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여성 노동자] 교차적 노동분업 해체하기, 미국의 대안적 노동운동 실험

by 센터 posted Nov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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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적 노동분업 해체하기, 미국의 대안적 노동운동 실험 1)

 

유이지운 여성노동 연구자

 

미국에서 백인 남성 노동자가 1달러의 임금을 받을 때 유색인종 여성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은 각각 64센트, 57센트를 받는다. 2) 한국에서는 남자 정규직 임금 100%를 기준으로 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74.3%, 비정규직 여성노 동자 53.7%의 시간당 임금 격차를 보인다. 3) 2020년 캄보디아 이주여성 노동자 속헹 씨의 죽음으로 한국 노동시장에서 이주여성의 다중적 차별 및 억압 현실이 가시화되어도, 여전히 이주 노동자 특히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는 공식 통계 데이터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성별, /정규, 이주, 지역, 학벌, 신체적 역량, 성적지향 등의 위계적, 차별적 현실이 교차하며 비/공식적 형태의 차별이 가중되어 정부 정책이나 공식 통계로는 가시화되지 않는 영역에서 노동 운동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교차적 노동분업 개념을 통해 미국에서 특히 인종, 젠더, 이주 정의를 중심에 둔 대안적 노동조합 운동 사례를 살펴보겠다.

 

교차적 노동분업 (intersectional divisions of labor) 은 성별, 인종, 학벌, 지역, 연령, 역량, 성적지향 등 사회적 위계들이 교차하며 강도 높은 초과 착취가 일어나는 노동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저소득층 중·고령 여성 노동자가 집중된 청소노동은 교차적 노동분업이 어떻게 생산과 재생산 영역에서 강도 높은 초과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지 잘 드러나는 업종이다. 학교 급식, 요양보호, 가사노동, 이주 노동, 플랫폼 노동, 성매매 등 불안정 노동 형태가 지배적인 대부분의 업종에서 교차적 노동분업 구조가 착취 강도를 심화하는 정도를 분석할 수 있다.

 

80년대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권이 노동관계법 (National Labor Relations Act) 을통한 신규 노동조합 결성을 전방위로 지연·저지하는 전략을 취하자 진보적 노동운동 진영은 대안적 조직화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수 세기간 노동운동의 성장을 가로막은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조직노동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시기 등장한 청소노동 자를 위한 정의 (Justice for Janitors) ’ 캠페인은 가장 성공적 대안노조 전략으로 평가 되고 있는데, 미국서비스노동조합(SEIU)에서 JFJ 캠페인을 기획하고 조직한 스티븐 라너는 성공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제대로 된 목표 지점을 겨냥하고 약점을 파악해라; 2) 적절한 조직의 범위를 설정해라; 3) 인종과 이주 정의를 중심에 두고 조직해라; 4) 투쟁의 변혁적 힘에 집중해라; 5) 조합원을 깊게 조직해라; 6) 자본의 흐름을 추적해라; 7) 모든 자원과 전략을 활용해 라; 8) 성공 이후에 오는 위험을 인식해라. 4)

 

1985년에 시작된 JFJ 캠페인은 조직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미등록·이주·여성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대도시 대형 건물의 자본구조를 파악하, 도시 전체 또는 행정 구역 전체를 통합적으로 조직하는 전략을 펼쳤다. 덴버,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에서 대규모의 JFJ 조직이 결성되며 세력을 키워왔는데, 이러한 성공이 미국 내에 머무르지 않고 대규모 청소파견업체의 기업 구조가 특히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점을 파악해 국제적 조직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JFJ의 대도시 대형 건물의 건물주를 타깃으로 노동조합 연금위원회의 영향력을 활용한 일명 자본 전략은 한국의 청소노동자 조직 전략과 차이를 보인다.

 

최근의 사례로,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SEIU1199 등 진보적 노동조합 조직에서 시도되고 있는 공유재를 위한 협상 (Bargaining for the Common Good) 전략은 인종 정의(racial justice)를 노동조합 의제의 중심에 두고 지역 행정, 자원, 사회 운동 기반을 연결하는 단체협상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5) 2012년 시카고의 진보적 교사 노동조합이 이끌었던 파업과 협상 방식에 영향을 받아 2014공유재를 위한 협상 네트워크가 조직되고 기존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과정을 지역에 필요한 공공재와 공유지를 확대하는 장으로 전환하는 실험이다. 6)

코네티컷주의 SEIU1199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저소득층 유색인종/이주/여성/돌봄 노동자가 중심을 이루는 조직으로 2021모두를 위한 회복이라는 구호를 걸고 지역에 흩어져 있던 17개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시기를 하나로 모아내고 이에 더해 사회운동 조직 21, 종교 단체 9곳 등을 결합해 주 정부와 협상을 진행했다. 지역의 사회 운동 자원을 연결해 대중 파업을 조직하고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목표를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문제를 넘어 공유재(common good) 확대로 전환한 실험이다.

 

이러한 지역산별 단체협상 (regional sectoral bargaining) 실험은, SEIU1199 조직담 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장기적 운동 목표를 가지고 계급 운동의 기반을 확대하는 작업으로 2021년 투쟁을 통해 지역의 운동 방향에 관한 협의체가 만들 어진 데 큰 의의가 있다.” 7) 기존의 노동조합 조직의 자원과 단체협상을 활용한 방식은 단기간에 지역 협의체를 구성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원을 투입할 수있다는 점이 장점이며, 노동조합 구성원의 정치적 성향과 조직 내부 민주주의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

 

국내외 교차적 노동분업 구조에 포섭된 노동자들의 삶의 세계와 투쟁 현장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전통적 노동조합 조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체협상을 통한 임금 교섭만으로 노동하는 삶의 환경과 조건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 기존의 노동조합 조직 형태와 운영 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교차적 노동분업으로 인해 분절된 정치 공간을 해체하고 업종별, 사업장별 각자도생 방식의 투쟁이 아닌 생산과 재생산 영역의 의제들을 연결해 노동하는 삶의 지속 가능성을 확대하는 사회운동 대중 조직과 비전을 상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본의 분할 전략에 매몰된 업종 및 사업장 중심의 산별노조 건설이 아닌 교차적 노동분업의 해체를 지향하는 (생산/재생산 조건에 기반한) 지역 의제 중심의 대안적 노동운동 조직과 연대체를 기획할 수 있다.

 

1) 이 글은 필자의 2023년 한국여성학회 춘계 학술대회 급진적 교차성 연대의 가능성미발표 원고의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임.

2) Robin Bleiwes et al. “Women of color and the Wage Gap” American Progress Organization (2021. 11. 17) 3)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 한국노동사회 연구소 (2022; 16).

4) Nadia Rahman. “Making Hope and History Rhyme: A NewWorker Movement from the Shell of the Old” New Labor Forum (December 2022).

5) https://www.recoveryforallct.com/coalition

6) https://www.bargainingforthecommongood.org/

7) 2021년 필자가 아리조나주립대 노동 민주주의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과정 프로젝트의 일환 으로 진행한 SEIU1199 조직 담당자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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