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않을 5년. 꿈을꾸며, 투쟁하자_최만정

by 편집국 posted Mar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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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선거의례는 간명했다. 낙선자는 패배를 인정한다 했고 당선자는 반대자까지 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최강서라는 노동자는 그 다다음 날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대고 밀어내는 악질 한진자본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절망스러운 절규였다. 그의 장례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치러지지 않고 있다. 이후 도합 여섯 명의 노동자가 비슷한 이유로 목숨을 버렸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해 너무 이른 판단으로 노동자들이 절망한 탓인가. 국민대통합, 대한민국 100%통합을 얘기하고 중산층 70%를 재건하겠다고 제시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노동자들의 절규는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고 있다. 공약사항이었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국정조사는 이미 뒷간을 다녀왔다는 식으로 외면한다. 이명박 정권 임기 말에 추진하고 있는 KTX 등 공기업 민영화나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서도 그녀는 아무 말도 없다. 화물, 건설기계, 학습지 등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도 진전된 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는 고사하고 전교조마저 법외노조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2013년 1월 24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두 명이 송전탑 40미터 고공에서 농성을 벌인지 100일째 되는 오늘. 대법원에서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현대차는 신규채용의 숫자를 조절하며 여전히 노동자를 우롱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관계법이나마 제대로 적용하라고 비정규노동자들이 주장한지 무려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1명의 노동자가 죽었고 2명의 노동자가 분신을 시도했고 20여 명 이상의 노동자가 구속되었으며 수백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고 1,000여 명의 노동자가 징계를 받았다. 이게 바로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현실이다.

 

박근혜가 지명한 총리는 또 법과 원칙을 천명했다. 사기꾼 이명박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이 또 다른 사기였음이 드러나고 이명박근혜가 지명한 헌법재판소장이 비리투성임에도 저들은 철면피처럼 또 법을 얘기하고 있다. 나아가 상황이 바뀌어 저들에게 불리하면 법을 바꾸고 다시 또 법의 이름으로 원칙을 들이미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자들이다. 사내하도급법이 대표적이다. 불법파견으로 판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보호, 차별시정이란 이름으로 불법적인 파견노동조차 합법화시켜 비정규직을 영구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들에게 유리한 법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듯하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기존노조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신규노조 설립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노조설립을 통보하면 사용자노조를 만들어 현장노조,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전임자임금지급금지 타임오프제도는 단위노조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특히 상급단체의 역할을 대폭 축소시키고 있다. 노동의 투쟁과 저항은 계속될 것이지만 앞으로 5년의 세월은 결코 노동진영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아무리 보수정권이 이어가고 천민자본주의라 하더라도 노동자들을 짓밟기만 해서야 유지될 수 있겠는가. 조그만 당근이라도 던져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영유아 보육수당이나 노령연금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수위에서 최저임금을 매년 8%씩 올리겠다는 풍문이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저들은 생색내기로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떤 공략을 통해서든 돌이킬 수 없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복지는 받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며, 시혜가 아닌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작년 말 서울시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최소한 공공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가는 사례를 만들어 냈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천 명이 훨씬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16%나 향상시켰지만 시의 재정은 39% 정도 비용절감 했다고 한다. 그렇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념이나 논쟁의 문제가 아니다.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공세적으로 치고 나간다면 결코 진보나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고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박근혜정권이 시작되면서 절망스럽게 느꼈다 하더라도, 새로운 희망은 늘 개척되는 법. 밑바닥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힘을 내자. 어쩌면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고정적인 틀을 깨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최저임금을 대폭 향상시키고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타파하여 고용시장 진·출입을 자유롭게 만든다면, 또한 직업 선택의 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하고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세세하게 유지한다면, 나는 한 직장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싶다. 비정규직 철폐, 또는 비정규직으로 살아도 되는 세상, 그런 꿈을 꾸며 또 한해를 투쟁하며 살아가자.

 

글 │ 최만정(민주노총 충남본부 본부장 / 센터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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