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교육]공공운수노조-노동과 교육의 만남을 위한 '상상과 접속'

by 센터 posted Apr 28,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한선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교육부실장



교육을 시작하는 지점


가끔 교육 참가자의 심정이 되어 보려고 한다. ‘어떤 마음으로 교육장에 와 있을까?’ ‘무슨 교육을 할 거라는 것은 알고 왔을까?’ ‘교육에 오지 않았다면 이 시간 어느 곳에서 어떤 노동을 하고 있었을까?’ 또한 ‘교육장에 들어와서는 어떤 마음’이 들었으며, ‘강사라고 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등등을 헤아려 본다. 그래서 나는 교육에서 만나는 참가자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번개토론 방식으로 직접 던지기도 한다. 그럴 경우, “대부분 가라고 해서 왔다.”, “무슨 교육인지 내용을 모르고 왔다”고 흔히 대답한다. 나의 교육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 상태, 그 관심 정도에서 출발해 나름대로 정한 나의 교육 목표에 다다르고자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은 공공운수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금속 노동자를 뺀 대부분 업종의 노동자들을 포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용 형태, 근무 형태, 연령, 학교 교육 경험 등이 다양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내가 주로 만나는 교육 참가자들이다. 나는 또 여기서부터 교육을 시작한다.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그 경험과 관점,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 눈높이에 맞춰 어떻게 교육 효과를 높일 것인지 고심한다. 


교육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보통 하나의 교육은 기획(설계)->준비->강의(진행)->평가 과정을 거친다. 그 진행 과정은 집단적으로 이뤄질 때도 있고 몇 가지 정보만을 갖고 혼자 준비해야 할 때도 많다. 교육 진행 형태 또한 중앙에서 기획하고 참가자를 모집해 진행하는 교육도 있고 현장에서 초청받아 짧게는 한두 시간 길게는 숙박으로 진행하는 교육도 있다.   

이 글에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시간 안팎 진행하는 강의 중심 교육이 아닌 간부 대상 기획 교육 준비에서 마무리까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3.함께 가는 학교.JPG



함께 가는 학교 팀워크와 상상력을 높여라 교육(@공공운수노조)


① 교육 준비 : 진단하고 상상하며 접근하기

위에 언급했듯 교육장에 와 있는 참가자들의 상태와 관심, 조건 등을 헤아리는 것에서부터 나의 교육 준비는 시작한다. 흔히 진단과 분석이라고 하는 과정이다. 거기에 조직에서(또는 강사, 진행자가) 전달해야 할 각종 정보와 논리, 방침, 관점을 녹이고자 노력한다. 그것은 교육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각종 실무 준비, 진행자와 강사, 적합한 교육 방식으로 설계되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교육 내용과 방식을 ‘이렇게 할 경우’ ‘저렇게 할 경우’ 어떤 반응과 효과가 나올지 예측하며 기대하는 교육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한다. 즉 ‘접속’을 위한 다양한 상상의 과정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을 준비하면서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교육 참가자를 조직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땀나도록 여러 공을 들인다. 


② 교육 시작 : 교육장에 온전히 머물게 하기


교육에 참가하는 간부들은 저마다 현장에서 노동을 하다 또는 노조 전임자로 온갖 활동에 치이다 오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몸은 교육장에 와 있지만 마음이 온전히 머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든 교육의 첫 번째 시간은 몸과 마음을 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간단한 스트레칭에서부터 게임, 서로 소개하기를 하며 긴장과 서먹한 분위기를 푼다. 또한 교육 일정을 소개하면서 가능한 자발적으로 교육 수칙을   (정하거나)나누게 하고, 이후 이어질 교육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끈다. 


③ 교육 과정 : 서로 만나기  


강의와 토론, 실습으로 이어지는 교육 과정은 강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와 내용, 가치를 만나고 교육 참가자들은 토론과 실습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고민, 생각을 만난다. 이 시간이 깊어질수록 참가자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말문도 열고 눈빛도 나눈다. 나는 이 시간이 제대로 무르익을 수 있도록 자리 배치, 각종 교육 진행 용품, 조명, 환기, 간식 등 각종 교육 환경에 보이지 않는 공을 들인다.


④ 교육 마무리 : 여운 안고 가기


이 시간에는 보통 평가서를 작성하고 수료식을 한다. 참가자들은 교육 과정에 피로감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재충전의 에너지를 안고 갈 것이다. 이 시간에는 그 에너지를 보다 깊게 하고, 서로 나누며 지지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한다. 교육 소감을 나누고 그 마음을 담은 타임캡슐을 만들거나, 마무리 공동작업, 단·중기 자기 계획을 적어 3개월 뒤에 받아볼 수 있도록 준비하기 등을 하기도 한다. 모쪼록 이 교육 과정에서 얻은 에너지가 간부 활동에서 긴 여운이 될 수 있길 기대하며. 


3.수료식.JPG

공공운수노조 간부 교육 2과정 수료식(@공공운수노조)


노동조합 교육, 의미와 과제


그렇게 하나의 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면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곤 한다. ‘짧은(심지어 빡빡한) 교육 일정 동안 기획했던 대로 제대로 교육 효과를 살렸던가?’ 또한 ‘참가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 생각을 나누며 제대로 재충전을 했을까?’ 이 둘 사이에는 조화로운 듯, 모순되는 듯 늘 과제가 남는다. 교육을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그곳으로 돌아가면 온갖 노동 통제와 지배 이데올로기, 노조 활동을 억누르려는 탄압이 무성하다. 그 속에서 수없이 분노하고 투쟁하면서 누적된 피로를 안고 무기력해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잠시 빠져 나와 함께했던 짧았던 교육 과정이 ‘어떤 자양분이 될 수 있을까?’ 자문하며 노동의 뿌리가 될 학습이 노동자 삶 속에 일상적이며 지속적으로 뿌리내리는 조직 문화를 고대해 본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