 임금 투쟁으로 기울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비록 5, 6월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시기 동안이지만, 한때 수년간 크게 활성화되었던 중소영세비정규직 조직들의 대중적 연대 투쟁이, 주체들의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을 상회하면서 빠르게 연대 투쟁의 기운이 축소되어왔던 민주노총 최저임금 투쟁의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이자 세계적 추세인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맞춰 시급 1만 원 요구를 내건 민주노총 최저임금 투쟁 전선에 조합원들은 앞으로 다시 함께 나서게 될 것이다. 다만 그동안 각 조직이 각개약진으로 활동해온 관성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전국의 수많은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규모 민주노조 운동으로 합류시키는 의미 있는 최저임금 투쟁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투쟁으로 민주노총을 혁신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새겨봐야 할 때이다.


정규직노조,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가야


한편 지역일반노조 운동은 지역 중심의 민주노조 운동이었던 전노협 해산과 민주노총의 16개 산별 재편이 가져온 민주노조 운동의 급격한 지역연대 축소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처럼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 아래 각 지역에서 실천을 통해 꾸준히 제기함으로써 민주노조 운동 내부에 기업과 업종을 넘어서는 계급적 단결의 관점을 목적의식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자임해왔다. 민주노조 운동이 절박한 처지의 수많은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적 단결과 연대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지역일반노조의 현실체험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요 산별노조들이 모두 지역기반 강화에 큰 방점을 두고, 특히 지역 중심의 중소영세비정규직노조 운동 단위 구축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장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혁신도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큰 힘을 받으며 민주노조 운동의 길로 함께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기업별노조 운동의 뿌리가 깊은 대기업 정규직노조 운동이 주도해온 민주노조 운동은 더 이상 참된 산별노조 운동의 주도 세력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었다.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가리지 않고 정규직노조가 함께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같은 노조의 동료 조합원으로 끌어안는 것이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또한 소모적이고 적대적인 조직 경쟁으로 감정의 골을 쌓으면서 민주노총의 전국적 단결 투쟁을 저해하고 있는 지나치게 많은 산별조직들이 난립해있고, 지역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의 구심이 되어야 할 지역 본부가 아무런 자주적 권한 없이 각개약진 산별조직 연합체인 총연맹의 집행기구로 전락해있는 지금과 같은 민주노총으로서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된 희망이 되기 어렵다. 심각한 불균등으로 고통스러운 16개 산별조직을 5, 6개의 균등한 대산별조직으로 재편 전환하고 지역 본부를 산별과 마찬가지로 지역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의 실질적 구심으로 우뚝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 대기업 조합원들의 기업별노조 운동의 낡은 유습도 하루빨리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이러한 혁신과제는 누구보다 그것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당사자인 중소영세비정규직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들이 한 목소리로 서로 손잡고 나설 때 보다 빨리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운동이 더욱 대중적으로 확장되어 전국적 투쟁으로 함께 나설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함께 해나가야 한다. 일반노조 운동의 발전 전망도 전체 민주노조 운동의 이러한 혁신 방향을 실천적으로 앞당기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당장 2015년 일반노협 10년의 마지막 해를 박근혜 정권의 비정규직 확산 정책과 사회양극화에 노동자-서민 살리기 총파업과 시급 1만 원 최저임금 요구로 맞서고자 하는 민주노총의 투쟁에 합류하면서 그동안 각개약진해온 이웃의 비정규직노조들과 함께 하기로 한 지난 3월 20일 대의원대회의 결의는 매우 지당한 것이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훨씬 진취적이고 전국적인 중소영세비정규직 민주노조 운동으로서 새로 시작할 지역일반노조 운동의 또 다른 10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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