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교육] 보건의료노조-산별노조 교육 체계 정비,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강연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

산별노조의 핵심 교육 중 하나인 하루교육

조합원 4만 8천 명이 함께하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의 주요 교육 활동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합원 하루교육을 진행한다. 각 지부별 단체 협약에 의해 조합원들은 연간 8시간 이상 유급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 시간을 활용해 본부별로 모여서 하루교육을 합동으로 진행한다. 11개 지역본부가 주관하여 진행하게 되는데 보통 본부별로 1~2주가량 진행한다. 보통 상반기에는 3~5월 사이에, 하반기에는 10월경에 한다. 오전에는 정세나 보건의료노조 활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영상을 보며, 오후에는 실천 활동을 하거나 지부별 시간을 갖는다. 조합원 숫자가 많고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는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전문 극단에 의뢰해 연극, 집체극 등을 기획하여 공연하거나 기획 영상을 제작하여 상영한 사례도 있다. 전 조합원 하루교육이지만 3교대 근무를 하는 병원 사업장의 특성, 현장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연간 1만 2천 명 정도의 조합원이 참여한다. 본부에서 진행한 하루교육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부별로 추가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조합원 하루교육은 산별노조 건설 이전인 병원노련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산별노조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 교육 중의 하나이다. 신규 조합원만 따로 모아서 별도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하거나 연차별로 교육 내용을 달리하는 본부도 있다. 경기본부의 신규 조합원 교육이 돋보인다. 하루교육 참가자들은 오전에 강의를 듣고 나서 오후에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발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 참가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합동조합원 하루교육(@보건의료노조)

현장 간부 양성 교육

두 번째로는 현장 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지부 노동교실, 산별 간부학교, 학습 소모임이라는 3단계로 구상하고 있다.

지부 노동교실은 지부의 상집 간부나 대의원을 대상으로 해당 지부와 지역본부 책임 하에 진행한다. 산별노조 중앙에서는 본부, 지부와 함께 기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 자료, 영상 자료를 제공하고 강사 등을 파견한다. 식대와 뒤풀이 명목으로 참가자 1명당 8천 원의 경비를 지원한다. 대부분 간부 대의원 등 비전임 간부들이 참여하게 되므로 강의는 업무가  끝난 저녁시간에 진행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산별노조의 역사, 간부 활동론, 의료 공공성 문제, 노동 운동사, 단체 협약에 대한 이해, 의료 관련 영상 보기 등으로 5~6회 정도의 강의와 토론, 영상 보기, 뒤풀이 등으로 진행된다. 교육 간격은 격주 1회 혹은 월 1회 등 지부별 사정에 따라 다양하다. 2015년에는 31개 지부에서 연인원 2천여 명이 참석했는데 노동교실에 대한 지부별 평가가 좋은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올해는 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지부 노동교실이 활성화되면 현장 간부 양성에 얼마나 기여하게 될 것인지 기대도 크다. 더불어 노동교실 이수자를 위한 고급 과정, 혹은 후속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산별 간부학교가 있다. 연간 진행되는 고급 과정의 간부학교 형태로 각 지역본부별로 10~20여 명의 간부들을 모아 하루 종일 교육과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보통 4월에 1박 2일로 교육생들과 해당 지부의 지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부별로 성대하게 진행한다. 매월 1회 교육을 진행한 뒤 12월 초에 여러 본부가 함께 모여서 1박 2일로 합동 졸업식을 진행한다. 교육 주제는 보건의료노조 역사, 간부 활동론, 의료, 노동 운동사, 철학 등이며, 매회 교육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가자들의 발제,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지역본부 상황에 따라서는 현장 방문 학습이나 야유회를 곁들여 진행하기도 한다. 연간 진행되므로 교육 진행을 위한 재정과 역량도 많이 소요된다. 보통 60~8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되는 과정이고 이를 이수하게 되면 간부들은 고급 간부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6기까지 매년 26명 정도가 졸업을 했는데 현장 인력난으로 참가자 모집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중단된 상태이다.

보건의료노조 중앙에서 소집하는 교육 과정으로는 연초에 진행하는 신임 지부장 및 전임 간부 의무 교육, 노조 간부 기본 과정, 지부장 리더십 과정, 의료 공공성 학교, 단체 교섭 교육, 노동법 교육, 선전 학교, 선동 교실, 노동 안전 관련 교육 등이 있다. 요즘에는 실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행정 실무나 회계 담당자 교육, 회계 감사 교육, 글쓰기 실습 교육을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신규 조합원들을 위한 교육이다. 병원에서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에 단체 협약에 따라 노동조합 활동 소개 시간이 있다. 보통 지부장이 맡아서 진행하게 되는데 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보건의료노조 소개 및 핵심 활동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을 활용한다. 또한 신규 직원들에게 보건의료노조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소개 책자를 배포한다. 이 교육을 진행하면서 조합원 가입 원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

조합원 참여 이끌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필요

보건의료노조의 교육 사업은 대체로 예산이나 규모 면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편이다. 지부별 교육 담당자를 중심으로 대략 25명 정도가 참여하는 교육위원회 회의도 연간 6회 이상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교육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전체 사업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것인가 등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충분한 토론과 회의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교육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공감대가 있고, 동시에 교육과 더불어 집회와 캠페인 등 실천 활동이 중요하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된다. 무엇보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 특히 여성 조합원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 대해 지적 호기심도 많고 관심도 대단히 높은 편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고민이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전체 조합원 하루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교육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매년 3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 인력이 부족해 교육 참가자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조건을 극복하고 교육에 참여하는 조합원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별도 대책이 필요한데 별로 뾰족한 답이 없다.

또한 병원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직률이 대단히 높다. 병원 현장의 지부 간부들은 새롭게 입사한 젊은 세대 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나 노동조합 활동을 소개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심지어 파업에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데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 방안 마련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지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 지부 노동 교실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새롭고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 개발과 쉽게 읽을 수 있는 학습 교재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용 영상에 대한 수요도 역시 많다. 대략 3년 전부터 영상 제작을 대폭 늘렸다. 처음에는 주로 기자 회견이나 집회 등 노조의 주요 활동을 촬영하여 배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이제는 수준 높은 기획 영상이 아니면 조합원들의 눈길을 잡기 어렵다.

조직화, 노조 활성화나 교육 활동 강화에 왕도는 없다. 어렵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보다 많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더 많이, 더 자주 반복하여 교육해야 한다는 것, 간부 발굴과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지속적하는 것,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돌아보면서 안정적으로 간부들을 양성할 수 있는 정리된 단계별 프로그램 개발, 교육 사업에 대한 중장기 발전 전략과 목표를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