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결단, 과감한 도전

by 센터 posted Jan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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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센터 이사



2016년의 새해가 밝았다. 비정규센터 회원을 비롯해 자유로운 노동과 평등한 삶을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노동자 희생과 양보 강요하는 한국 사회


올해도 노동을 둘러싼 시계(視界)가 그렇게 밝지는 않다. 세계 경제가 이미 저성장 국면을 보여 온 가운데 올해는 중국의 경제 상황마저 더욱 난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지난해 3퍼센트 이하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일본이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중국으로부터 기술력의 맹추격을 받는 등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작용할 소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고용과 노동 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이름하에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저성과자 해고 같은 것도 앞으로 예상되는 저성장 시대를 대비해 자본에게 자유로운 해고의 권한을 주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는 정책이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 환경도 녹록지 않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주주의 후퇴와 역사 왜곡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부의 무능함도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노동권 침해와 국민생활의 어려움 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대체할 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 집단이 현재로써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수구보수의 지배체제가 굳혀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 운동의 위기 대응


지금은 어느 때보다 노동 운동의 역할이 중요하게 요구 받고 있다. 그러나 노동 운동은 이와 같은 중요한 시기에 사회의 변화 발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 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 동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조직 혁신이 추진되었지만 매번 별다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상태에서 끝났다. 그런 면에서 노동 운동이 처한 오늘의 상황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자본의 공세에 대응해야 할 방향과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기보다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사태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모름지기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예컨대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추진되었던 산별노조 운동은 기업조직이 기득권을 놓지 않음으로 해서 답보 상태를 맞았다.


지금 정부와 자본은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동자를 옥죄고 있다. 저성장 시기에 자본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자유로운 해고권이다. 취업규칙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비정규직 사용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 고용보험을 축소하는 것이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는 자본의 대응이다.


노동 운동도 이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타성과 관성에 의존해 온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하고 큰 것을 외면하고 작은 것에 집착해 기득권을 고집했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해체되고 있는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재구축하고 실종된 노동 계급의 대표성을 회복하고 훼손된 노동 운동의 위상을 바르게 세우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충실하게 복무시켜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 나아갈 길


현재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민주노조운동이 애써 일궈온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본이 만들어가는 질서에 순응할 것을 요구하는 자본에 맞서 당당하게 일어서야 할 때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노동자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우선으로 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현재 노동자를 하나의 계급으로 보기 어려운 이질적 요소가 많다. 자본은 노동의 효율적인 이용과 통제를 위해 노동자들을 고용 형태, 임금과 노동 조건,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있어 많은 차별화를 만들었다. 그 결과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자신들과는 신분이 다른 노동자로 보며 선망하면서 동시에 질시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처지를 안타까워는 하지만 자신의 고용을 위협하는 불편한 상대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했을 때 비로소 강력한 신자유주의 전선을 세울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이 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소위 기득권으로 비판 받기도 하는 87년 노동체제 정규직 노동자들이 역사적 소임에 충실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 점을 존중하고 정규직 노동자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반면에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현재와 미래의 노동 운동의 중심에 서야할 주체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비정규 노동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재원과 역랑을 기꺼이 제공해야 한다.


노동 운동을 해오는 과정에서 빚어진 정파적 갈등과 반목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노동조합은 정파 운동이 지배하고 지도하고 독점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진보적 변화 발전을 위해 역량을 재생산하고 축적해 나가야 할 저수지와도 같은 것으로 끊임없이 지원하고 협력하면서 성장시켜나가야 하는 대상이다. 노동 운동 내 정파 운동의 역할에 따라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둘째, 민주노조운동은 약화된 노동 계급의 대표성과 노동 운동의 정당성을 회복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의 약 4퍼센트 정도, 조직된 노동자의 약 35퍼센트 정도를 조합원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의 80퍼센트 가까이는 대부분 고용시장에서 중상위층에 포함되는 정규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열악한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 배제되고, 5퍼센트도 안 되는 조합원으로 노동 계급의 대표성을 행사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비롯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문제를 비롯해 이주노동과 장애노동 문제들은 사회적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반대로 대기업 중심의 요구와 투쟁은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운동의 정당성은 훼손당해 왔다.


민주노조운동이 계급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아래로 향하는 하방연대의 관점에서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 확대 사업을 적극 펼쳐 노동 운동 주체를 재구축해야 한다. 몇 차례에 걸쳐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추진되었지만 충분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지금까지보다 더 확대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 운동 주체를 재구축하는 것과 관련해서 현재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 옛말에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듯 비정규 노동자들이 조직화의 주체로 적극 나설 때 그 성과도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모든 비정규노조 조합원이 미조직 조직화를 위해 1년 동안 특별회비로 1만 원씩 내는 것을 결의해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조직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정규 노동자가 노동 운동의 중심에 서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동자, 노동 운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통해 노동 운동이 사회 운동의 중심으로 설 수 있어야 한다. 노동 운동은 다른 부문 운동과는 달리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넘어 자유로운 노동과 평등한 삶이 실현되는 대안사회를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폐해가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이 보호되고 자유로운 노동과 평등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이 만든 폐해들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여성노동, 장애노동, 이주노동에서부터 인권, 환경, 평화, 교육 등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노동 운동이 사회 변화 발전을 위한 운동이고, 그 운동의 중심이기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의제에 대해 더 이상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부문 운동은 지역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동 운동이 이들 부문 운동과 긴밀하게 관계를 형성하고 연대한다면 노동 운동이 지역 운동에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노동조합의 역할이 사업장을 넘어 지역으로까지 확장될 때 노동 운동은 지역으로부터도 국민으로부터도 지지와 참여가 이뤄지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세운다는 것은 항상 과감한 결단을 요구받게 된다. 올곧게 지켜야 할 것은 더욱 견결하게 지켜나가되 타성과 관성 그리고 개인이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 따위는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질서를 열어가는 이 과정을 ‘창조적 파괴’라 부른다. 노동자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노동 운동의 새로운 도약이 시작될 것임을 믿어 확신한다. 2016년은 노동자 스스로 창조적 파괴자가 될 것이라는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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