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심리 치유] 투쟁하는 노동자 마음 살피기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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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마음의 숲 부대표



일하면서 힘든 것, 사람관계


노조 활동이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든 게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도 힘들지만, 사람관계가 정말 힘들다고 말한다. 그만큼 관계가 중요하고, 관계에서 사람은 힘을 얻기도 하고 고통을 받기도 한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와 얼마 전까지 친했는데, 조직 문제로 의견이 갈리면서 서로 마주쳐도 아는 척도 안 해요.”

이외에도 선거로 서로 비방하거나 그로인해 상처를 받게 되는 일도 많다.


몇 년씩 운동을 하다보면 활동가들의 기운이 소진되기도 한다. 문제는 지치고 힘든 것을 넘어서 활동에 회의를 느끼거나 마음이 떠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조직적 성찰이 필요하기도 한 지점이기도 하다.


노조 단결력 강화와 관계 갈등 해소를 위한 인성교육


2006년 민주노총 교육원은 ‘자기 성찰과 관계, 소통’에 관심이 있는 활동가 20여 명을 대상으로 ‘노동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1박 2일, 4회에 걸쳐 실시했다. ‘인성교육’이라는 제목이 ‘인성이 부족한 사람’이 받아야 하는 교육 프로그램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10여 년째 꾸준히 노동조합과 사회단체 등에 확산되어 진행되고 있다.


인성교육은 신규 사업장이나 신규 집행부의 단결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었다. 그리고 조직 내 관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조 간부들을 위해, 투쟁 중인 사업장과 마무리 이후 각종 후유증-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해소와 조직력 복원을 목표로 하는 경우 등 다양한 목표로 많은 사업장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다. 물론 조직 내 피드백도 다양했다. 내용이 부실하다는 피드백에서부터, 엄중한 투쟁시기에 투쟁을 해야지 교육을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석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적지 않았다.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는 채, 사람 간 관계를 생각하니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A 활동가)

“동료들의 개인적인 성격을 회사에서 알 때와 조금 다르게,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게 된 것 같다.”(B 조합원)

“문제의 근원은 나에게 있는데 나를 들여다보고 원인을 풀어가면서 관계를 풀어갈 수 있게 되는 것. 나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C 교육담당자)


이때 같이 했던 ‘노동자 인성교육’팀의 멤버들, 또는 집단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활동가나 조합원들은 운동하면서 좀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 운동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상처들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특집2.집단상담.jpg

노동자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 치유 ‘가치뛰기’에서 집단상담하는 노동자들


투쟁하는 노동자로부터 시작된 ‘노동자 심리 치유’


‘노동자 심리 치유’

과거, 6~7년 전만 해도 낯선 이야기였다. 물론 지금도 낯설 수 있다. 민주노총에서 노동자 심리 치유라는 주제로 공공연하게 진행되었던 첫 사업은 2009년 쌍용자동차 77일간의 투쟁에 참석했던 조합원들과 함께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교육원이 같이 기획해서 진행했던 치유 프로그램이다. 항시 새로운 것은 낯설 듯이 그 당시엔 이런 프로그램이 새롭기도 했지만 왠지 ‘이게 뭐지’하는 어색함도 있었다.


당시 77일간의 투쟁을 마친 동지들은 ‘이명’ 증세를 보이기도 했고, 가족이나 동료관계의 어려움, 경찰 조사에 대한 불안, 이후 복귀 전망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가진 치유 효과도 중요했지만, 이들은 8회, 16시간의 집단 프로그램과 수련회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것 자체가 소중했다.


그 이후 노동자 치유 공간 ‘와락’이 만들어져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 치유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충남노동인권센터의 두리공감은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등 지역 차원의 노동자 심리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의 ‘괜찮아’가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몇 개 지역에서 장기투쟁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치유와 성장 프로그램이 조금씩 발을 내딛게 된다. 지금도 이들 상담사들이 투쟁 중인 사업장에 방문해 개인상담이나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인간적 성장, 관계개선으로


노동조합 활동가와 간부들은 바쁘게 일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일상이나 삶을 돌아보고, 어떤 느낌이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돌아볼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 기회도 별로 없다. 당장의 사업을 하기에도 급급한 현실이다. 사실은 활동가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때때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 개인의 삶과 일상, 인간관계 개선과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종종 ‘개인이 먼저냐 조직이 먼저냐’로 개인과 조직이 갈등적 요소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개인과 조직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개개인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건강한 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다. 운동하는 개인의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소진되고, 운동에서 의미 찾기가 어렵다면 조직 또한 건강하고 활력 있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 개인상담, 치유와 성장을 위한 집단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자각과 통찰의 과정이다.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사랑하는 과정이며, 이는 곧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내적인 힘이 된다. 자기이해가 풍부해지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고, 대인관계, 조직관계를 유연하고 성숙하게 할 수 있는 내면의 힘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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