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심리 치유] 사회적 지지가 필요해요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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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상담 사례를 통해 본

노동자 심리 상태와 치유 활동의 의미


유금분 와락 상담사



쌍용자동차가 7년이 넘는 투쟁을 거치면서 스물여덟 분의 희생이 있었고, 유성 투쟁이 5년을 넘기면서 한광호 열사 이전에 이미 여섯 명의 희생을 치르면서 쌍차·유성 노동자들은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죽음이란 언제나 이들 옆에서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것이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있는 두려운 것이 되었다.


쌍차·유성뿐 아니라 다른 투쟁 사업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들의 비슷한 심리 상태를 우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삶이 활기차고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함께 일하던 동료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걸 보게 되고 가정이 파괴되는 걸 보게 되고 서로 작은 일에도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서 점차 사회에서 밀려나는 느낌이 든다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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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호 열사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쓴 추모글


유성 노동자들의 심리 상태


쌍차·유성 노동자들이 장기간의 투쟁을 겪으면서 나타나게 되는 심리적 상태는 먼저 학습된 무기력이 커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원하지 않는 직장 폐쇄를 겪고 해고와 징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면서 정서적, 인지적, 동기적 결핍이 생겨나게 된다. 결국 우울한 기분, 축소된 자존심, 대처 능력 저하, 수동적 모습들을 많게든 적게든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유성조합 사무실 칠판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회사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해 법원 재판을 받아야 하는 명단이 적혀 있다. 심지어 어떤 조합원은 무슨 일로 재판을 받는지 재판정에 서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고 재판을 받으러 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말을 할 정도로 회사의 고소 고발 남발로 인한 일상생활의 파괴가 심각하다. 상황이 그러한데 그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또 해고자라는 사회적 인식, 그리고 스스로의 자기인식은 사회적·심리적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게 된다. 자신의 상태에 당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불편함을 가지게 되고, 생활습관의 변화와 사회적 관계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이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사회적 지지 체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지지 체계가 안정적일 때에는 스트레스가 낮지만, 이것이 훼손되고 개인의 정체성이 위협 받게 되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유성은 현재도 해고와 징계가 남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측과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안, 무기력, 체면 손상, 낮은 자기효능감이 나타나고 경제적 불안, 분노 등이 높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쌍차나 유성 노동자 모두 처음부터 심리적 불편함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직장 폐쇄를 경험하고 처음 해고가 되었을 때에는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투쟁에 몰두했다. 자신 내부에서의 혼란은 있어도 별다른 느낌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투쟁이 장기화되면서는 분노를 느끼게 되고 우울증, 불면증, 알코올 남용 등의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겪게 된다. 거기에 외로움과 짜증, 피해의식,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이 점차 더해지고 배우자까지 다양한 증상들을 보이게 되면서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커지게 된다. 불안, 무기력, 분노, 알코올 남용은 더 심해지게 되고 현장에 대한 괴리감, 고립감이 들게 되면 혼자 다른 세상에 격리되어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해고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으로서의 상담, 심리치료


다양한 심리적 불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지지와 지원을 받게 되면 심리적 불편함이 감소되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여기에 상담, 심리 치료를 통해 자신과 배우자, 가족, 동료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관계가 개선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유성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지원은 가족의 지원이고, 그 다음이 사회적 지원이다. 투쟁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동료나 지인들과 음주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한 가족의 이해와 지지가 이들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있는데 여기에 사회적 연대, 지원으로 상담, 심리치료의 역할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성의 한 가족은 직장 폐쇄 이후 부부갈등이 심각했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상담과 개인상담을 거쳐 자신의 현재 심리 상태에 대한 성찰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병원 치료를 병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높은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하게 되었고, 서로에 대한 만족감과 신뢰가 높아져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장 폐쇄 이전보다 오히려 부부관계가 좋아지고 아이들에 대한 양육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피해의식이 생기기도 하고, 일하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불안, 무기력 상태가 혼재되어 나타나 심리적 불편함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심리적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가족, 동료들 간의 관계가 개선되면 훨씬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투쟁기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의 특징은 가족, 지인, 사회적 지원 등의 탄탄한 사회적 지지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지 체계는 장기투쟁을 비교적 잘 이겨내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처 방식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이와 같은 변화는 상담, 심리치료를 통해 정서 중심의 대처 방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쌍차나 유성과 같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심리적 건강에 대한 결과들이 나와 있어서 그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이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얼마나 긴급한지 알고 있다. 해고와 징계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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