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갈수록 현대판 노예로 전락되는 이주노동자

by 센터 posted Sep 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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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현대판 노예로 전락되는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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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 한 제조업체 컨테이너 기숙사

 

김달성_2경기북부 한 기업형채소농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약 살포하는 이주노동자.jpg

경기북부 한 기업형채소농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약 살포하는 이주노동자

 

김달성_경기북부 어느 기업형 채소농장 기숙사.jpg

경기북부 어느 기업형 채소농장 기숙사

 

 

꾸메르 씨 이야기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꾸메르 씨(가명 29E9 비전문취업비자)는 경기 북부에 있는 한 석재공장서 일했다. 고용노동부가 2년 전 고용 알선해준 곳이다그런데 겨울에 영하 20도까지 쉽게 내려가는 지역에 있는 그 회사가 그에게 제공한 기숙사는 낡은 컨테이너였다. 냉난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그 숙소에서 지낸 그는 지난겨울 얼어 죽을 뻔했다.

우리 센터의 지원을 받은 그는 지난봄부터 사장에게 사업장 변경을 위한 사인을 요구했다. E9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는 그 변경을 하려면 고용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제도(고용허가제)가 있기에 그리 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 주는 누차 거절했다. 요구할 때마다 폭언과 협박을 하며 거절했다. 협박은 당장 출국시켜버리겠다는 것이었다. 거절당한 그는 고용지원센터(고용노동부)를 찾아갔다. 그 센터도 소극적이었다. 고용주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한 싸움을 넉 달 동안 벌인 그는 간신히 사인을 받았다. 그는 즉시 부산으로 향했다. 따뜻한 지역에 있는 일터를 찾아간 거다.

 

앞으로 이주노동자(E9비자 소지자)는 꾸메르 씨처럼 자신이 원하는 지역으로 가서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7(2023)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안을 내놨는데, 그 내용 중 하나는 사업장 변경 지역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이주노동자가 일터를 변경할 때 제한된 지역 안에서만 할 수 있게 한다는 거다. 가령 수도권, 충청권, 전라 제주권 등 그 범위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게 한다는 것.

 

현대판 노예를 만드는 고용허가제

우리나라가 외국인노동자를 데려오기 위해 만든 제도가 고용허가제이다. 200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국회가 만들고 정부가 집행하며 사업부가 강력히 뒷받침하는 제도로서 내국인이 기피하는 사업장에만 취업할 수 있는 이주 노동자(16개국에서 오는 E9 비자 소지자)의 사업장 변경을 기본적으로 불허한다.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현저한 체불임금이 발생했을 경우 등을 제외하면, 이주노동자는 일터 변경을 위해 사업주의 동의를 꼭 받아야 한다. 이는 노동자 인간의 기본권을 심히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적이다. 이제라도 이 제도는 개선해야 마땅한데 최근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변경 지역을 제한하는 개악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개악안은 이주노동자를 옥죄어 더욱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킬 게 분명하다.

 

앞으로 이주노동자는 제한된 지역 안에서 사업주에게 더욱 예속되어 노동을 강요당하는 임금노예로 한층 전락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기본적으로 불허해 온 제도를 개선하기는커녕 이제 오히려 변경 지역을 제한하기까지 한다는 방침을 정부가 세워놓았으니, 어두운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노예적인 삶을 거부하는 이주노동자는 강제 출국을 당하거나 소위 불법체류자가 되기 십상이다. 취업 지역을 제한하는 이 방침은 앞으로 미등록자들을 더욱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안에는 큰 독소조항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이력을 앞으로 구인하는 사업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악안을 발표하면서 고용노동부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태업 등이라고 덧붙였다.

 

자르말 씨 이야기

네팔 출신 노동자 자르말(가명. 35) 씨는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한 기업형 채소농장서 일했다. 비전문 취업비자(E9)로 입국한 그를 그 농장으로 고용 알선한 건 고용노동부다. 고향에 아내를 두고 온 그는 농장 한 귀퉁이에 있는 움막 숙소에 살면서 7년 동안 노비처럼 일했다. 누가 봐도 그는 소처럼 일했다. 농번기 때는 한 달에 단 하루 휴일도 없이 노동을 강요당했다. 그가 받은 임금은 최저임금의 절반 정도 수준이었다.

비가 오면 비가 새는 숙소의 문제만 아니라 사철 면마스크 쓰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뿌리는 농약 중독 위험 때문에 그는 사업장을 옮기고 싶었다. 그는 돼지농장으로 가고 싶었다. 고향으로 돌아가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용주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역시 고용허가제에 따라 그리 한 거다. 허나 사업주는 당장 출국시켜버리겠다는 협박을 하며 거듭 거절했다. 사업 주들은 노동자가 일을 성실하게 잘 할수록 사업장 변경을 위한 동의를 더욱 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할 의욕을 잃은 자르말 씨는 작업량을 줄였다. 우리 센터에서 목공 출신인 예수께서 실천한 자유와 저항 정신을 배운 그는 하루에 상추 백 박스를 수확하던 것을 반으로 줄이고, 농약 살포도 천천히 했다. 평소보다 절반만 했다그러자 농장주의 폭언, 협박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자르말은 여전히 작업량을 줄이며 한 달 두 달 계속 사인을 요구했다. 결국 오랫동안 자르말 씨를 노비처럼 부린 사업주는 일터이동을 위한 사인을 해주었다.

 

앞으로 자르말 씨처럼 행동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보는 구인하는 사업주들에게 제공된다. 자르말 씨 같은 이주노동자가 일터를 변경한 사유와 이력을 사업주가 자신의 입장에서 기록으로 남기면 그것을 고용노동부가 수집해 구인하는 사업주들에게 제공하는 거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들은 기록하라고 해도 대개 사업장 변경 사유나 이력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할 것이다.

 

구인하는 사업주들에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이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와 법은 우선 이주노동자의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이 블랙리스트를 사업주들이 공유하게 되면 앞으로 제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하거나 활동한 이주노동자는 구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고용허가제에 따라 일자리를 아무리 알선해도 구인하는 사업주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노동자들은 도태되거나 소위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개정안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운동을 싹부터 자르게 될 것이고, 이주노동현장은 사업주들의 천국 즉 정글만도 못한 무법천지가 더욱 되고 말 것이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의 개선은 더 요원해질 것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노동자(E9비자) 11만 명을 데려올 방침을 세워놓고 추진 중이다. 계절근로자도 25천 명 이상을 데려오고 있다. 초저출산 고령사회에 진입한 사회, 착취공장형 재벌왕국 코리아는 사회경제체제를 전폭적으로 변혁하지 않는 한 앞으로 외국인노동자를 더욱 많이 데려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외국인노동자를 단지 인력으로만 보지, 사람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필요에 따라서 외국인노동자를 많이 데려올 정책만 열심히 만들어 추진하지, 이주노동자를 사람으로 보고 그들의 기본권, 인권, 노동권을 보장하며 서로 상생할 생각은 도무지 하지 않는다.

 

130만 이주노동자들을 단지 인력, 그마저도 일회용품같은 존재로 보고 정글 같은 1:99사 회의 먹이사슬 끄트머리에 현대판노예로 고정시킴으로써 결국 우리가 얻는 것은 1:99 세습자본주의사회의 강화일 뿐이다. 상위 10% 기업이 나라 전체 기업 이익의 90%를 독식하는 코리아사회에서 그 1:99 세습자본주의사회는 1%에 게는 천국이지만 나머지에게는 지옥이다. 130만 이주노동자를 현대판 노예,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반노예, 정규직 노동자들을 임금노예로 부리며 돌아 가는 이 착취공장형 재벌왕국은 수령주의 왕국 못지않게 비인간화된 사회이다.

 

1:99사회에서 1%를 위한 계급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들을 적대시하며 그 비인간화를 촉진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필요해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많이 데리고 오지만 그들의 기본 권, 인권, 노동권은 마구 짓밟는 이주노동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면, 우리 사회는 장차 심각한 불행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이주노동정책을 밀고 나아가 이주민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20%가 될 때 우리 사회는 최근 프랑스가 겪은 심각한 이주민 폭동 같은 사태를 일상적으로 겪을 수도 있다. 오직 자본의 이윤, 착취 극대화를 위한 이주노동정책을 마구 펼치면 당장은 국민총생산이 증가할지 모르나,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코 평화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단지 인력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는 의식과 제도와 법과 정책이 절실하다. 우선 현대판 노예제라는 평가를 받는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 이런 변화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고로 모든 해방은 자기 해방이기에 우리 사회 현대판 노예들의 각성과 연대 그리고 그들의 주체적 투쟁활동이 필요하다. 나아가 깨어있는 현대판 노예들과 반노예들 그리고 임금노예들의 연대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1:99 세습자본주의사회를 허물고 새로 짓기 위하여.

 

김달성 목사,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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