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악'] 임금피크제와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 청년 고용 문제 해결방안일까?

by 센터 posted Sep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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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계속되는 청년 고용 문제


2000년대 들어 청년층 취업자 수 감소가 계속되면서 청년 고용 문제는 한국 노동 시장에 있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1997년 500만 명이 넘었던 20대 청년층 취업자 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2014년 현재 20대 청년층 취업자의 수는 362만 5천 명에 불과하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청년층 고용률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61.2퍼센트였던 20대 청년층 고용률은 2014년 57.4퍼센트로 하락했다. 이런 고용률 하락은 청년층 취업자 수의 감소가 인구 감소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청년 고용 문제 심화는 여러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청년층 취업자 감소는 청년 빈곤 등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대학 학자금으로 인한 부채, 생계유지를 위한 부채 등과 결합될 경우 청년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청년들의 삶뿐만 아니라 청년들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삶에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청년 고용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청년들은 고등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직장 경험과 결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데, 장기적으로 숙련 축적을 저해하므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다. 또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의 감소는 결혼과 출산의 감소로 이어져 노동 시장의 고령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임금피크제와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한 청년 고용 문제 해결?


정부와 여당은 최근 박근혜 정부 후반에 임금피크제 도입 및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해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일정 기간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통상 정년에 가까운 노동자들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의 일정 부분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의 임금 비용을 줄이고, 이때 줄어든 비용을 청년 고용에 투자하도록 함으로써 청년 신규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해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용이하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규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부 정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제가 될 수 있을까? 임금피크제의 경우 줄어든 임금만큼 기업이 새로운 고용을 한다면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고전적 임금기금설의 이해대로 ‘사회에서 임금으로 지급되는 기금 규모가 일정하고 개별 노동자 임금은 이 기금을 노동자 총 수로 나눈 값에 의해 결정된다’면 정부의 주장처럼 임금피크제는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전체 임금기금 총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일부 노동자의 임금이 감소한다면 그만큼을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임금은 고전적 임금기금설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임금기금설 등에서 가정하고 있는 고정된 임금기금이라는 가정은 현실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다. 19세기 임금기금설을 주창했던 고전파 경제학자인 밀(J.S. Mill)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였다. 현실에는 다양한 임금 결정 방식이 존재하지만, 고전적 임금기금설과 같은 임금 결정 방식은 찾기 힘들다.


또한 정부의 주장처럼 임금 비용 축소가 새로운 고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는 시기여야 한다. 상품 수요의 확대, 또는 지속적인 수출 증가로 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통해 더 많은 생산을 하려고 한다면 이와 같은 임금피크제는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시기 임금피크제나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해 청년 고용 문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과연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 심화되고 있는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상황은 새로운 고용에 대한 투자를 하기 적합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도 법인세 감면을 통해 기업에 투자를 확대할 여력을 만들었지만, 그 결과는 기업의 투자 확대가 아닌, 사내 유보금 증대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기가 좋아지는 시기에 맞춰 새로운 고용을 하는 편이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는 것이다.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업으로 하여금 현재보다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청년 일자리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기 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의 이윤 증대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전세계적인 경제적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와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는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전반적인 노동 시장의 질적 수준을 악화시킴으로써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청년 고용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무조건적인 임금피크제 시행은 이상에서 이야기한 바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비용만 축소시킬 뿐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는 가구 소득을 감소시킴으로써 소비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소비 감소는 상품에 대한 수요를 줄임으로써 고용과 고용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선순환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동 시장 유연성 확대는 노동 시장 내 고용이 불안정한 좋지 않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짐으로써 소비를 줄이고, 고용과 투자를 줄이는 임금피크제와 동일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 마련해야


현 정부 이전에도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좋지 않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노동 시장 내 보다 많은 청년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 당시 악화일로에 있던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청년 일자리 정책을 통해 정부가 만든 일자리의 상당수는 임금이나 노동 환경 등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양질의 일자리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그리고 공공 부문과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청년들과 기업을 연계시켜 청년들의 노동 시장 진입을 돕는 청년 인턴제 역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로 이어주기보다는 당장 청년들이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로 청년들을 진입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은 단기적인 고용지표 개선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청년 고용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어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에도 여전히 청년층 취업자 수는 줄어들었고, 청년층 고용률은 하락했으며, 이명박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 노동 시장 정책은 단기 성과 위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이명박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 노동 시장 정책을 이어서 실행해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해 왔던 단기 성과 위주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 청년 인턴제 등이 청년 고용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바뀐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K-Move 역시 이명박 정부부터 있던 정책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책들은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을 한다고 해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더 나아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삼포 세대’, ‘오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에게 “눈을 낮춰라”, “눈을 해외로 돌려라”라는 정책은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청년 고용 정책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임금피크제와 노동 시장 유연성을 통해 청년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더라도 그 속성은 ‘중장년층 노동자의 임금 감소분을 통해 만들어진 유연한 일자리’일 것이다. 이런 일자리들이 과연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노동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는 분명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좋지 않은 일자리 창출은 청년들의 지속적인 노동 시장 참여를 보장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로부터 외면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청년 고용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에 있어서 역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청년 고용 문제의 핵심은 경제 활동에 참여조차 하고 있지 않는 비경제 활동 청년들의 증가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청년 취업자가 감소하고, 청년 고용률 하락은 청년층 비경제 활동 인구의 증대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경제 활동에 진입하려는 선택조차 하지 않음으로 인해 청년 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새로운 청년 고용 문제의 해결 방안은 이와 같은 비경제 활동 청년들을 노동 시장으로 견인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오래 전부터 제시되어 온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일을 해도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노동 시장을 떠난 청년들을 다시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적용 수준을 공기업 이외에도 대기업까지 확대한 청년고용할당제, 민간 소비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 등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수요뿐만 아니라 노동공급 역시 확대시킴으로써 심화되고 있는 청년 고용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도 청년들을 노동 시장으로 이끌 수 있다.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및 비정규직 축소,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적 수준 개선 등의 정책 역시 비경제 활동 인구 상태에 있는 청년들을 노동 시장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정부가 최근 제시한 임금피크제라는 발상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경제 위기에서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이 기존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이용한 경우도 있으며, 임금피크제를 바탕으로 신규 고용을 한 사례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고용 창출을 위한 정책으로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줄여준’ 기업의 비용이 투자로 활용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 문제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면 적어도 기업이 줄어든 임금만큼은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들이 함께 제시되어야 하고, 사회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임금피크제와 함께 노동 시장 개혁 방안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노동 시장 유연화가 결합될 경우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들은 이전 청년 고용 정책과 마찬가지로 청년들을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노동 시장의 질적 수준은 저하되고, 최악의 경우 정부의 바람과 반대로 장기적으로 수요를 줄이는 결과를 낳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이 목표라면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이어오고 있는 단기 성과 위주의 노동 시장 정책이 아닌,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부 개입을 바탕으로 한 이와 같은 정책은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이 둔화된 시기 청년층에 대한 노동수요와 공급을 확대시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내수를 확대함으로써 경제선순환 구조 구축 및 장기 경제 성장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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