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사고, 주된 원인은 간접고용_권영국

by 편집국 posted Apr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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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315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원료(폴리에틸렌) 저장조가 폭발해 그 주변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 15명은 대림산업() 여수공장의 시설물 정비·보수를 하도급(이하 하청’)받은 보수업체 유한기술과 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죽음은 여수 사례 외에도 많다. 일부 사례들만 돌아보자.


200817,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건축공사현장에서 불이나 작업을 하던 노동자 57명 중 40명이 가스에 질식하거나 불에 타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20117,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이마트 탄현점 1층 기계실에서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중 냉매가스 유출로 4명이 질식사 하였다. 이들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었다.


20131월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스크린도어(안전문)을 수리하던 중 노동자 1명이 열차에 치여 숨졌다. 사망한 노동자 역시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201211월부터 20132월 사이에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내에서 선박건조작업 중 중량물에 깔리거나 고공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노동자 3명 또한 모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20131월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공장 불산 누출 사고시 1명의 사망자를 포함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는데, 사망자 역시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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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현실은 대부분의 원청회사들이 인건비 절감과 고용유연성 등을 이유로 생산이나 보수공사 등 주요 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채우고 그 법적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는 대한민국의 맨얼굴이다. 고용관계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적인 고용주(하청업체)와 실질적으로 그 노동력을 사용하는 사용자(원청회사)가 분리되는 간접고용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기업들이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도급, 위탁, 용역, 하청 등의 이름으로 외주화(간접고용화)하고, 그 외주화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을 하청업체 등 외주업체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그 책임을 지는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로 되어 있다(23). 이 때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221호에 따른 근로자’(22), 달리 말하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물론 도급사업 시 원청회사의 하청노동자(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나(29), 하청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아니한 원청회사는 원칙적으로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등 각종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공기단축 등 비용절감과 생산성 증대라는 목표 하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대책 강구는 자신의 주된 업무가 될 수 없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원청회사의 인식은 행정기관의 근로감독에 대비한 서류 갖추기와 하청업체로의 책임 전가, 그리고 사건의 은폐로 대체된다. 이는 대림산업 여수공장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가스나 분진을 다루는 안전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라는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한편, 하청업체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최저가입찰에 참여하고,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의 일부를 쪼개 이윤을 확보하기에 하청업체로부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산업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결국 간접고용 형태의 고용방식은 하청이든 도급이든 용역이든 파견이든 그 명칭에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산업안전에서의 사각지대를 수반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8대 무역규모의 나라이면서도 세계 제1의 산업재해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의 비율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비정규노동자들의 경우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고,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고용불안으로 인해 근로조건 개선요구나 노조조직의 시도는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저임금 장시간노동은 피로도의 증가와 집중도의 저하로 인해 재해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고용불안은 안전에 대한 침묵을 강요받게 된다. 또한 원청회사 정규직과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의 분리현상은 정규직으로 하여금 자기 보존이라는 욕망을 부추겨 정규직 스스로 비정규직의 존재와 차별을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방패막이로 용인하기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전면 정규직화에 대해 견해를 달리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지부의 태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나아가 노동조건을 감독해야 할 행정기관 또한 원청업체와 결탁되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위에서 언급되었던 이마트 탄현점 질식사 사고에서 관할 근로감독관은 금번 중대재해는 발주처에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사항이며, 혹시 이마트 대표자 불구속기소시에는 적극적으로 이마트 책임이 없음을 법적으로 빠져나와야 함이라는 의견을 밝혀 원청회사인 이마트로 하여금 산업재해의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올 것을 안내하고 있을 정도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존과 확산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산업안전에서 차별을 확대시키고, 그 결과 중대재해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의 합법화는 고용시장에서의 분절현상을 가져와 실질적인 사용자의 법적 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고,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초래하여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을 내재화하고, 그 결과 산업안전에서의 인식과 대책에서마저 차별을 초래하여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계속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사고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 발생한 산업안전사고는 단순히 산업안전에 대한 노동부의 일시적인 감독강화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자본의 탐욕을 극대화하기 위한 간접고용이 일상화되고, 비용절감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 노동이 합법화되어 있는 이상 산업안전대책은 불필요한 비용의 증가로 인식되어 그 대책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사용과 고용의 분리를 통해 각종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이상 자본은 통제되지 않는다.

산업재해율 세계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용과 고용을 일치시켜 노동력의 사용과 법적 책임을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이들이 각종 법망과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유인을 제거해야 한다. 사업장 내에서 하청이든 도급이든 위탁이든 그 명칭이 무엇이든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산업안전강국을 위한 출발이 될 것이다.


글 │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 / 센터 이사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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