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정치는 '지배자의 통치'를 위한 말장난이다

by 센터 posted Jun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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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 변호사,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입에 올리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의 행악이 날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5월 6일 하루에 행한 일들을 살펴보면, 실로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먼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유가족, 시민사회, 그리고 야당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파견되는 공무원들이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를 통제하고 장악하는 구도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대통령령)을 심의·의결했다. 둘째, 같은 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수사 검사로 참여해 경찰(치안본부)의 사건 은폐·축소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 출신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셋째, 여·야·정과 전문가들이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몽니로 4월 임시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도 되지 못한 채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정과 전문가들이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이와 연계하여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국민연금 명목 소득 대체율 50퍼센트로 인상, 공무원 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 절감분의 20퍼센트를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강화에 사용한다는 공무원 연금 실무기구 구성안’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부담’, ‘월권’이라며 비토하자 그 합의의 당사자였던 집권 여당은 태도를 돌변해 자신의 합의 사항을 엎어버렸고, 이로 인해 공무원 연금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무산되었다. 공무원 연금 제도에 대한 개정을 하루라도 미루면 국가 재정이 붕괴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대통령이 개정안의 내용이 자신의 생각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공무원 연금 개정안을 표류시켜버린 것이다. 넷째, 같은 날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규제 개혁 장관 회의에서 그동안 정부가 결정하던 개발 제한 구역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30만 제곱미터 이하의 면적에 대해서는 시·도지사에게 위임하여 그린벨트 규제를 대폭 풀기로 한다는 내용의 ‘개발 제한 구역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도시의 막개발을 억제하여 자연 친화적 도시 환경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온 마지막 보루를 해체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의 지역 개발 욕심과 땅 보유 자산가들의 탐욕을 부추겨 난개발을 조장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이 나라 정부와 집권 여당은 5월 6일 하루 만에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한 검사 출신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시행령을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여러 진통 끝에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한 공무원 연금 개편안을 대통령 한마디에 무산시키고, 도시의 막개발을 막아온 그린벨트에 대한 관리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방안을 규제 개혁 방안이랍시고 발표했다. 국민의 정의 관념에 반하고 국민의 전체 이익에 반하는 정책들을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이름으로 마구마구 쏟아냈다.


지배 권력의 옹호 수단이 된 법(法)


지난 4. 18 세월호 진상규명 범국민대회 때에는 경찰 버스 470여 대, 경찰 병력 1만 5천여 명을 동원하여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을 경찰버스 6겹으로 둘러쳐 만든 ‘근혜산성’이 등장했다.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 이행과 세월호 대통령령 폐기를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려던 유가족과 시민 100여 명을 체포 연행하고 유치장에 가두었다. 검경은 공공의 안녕질서와 범죄 예방을 이유로 자신들이 서울의 주요 도로를 사전적으로 봉쇄해 도로의 기능을 상실시켜 놓고서, 그곳에서 시위하던 시민들을 일반교통방해죄와 해산명령 불응의 현행 범인으로 체포하는 짓들을 스스럼없이 자행했다. 수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의 통행마저 무차별적으로 차단하고 가로막았다. 항의하던 시민들을 향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할 것이라며 위협을 가했다. 차도를 봉쇄하여 도로의 기능을 상실시킨 무법자가 그곳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는 적반하장의 상황을 공공연하게 목격해야만 했다. 또한 5월 1일과 2일, 경찰은 안국역 사거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려던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해산 명령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과다 노출 시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인 파바라는 성분의 최루 물질을 고농도로 물대포에 섞어 무차별로 난사했다. 이로 인해 집회 참가자들은 심한 구토와 헛구역질을 동반하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검경의 이 모든 공격과 협박은 청와대 방향으로의 행진을 막기 위해 취해진 무법적인 조치에 따른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검경은 청와대와 대통령을 호위하기 위한 홍위병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검경은 자신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청와대로 가는 모든 길을 집회 시위 금지구역으로 만들어버렸다. 검경은 청와대 방향으로의 행진에 대해 금지 명령을 내리고 불법 행위로 규정했다. 청와대 앞에서의 1인 시위 또한 가로막혔다.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오로지 청와대로 향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이동의 자유는 무조건 금지되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은 그것이 지하철로 내려가는 통로이든 시민들의 통행로인 인도이든 가리지 않고 경찰 병력과 차벽으로 가로막혔다. 물리력을 앞세워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무법 경찰에 저항하는 자들은 체포·구금되었다.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된 시민들은 하나같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을 압수·수색 당했고 그 과정에서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 정보는 무차별적으로 경찰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면회 온 가족이나 변호인에게 망실을 방지하려 휴대폰을 넘긴 행위가 구속 사유로 주장되었고, 헌법상의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행위가 증거 인멸 내지 도주 우려의 구속 사유로 나열되었다.

박근혜 통치 하에서의 법이란 지배 권력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범죄 예방과 제지라는 경찰의 경고 방송 한마디에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범죄로 둔갑해버렸다. 시민들은 검경이 요구할 때까지 자신의 휴대폰을 자신의 품안에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의무가 지워졌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지배자를 위한 통치’로서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지난 해 12월 29일, 박근혜 정부는 노동 시장 이중 구조를 개선한다며 그 방안으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추진배경은 ‘최근 비정규직 비중은 감소 추세이나, 높은 임시직 비중으로 인한 고용 불안, 차별 및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 등의 문제가 상존’하므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 조건의 격차를 시정하여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개선과 양극화 해소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핵심은 간접고용을 확산하기 위한 파견 대상 업무 확대, 사내 하도급 합법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으로 연장, 사용자의 자유로운 해고를 가능케 하는 통상해고 요건 완화, 근로 시간 유연화, 임금피크제 도입과 직무 성과급제로의 임금 체계 개편,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완화 등 근로 조건의 개악을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구조 이중 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노사정 합의를 통해 정규직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 체계를 개편하려던 정책 시도가 한국노총의 반대로 무산되자 바로 다음날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 및 지침 마련을 통해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5월 7일, 드디어 기획재정부는 청년 고용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준정부 기관과 공기업에 연내 임금피크제를 무조건 도입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공 기관 경영 평가시 임금피크제 운영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권고안을 관철시키는 방식이다.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목표로 한 노동 정책이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반쪽짜리 노사정 합의 절차에서조차 실패하자 공언한 대로 정부의 지침으로 강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정책을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정책으로 포장하고 이를 ‘국민을 위한 정치’로 호도하고 있다.

박근혜 통치 하의 ‘국민을 위한 정치’란 국민을 통치 대상으로 삼는 지배자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양치기 소녀가 되어버린 부조리한 대통령, 그리고 그를 지탱하는 부패한 정권을 더 이상 연장시켜서는 안 된다. 땀 흘려 노동하는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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