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 배달 노동자 실태와 정책 방향

by 센터 posted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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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한비네(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배달 노동자의 조직화에 앞서 2020년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배달 앱을 이용한 주문이 늘고 배달 노동자도 늘어나고 있으나 배달 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와 정책 방향은 여전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 노동자는 직접 고용되어 있건, 배달 대행업체와 위탁 계약을 했건 모두 같은 일을 하지만 배달 대행업체와 위탁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는 자영업자 신분으로 노동기본권에서 배제되어 있다. 우리는 이것이 정당한 것인지를 살펴보았다. 그동안 배달 노동자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국적인 차원의 대규모 실태조사는 없었기에 본 연구 결과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배달 노동의 특징

 

배달 노동자 실태조사는 전국적으로 1,628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는 서울, 수원, 대전, 서산, 당진, 아산, 충남, 울산, 광주 등 9개 지역의 배달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했고 구체적인 인구 통계학적 결과는 [표1]과 같다. 남성(97.1%)이 대다수이며 20대부터 40대까지 골고루 분포해 있었다. 배달 업무 기간을 보면 3년 이상이 약 60%로 나타나 배달 일이 아르바이트가 아닌 생계를 위한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평균 근속기간은 4.3년) 대학 졸업의 고학력도 24.2%로 나타났다.

 

정흥준_표1.jpg

 

연구 결과, 배달 노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첫째, 배달 노동자의 높은 사고율과 대책의 부재이다. 놀랍게도 배달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인 55.3%는 지난 1년 동안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울산이 71%로 가장 많았으며 서산(63%), 대전(61%), 수원(60%)도 높은 사고율을 보였다. 사고가 나는 이유는 배달 접수 후 30분 안에 배달을 해야 하는 업무 지침과 가능한 한 많은 배달을 해야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고 유형을 보면 ‘주행 중 넘어지는 사고’가 60.7%였으며 자동차와의 충돌 사고도 56.1%로 높아 중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았다. 한편, 높은 사고율과 달리 대책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사고 시 상대방에 대한 대인·대물 피해는 보험 처리로 가능하지만 보험료가 매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대인·대물 피해 관련 보험료가 600~1,000만 원에 이르는 등 매우 비싸 무보험 비율이 19%로 나타났다. 보험을 들었다고 해도 본인이 다치는 것에 대해선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산재보험을 통해 본인 치료를 해야 하지만 산재보험 가입률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 산재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둘째, 대다수 배달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처럼 전속되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배달 노동자/배달 대행업체/배달 앱 간에는 높은 전속 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속 관계는 근로 계약을 가진 고용 형태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한 업체에 전속되어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배달 노동자의 84.8%가 특정업체와 전속적인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배민라이더스 등 대기업형 배달 앱은 전속 대행업체가 지역별로 존재하고 있어 대행업체에 소속된 배달 노동자도 다른 배달 앱을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배달 노동자가 구조적으로 다른 배달 앱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1인 자영업자로 볼 근거가 매우 희박하였다. 면접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 앱을 본사로 이해하고 있었다. 

 

셋째, 배달 노동자와 업체는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가지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배달 대행업체와 배달 노동자는 사업자 간 위·수탁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절반 수준인 50.6%에 불과하였다. 나머지는 구두로 기간과 보수에 대해 협의하거나(24.2%) 계약 여부를 잘 모른다고 응답하였다. 계약 내용도 당사자 간에 협의로 이루어지기보다 배달 대행업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2%는 배달 대행업체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한다고 응답하였다. 배민라이더스처럼 대형 배달 앱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배달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인데 배달 앱은 프로그램을 통해 수시로 계약 내용을 변경, 고지하고 있었으며 배달 노동자가 변경된 계약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배달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있었다. 이러한 불공정 계약 관행으로 인해 수수료 결정은 배달 앱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었으며 사고에 대한 책임이 배달 노동자에게 떠맡겨져 있었다.

 

넷째, 노조 가입 의사는 34.1%로 높게 나타났으나 실제 노조에 가입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였다. 노조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실제 교섭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아 노조의 효과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교섭이 어려운 이유는 배달 앱은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배달 대행업체도 비공식적 인간관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수의 배달 앱이나 배달 대행업체 모두 배달 노동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배달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교섭에 나서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배달 노동자 실태를 요약하면, 85%의 배달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와 유사하게 특정 배달 앱에 전속되어 일하고 있으나 수수료 결정이나 업무 조건 등은배달 앱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배달 대행업체는 오프라인으로 배달 업무를 관리, 감독하고 있었다. 또한 절반 이상의 배달 노동자가 1년 동안 사고를 경험하고 있지만 사고 책임은 배달 노동자에게만 부과되어 있고, 보험 체계도 불합리하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배달 노동자의 1/3 이상이 노조 가입의사가  있으나 노동조합을 통한 이해대변은 제도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2.토론회.jpg

2020년 11월 19일, 전국 배달 노동자의 노동 실태 분석과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정책 방향 : 노동3권, 사용자 책임, 배달 산업 인프라 개선

 

첫째, 배달 노동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여 노동3권을 부여해야 한다. 실태조사 결과, 배달 노동자는 배달 앱과 높은 전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배달 앱과 배달 대행업체로부터 이중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어 자영업자로 보기어려웠다. 이러한 실태를 반영하여 배달 노동자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배달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 부여와 함께 초기부터 초기업 수준의 교섭을 통해 배달 노동의 처우를 전국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배달 앱과 배달 대행업체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배달 앱은 알고리즘을 통해 배달 노동자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배달 대행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므로 사용 당사자로서 의무가 있다. 적어도 고용보험및 산재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에 대해선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배달 대행업체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고 배달 노동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일상적이어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배달 노동자를 위한 휴게시설을 확충하도록 하며 대행업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기재하고 이를 배달 노동자에게 교부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배달 노동자의 정확한 규모 파악 및 민간보험 시스템 개선, 배달 대행업체에 대한 등록제 추진 등 배달 산업과 관련된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배달 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규모 파악은 배달 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금액으로 책정된 오토바이 민간보험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낮추고, 사고 보장을 넓힐 수 있는 설계를 보험회사에 요청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배달 대행업체 등록제를 도입하여 배달 대행업체가 일정한 요건을 갖출 때 사업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 시 등록 취소 등을 통해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배달 음식을 주문한 고객은 왕이 아니라 돈을 내고 배달 노동자의 노동력과 음식점의 상품을 사는 거래 당사자일 뿐이다. 시민이 노동자를 존중해 주지 않으면 누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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