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악'] 청년이 노동조합을 만났을 때

by 센터 posted Sep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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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변정윤 센터 사무국장



청년 취업이 날이 갈수록 어렵다. 오죽했으면 정부에서 고용절벽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겠는가. 청년의 취업난이 심각한 이유는 좋은 일자리,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불안정한 시간제, 임시직, 계약직, 인턴 등 종류도 다양한 고용 형태에 있는데도 말이다. 지자체 무기계약직에 최저 임금을 지키지 않은 곳이 80곳이라니, 이래서야 정부가 민간기업에 안정된 청년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정부에서조차 모범을 보이지 않는데 이윤의 극대화가 목적인 기업이 뭣 때문에 청년의 고용을 보장하고,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겠는가. 더 싸게 노동자를 부려먹고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최고의 조건을 마련해주는 나라인데 말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개선과 더불어 노동자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정치적 집단이다.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합법적인 단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퍼센트 내외다. 그것도 정규직이 그렇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률은 1~2퍼센트 대 수준에 그친다. 지난 7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노동절 기념 대국민연설을 통해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적극 권유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정치인이 있는 사회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게 나올리 만무하다.


노동조합을 하기 힘든 사회에서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삶이 안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15년 7월, 센터에서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한 청년 실업률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청년 실업자 비율에 대한 통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통계 결과, 정부가 공식 발표한 청년 실업률 9.3퍼센트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22.55퍼센트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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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을 만나 그이들에게 노동조합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년에게 노동조합이란?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 들에게 노동조합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노동조합 이야기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직장을 가진 청년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그들의 고용 형태는 또 어떠한지 실로 궁금해진다. 그러나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에 대한 별도의 통계가 없는 상태다. 다만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다른 데 많이 다녔구요. 무대 설치나 영화 스태프로도 일했고 세차장에서도 일했기 때문에 노조는 아예 생각을 못했죠. 영화 스태프도 아직 열악하긴 한데 그걸 표출을 못하고 있고, 세차장은 파리 목숨이구요. 조금 안정을 취하자고 생각해서 이 회사를 들어왔는데 여기도 비정규직이고 그런 거죠.” _ 이종문


“저는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러 왔다가 여기 들어온 거죠. 노조에 대해서는 흔히 뉴스에서 보는 귀족노조 그런 거 정도 알고 있었고, 의경 생활했는데 데모 막을 때 이런 거 하는 게 노조구나 그 정도로 알고 있었죠. 의사들, 약사들이 청사 와서 하는 거(집회) 보면 ‘저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온 사람들인데 왜 소리를 칠까···.’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는 여러 가지 해봤어요. 다 서비스직이죠. 호프집, 극장, 사진관 등···.” _ 이주호


“솔직히 노조 자체에 관심 없었어요. 노조가 생기면 좀 변화가 생길 거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관심을 가졌을 텐데 몰랐던 거죠. 노조 생기고 회사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회유도 하잖아요. 회사 얘기 들어보면 이게 안 좋은 건가, 힘만 드는 건가 그런 고민들 처음에 많이 했죠.” _ 박일서


노동조합 가입하면 달라지는 게 있나?


늦더위 열기가 남아있던 9월 어느 날, 센터 사무실에서 비정규 청년 노동자 셋을 만났다. 세 명의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두 명은 노동조합 간부고 한 명은 조합원이다. 이 청년들에게 노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노동조합 가입 전후 현장의 모습과 개인적인 삶의 변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변화가 커요. 예전에는 도급으로, 개인으로 일을 했어요. 저 혼자만 잘하면 돼요. (동료가)다치든 말든 그건 그 사람 일이고 저는 저만 잘하면 되거든요.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부터는 조합원들끼리는 단단하게 잘 뭉쳐 있어요. 예전에는 개인적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동료애가 생겨서 어디가 밀린다, 힘들다 그러면 아무 보상심리 없이 도와주고 작업하고 웃으면서 음료수 한 잔 하고 그래요” _ 박일서


“저희도 분야별로 다 나눠져 있기 때문에 노조 만들기 전에 그 분야의 사람들만 모였지 그 외적으로는 얘기를 거의 안 하거든요. 노조 생기면서 정말 의외인 게 다른 분야 사람들과 서로 편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엔 아침 조회 시간 딱 끝나면 다 콜을 치러 나가면 그게 끝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하고 저녁에 술이라도 한 잔 같이 하려고 하고, 뭔가는 계속 함께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 때문에 더 돈독해지고 그러면서 더 많이 알아가고···.” _ 이종문


노동조합으로 모이기 전에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개별화된 노동자로 살아왔다. 서로 동료의식을 가질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침이면 밀물처럼 몰려왔다 저녁이면 썰물처럼 쓸려나갔다. 성과 중심의 직장 생활에서 동료는 경쟁의 대상일 뿐이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한 달에 한두 번 휴일이 주어지면 노동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잠으로 보충했다. 연애도 결혼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간도 없었지만 그렇게 일하고도 미래를 위한 경제적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성과와 경쟁의 이윤은 남이 가져가고 떨어지는 부스러기 떡고물을 가지기 위해 서로 할퀴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당연한 것이지만 불합리함의 연속이 가져다준 결과는 노동조합이었다. 하지만 만드는 것보다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려운 게 노동조합이다. 장기투쟁을 경험한 이들은 어떻게 힘든 고비들을 넘겼을까. 조합 활동 안하고 파업 행렬에 동참하지 않으면 그만이었을 텐데 말이다.


“처음부터 열사가 계속 나오다보니까 제 마음도 가라앉고, 제발 우리는 열사 나오지 마라, 마라하면 사건 하나씩 하나씩 터지다보니까 그런 게 힘들었어요. 열사가 나올 때는 마음이 좀··· 다른 데는 빨간 띠를 두르고 했는데 저희는 계속 검은 띠를 두르고 하다보니까 그 마음이 저로서는 가장 힘들었어요. 중간 중간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니까···.노동조합을 못 만드는 이유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회사에서 ‘너 나가’ 그러면 그냥 나가는 사회라서 그런 사회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건… 생계 때문에 못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노조를 만들기 전에 저도 어떤 곳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해도 그 문구가 저한테 와 닿지 않아서 보지도 않았어요.”_ 이종문


“한 목소리를 내서 말을 해야 하는데, 정당하다는 걸 비조합원들도 다 알아요. 탄압도 심하고 서울에서 살려면 기본적인 최저 임금이 아니라 최저 생계비 명목 그런 거···. 의지가 있어도 그게 뒷받침이 안 되면 그런 것에 대한 불안감 그런 게 사실 힘든 거죠. 제 나이 또래는 노조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요. 저도 몰랐고. 모르는 게 제일 크죠. 제가 봤을 때는.” _ 이주호


“몸으로 하는 일이라 몸이 힘든 건 별로 없는데,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으니까 그게 힘들죠. 항상 배고프고.” _ 박일서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각자의 삶은 달라졌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그러나 청년들은 노동조합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노동조합은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고민하고 나섰다. 반가운 얘기다. 그런데 아버지의 임금을 깎아서 아들 일자리 만들자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싸움질을 시키는 꼴이다. 청년 고용과 관련해서 노동 시장 개혁 그 어디에도 기업의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안돼요. 그것으로는 안되요. 어차피 임금 깎아봤자 청년 일자리 준다고 하지만 그 돈은 고스란히 재벌한테 들어가죠. 그 돈 재벌들이 안 풀죠. 그게 재벌 개혁이죠. 재벌만 살리겠다는 거잖아요. 그 법은 없어져야 해요.” _ 이종문


“그 말이 안 맞아서 재밌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임금을 깎아서 아들의 일자리를 만든다? 그 아들이 나중에 다시 아버지가 되면 결과적으로 이치에 맞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조삼모사라고 해야 하나. 당장 시급한 것만 어떻게든 피해가고 해결하려고 하는 정부의 생각들이 눈에 보이죠.” _ 박일서


청년들의 노조 가입률이 90퍼센트 이상 된다면?


정년 연장으로 인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고용을 촉진할 거라고 한다. 정년이 연장되면 퇴사자가 줄어드는데, 어느 구석에서 고용을 늘릴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 여기서 우리는 행복한 가정 하나를 생각해보았다. 청년들의 노조 가입률이 90퍼센트 이상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건 세상을 뒤집을 일이에요. 그건 청년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거거든요. 어떤 거라도 바꾸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가 있다고 봐요. 지금 이 세대에는 많이 바뀌지는 않지만 청년들을 위해 저희가 기반을 만들어주면 청년들이 치고 나갈 수 있고···. 청년들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죠. 경험해봤으니까.” _ 이종문


“분명히 바뀌죠. 상상!!(곰곰히 생각해봄) 지금 생각해봤는데 죽을 것 같아요(좋아서). 현재도 문제가 많이 드러나고 있잖아요. 정치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 노조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다 그럴 거예요. 지금은 노조가 만들어지고 같이 생활하다보니까 정부에 대해서, 법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해요. 전에 말 못했던 것들을요. 그 부분에 대해서 틀린 걸 틀리다고 말하다보니까 청년들도 저희처럼 단계를 밟는다면, 그게 90퍼센트다 그러면 당연히 임금 착취, 악습들이 바로잡아질 거 아니에요. 비정규직들도 줄어들겠죠. 동시에. 정치에서부터 생각들이 조심스러워질 거예요. 의료민영화, 솔직히 저희들 관심 없었어요. 관심 없으니까 위에서 막 던져놓잖아요. 저희들은 와 닿지도 않고 모르고 있고. 알고 보니까 정말 잘못된 거예요. 잘못됐기 때문에 이건 안 된다고 했던 거고. 그런데 그런 걸 청년들이 90퍼센트가 안다면 정치도 자연히 조심스럽지(함부로 못한다) 않을까요?” _ 박일서


“광우병 때도 청년들이 먼저 시작해서 촛불을 만들었고 세월호도 그렇고. 아직까지는 바뀔 여력이 청년들이 더 많다고 봐요. 큰 곳에서 어른들이 못하는 생각을 청년들이 실행하는 것을 저희들이 따라가는 거여서 그런 것만 봐도 조만간 생각이 많이 바뀔 거라 생각을 해요” _ 이종문


행복한 상상이다.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으려면 일하는 노동자라면 당연히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한다. 90퍼센트 이상의 조직률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세상을 바꿀 힘이다. 그날이 온다면 비정규직도, 청년 실업도, 노동에서 관행처럼 굳어져버린 수많은 악습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이런 머리 아픈 고민보다 고급스러운 영혼의 질문들을 던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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