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 당선작 우수상] 자동차 영업사원의 눈물

by 센터 posted Dec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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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동조합 위원장



나는 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 즉 남들이 흔히 말하는 자동차 영업사원(카 마스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 폐업으로 실업자가 되었다.


동일 노동 차별 대우


현대기아자동차 판매 노동자는 원래 모두 정규직이었다. IMF 경제위기 당시 현대자동차는 구조조정으로 대리점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정리해고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하든가 대리점 소사장제를 수용하든가 선택을 요구했다. 그래서 많은 수의 정규직 판매 노동자들이 퇴직하고 대리점으로 이동하였으며, 지점·대리점 업무 구분 없이 일을 똑같이 해왔다. 지점 판매 노동자는 본사에서 직접 채용해 운영하며 모두 정규직 노동자이다. 그래서 급여 및 상여금, 각종 성과급, 지원금, 복리후생 등 그 처우가 대리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좋은 편이다.


그에 반해 대리점 판매 노동자들은 지점 정규직 사원과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방법으로 똑같은 일을 함에도 기본급, 4대 보험, 십 수 년을 근무해도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한다. 대리점 소장들은 현대자동차와 처음부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 계약서가 아닌 용역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였으며. 이마저도 작성하지 않고 근무하는 대리점이 대다수이다. 최저 생활비조차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차량을 한 대도 팔지 못한다면 급여는 0원이다. 이런 이유로 건강보험료가 연체되고 생활이 어려운 판매 노동자들이 상당히 많다.


대리점 소장들은 한 달에  수천만 원의 순수익을 얻어간다. 사용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은 지지 않고 대리점에서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소속 판매 노동자들이 차량을 판매하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로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는 수준의 노력만으로 본인들 노력의 가치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앉아서 챙겨가고 있다. 대다수의 대리점 소장들은 본인 소유의 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대리점 운영으로 쌓은 보유 재산은 상당하다. 인근 대리점 소장은 강남의 타워팰리스가 두 채다.


막말은 기본, 인권 유린 심각


대리점 판매 노동자들은 원청과 대리점 소장들의 온갖 갑질과 횡포, 착취뿐 아니라 폭언 및 폭행 등의 인권 유린까지 겪으면서 노예처럼 근무하고 있다. 막말은 기본이고 맘에 안 들면 수시로 해고를 남발한다. 설령 대리점 소장이 맘에 안 들어서 타 대리점으로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가 없다. 원청 및 소장들만의 짬짜미로 본인들 허락 없이는 6개월간 타 대리점으로 이적 금지한다는 그들만의 규정 때문이다. 6개월이 지나 타 대리점에 취업하려고 해도 자기들끼리 살생부를 공유하면서 맘에 안 드는 직원은 사실상 어디에도 취업을 못하게 하고 있다. 직원들을 자신의 재산으로 생각하며 옮기고 싶어도 마음대로 옮기지도 못하게 하는 이것이야말로 신 노예계약이라 할 수 있다.


대리점 판매 노동자들은 차를 팔지 못하면 급여가 0원이므로 무리해서 차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분기별로 월평균 세 대를 판매하지 못하면 원청에서 ‘부진자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집합교육을 시키고 각종 모욕을 주어 퇴사를 종용해 왔다. 기본급도 주지 않으면서 실적을 이유로 해고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지점 정규직 직원은 저성과로 인한 부진자 교육을 받거나 해고되는 일이 전혀 없다.게다가 직영지점 정규직 직원은 하루에 교통비 및 식대로 21,000원을 지급하지만 대리점 직원들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 휴일 당직근무는 원청 및 대리점 소장의 지시에 의한 필수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휴일 근무수당도 없을 정도로 직영지점 정규직과 대리점 비정규 판매 노동자들 간의 차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자동차 본사는 대리점 직원의 입사부터 퇴사까지 모든 업무 전반에 관여하며 업무지시 및 지휘 관리감독을 한다. 입사 시 본사 4박 5일 집합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시험에 통과해야 대리점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이른바 사번이라는 판매코드도 본사에서 승인 발급해주며 직급 및 승진 또한 본사에서 한다. 수시로 집합 교육과 동영상 교육을 받고 본사의 지시 및 지휘 관리감독에 따라야 한다.


본사는 정기적으로 판매 대리점 노동자의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무지도란 명목으로 판매노동자의 통장거래뿐 아니라 배우자의 통장까지도 제출하라고 한다. 통장 거래내역을 검사하여 본사의 근무규정 및 업무지침에 위배된 사항이 적발되면 본사에서 징계를 한다. 임금을 위한 종속적인 관계이고 업무지시 및 지휘 관리감독은 정규직들보다 더 많이 받는데 본사 및 대리점 소장들은 노동자로 인정조차 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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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석촌대리점 앞에서 시위 중인 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자동차판매연대노조)


노동조합을 결성하다


나는 이런 부당한 차별을 없애고 노동기본권을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2015년 3월경 기아자동차 정규직노조 박주상 동지가 노조를 만들자고 제안해왔다. 밴드를 만들게 되고 많은 대리점 판매 노동자들이 가입을 하고 뜻이 있는 동지들이 비밀리에 결의를 다지며 2015년 5월경 금속노조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금속노조 담당국장 및 전국의 동지들과 비밀리에 한 달에 수차례 회의를 하면서 꼼꼼히 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했다.


애초에 우리는 금속노조의 지회 설립총회를 원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입장은 “당장 받아 줄 수가 없다”라는 의견이었다. 우리 주체는 노동조합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상급단체 없이 단독노조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동조합(이하 판매연대)’으로 8월 22일 총회를 하고 나는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조직 대상은 국내 완성차 5개 회사 현대, 기아,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자동차 판매 노동자의 연대체이다. 현대기아자동차 대리점 판매 노동자만 해도 만 명에 가깝다. 나머지 3개사를 합치면 2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노동조합 출범과 동시에 위원장 및 임원들의 신원이 밝혀졌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현대기아차가 발칵 뒤집혔다. 총회 며칠 만에 열 명이 넘는 임원들은 모두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나 또한 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본사에서 명단을 입수해 각 대리점 소장들한테 해고를 지시한 것이다. 결국 모든 임원들은 노조 탈퇴를 하였고, 사무처장과 위원장인 나한테는 퇴사를 강요했다. 사무실 열쇠를 뺏고 당직 근무를 배제하고 차량계약서를 반납하라고 했다. 나는 영업사원이기 때문에 차량계약서가 없으면 차량을 계약할 수가 없다. 즉 실질적으로 해고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폭언 폭행 강제추행이 시작되다


우리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2015년 9월 18일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동조합’이라는 정식 노동조합 설립인가를 받게 되었다. 그 후로 사측은 더욱더 강력하게 인권 유린적인 탄압을 했다. 나는 해고를 인정할 수 없어 매일 출근투쟁을 했다. 대리점 소장은 조회시간마다 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40분 가까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시작했다. 그래도 계속 출근을 하니 이제 침을 뱉고, 목을 조르고, 때리고, 팔을 꺾고, 발로 차고, 눈을 찌르고, 머리로 들이받는 등 폭행을 하고 심지어 얼굴에 바람을 불어 넣고 귓불을 빨고 얼굴과 입술을 핥는 등 강제추행을 하고 집에 찾아가서 칼로 죽이겠다는 끔찍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정말 출근할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고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텼다. 나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 현대자동차 곽진 부사장과 석광수 이사 및 본사 대리점 지원팀 담당자들한테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수차례 현 상황 해결을 위한 이야기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는 것은 없었고 대리점 대표는 계속 “국회에나 가서 떠들어라”는 비아냥거리는 말과 폭언 폭행은 더욱더 강력하게 계속 이어졌다.


3주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큰 충격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결국 나는 이 부당하고 인권유린적인 현실을 언론사에 제보할 수밖에 없었고 2015년 10월 19일, 21일, 22일 3일 동안 KBS 9뉴스에 방송되었으며 다른 많은 언론사들도 보도하기 시작했다. 장하나 의원과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노조 탄압 규탄 기자 회견도 했다. 국민들은 공분하였고 큰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대자동차는 사과는커녕 뻔뻔하게 본인들과는 무관하다는 모르쇠로 대응조차 안 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대리점 판매 노동자들을 편의점 알바에 비유하면서 본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정말 후안무치하고 어처구니없는 비상식적 해명 아닌 해명으로 일관했다.


보복감사를 하고 직장을 폐업하다


현대자동차는 내가 근무하던 안산중앙대리점을 타깃감사로 21일간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더니 그것도 모자라 한 달 후 안산중앙대리점을 폐쇄했다. 통상적으로 판매대리점이 폐쇄하게 되면 인근의 대리점으로 해당 소속 영업사원들을 고용승계 해서 전환배치 해주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노조에 가입한 동료들은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들이지만 퇴직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것이다. 전국의 모든 현대기아자동차 대리점 소장에게 안산중앙대리점 직원 명단을 배포하여 절대 채용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노조는 대리점 소장들한테 노조법에 의한 단체 교섭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대리점 소장들은 본사의 일관된 지침 하에 영업사원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황당한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대리점 영업사원은 모두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판정하였지만 대리점 소장들은 대형 로펌 태평양을 선임하여 행정 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노동 행위가 인정된 두종기 전 사무처장 건도 행정 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올해에만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6개 대리점이 폐쇄되었다. 거기에 기아 주례대리점의 부위원장과 분회장 및 현대자동차 금암대리점 9명 조합원 전원이 해고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노조 확산을 막기 위해 대리점을 통째로 폐업하고 전국의 모든 대리점 소장들은 “노조에 가입하면 대리점을 폐업하겠다”라며 협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리점 소장들은 한결같이 “부당 노동 행위는 무섭지 않다. 벌금 몇 백만 원 내면 그만이다. 대법원까지 시간을 끌면 니네가 얼마나 버티겠냐” 하면서 그전에 노조를 파괴하겠다고 공공연히 발언하면서 부당해고를 자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상식 이하의 이유로 해고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며 그 배후에는 현대기아차 본사가 있다. 현대기아차 본사는 대리점 직원들과 사용 종속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뒤에서는 비열하게 노동 탄압을 하고 있다. 올해에만 해고자가 100여 명에 이른다.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사용자?


우리는 상급노조의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에 작년 2015년 5월경부터 줄기차게 금속노조에 가입을 요청했다. 결국 올 초에 금속노조와 협의하여 조직 형태 변경 총회를 하기로 결정하고 몇 달간의 총회 준비를 거처 5월 21일 금천구청에서 성공리에 총회를 마쳤다. 하지만 현재까지 금속노조의 가입 승인은 정규직노조의 반대로 보류되고 있다. 이유는 적대적 관계에 있는 대리점 직원이 같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지금까지 사측과 체결한 단체 협약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당 주체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진행, 대안 수립 후 가입을 하라는 주장이다.


정규직노조의 적대적 관계라는 표현은 동의할 수 없고, 정서 차이로 대책과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는 가면서도 나한테는 배부른 자의 진정성 없는 핑계꺼리로 들린다. 정말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 있으면 만나서 대화로 풀면 된다. 우리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있다. 정규직노조가 대화조차 거부하고 노조 가입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노조 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짓밟는 것으로 어용노조나 하는 일이다. 함께 힘을 합쳐 현대기아차 자본을 박살낼 생각은 안 하고 정몽구가 가장 원하는 것을 앞장서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얼마 전 금속노조는 중앙위원회에서 가입 승인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도 가입 승인 논의는 정규직노조 반대로 또다시 무산됐다. 회의가 끝나고 우리 조합원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가입 승인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나는 가슴이 찢어졌고 노조에 가입하는 것조차도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산별노조의 위원장이 기업지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규약을 어겨가며 스스로 결정을 못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다. 노동조합 역시 현 기득권과 다를 바 없이 권력과 정치적 술수가 난무하고, 그 권력의 정점은 인원수가 많은 대기업 정규직노조에게 있고, 그 알량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양상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기업만 사회적 책임이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조직된 대기업 정규직노조에도 분명 약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판매연대는 끝까지 간다


우리는 정말 홀로 열심히 투쟁해 왔고 앞으로도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다. 상당수 동지들이 칼 맞아 피 흘리며 다 죽어가고 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 본사 및 모든 대리점 소장들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불법적이고 인권유린적인 노동 탄압을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 판매연대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투쟁 없이 쟁취 없다’라는 각오로 투쟁할 것이다. 반드시 자본을 무릎 꿇리고 재벌개혁에 앞장서며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동지들과 함께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을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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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7764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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