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 노동]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by 센터 posted Oct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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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센터 이사


참석 
고혜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위원장
권혜선 홈플러스노조 부위원장
심명숙 다산콜센터노조 사무국장
이숙희 홍익대 청소노조 전 분회장
 
시간  2016년 9월 26일


장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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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그리고 여성


신경아 _ 비정규직이면서 특히, 여성인 노동자들은 이중의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또는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느낀 문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권혜선 _ 홈플러스는 1만 5천에서 6천 명 정도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예요. 40대 후반에서 50대 여성이 가장 많은데 3년 내내 조합원 수가 늘지 않네요. 조합원이 1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일 년에 2백 명 가입하면 2백 명이 그만두는 거예요. 제일 걱정인 게 홈플러스가 매각되면서 매각 투쟁하느라 1년을 허비했고, 올 1년도 제대로 싸우지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조합원들이 싸우려는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3년 해보니까 임금 협상을 해도 우리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단체 협상도 중요하고, 권리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한 문제예요. 저희는 최저 임금 사업장이거든요. 홈플러스가 처음 생겼을 때 시급이나 지금 시급이나 최저 임금이긴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열심히 싸웠는데 임금 협상은 또 다른 문제인 거예요. 조합원들이 만족하지 못하니까 여기에 대한 실망감이 크죠. 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혜택은 똑같이 받기 때문에 비조합원도 노동조합에 꼭 가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어요. 특히 중년 여성들이 많다 보니 정규직이 될 기회가 없어요. 홈플러스에는 우수선임제도라는 게 있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우선순위가 있죠. 저도 관리자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줌마들한테 일시키는 것보다 청년들 시키는 게 더 편한 것도 있겠죠. 그렇지만 너희가 하는 일 우리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우리한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불만도 많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죠.


신경아 _ 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하진 않나요?


권혜선 _ 그게 참 힘든 게 일 년에 두 번 하는 인사고가 제도가 있는데 참 치사하거든요. 평가를 잘 받으면 30만 원을 주고, 승진 기회도 주어지죠. 그런데 20~30대 중에 쟤를 키워야겠다고 하면 그 친구들에게 연속적으로 혜택을 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자식들 같고 젊은 애들이 먼저 커야지 하는 생각에 이해를 했어요. 그런데 일을 잘하는 친구가 아닌데 관리자들이랑 친하다는 이유로 선임이 되면 많이 속상하죠. 남성이면서 비조합원이고 젊은 사람이 우선이죠. 이 문제로 본사와 지속적으로 회의도 하고 문제 제기도 했는데 잘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회사는 자기들의 고유 권한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거죠. 풀리지 않는 숙제 같아요.


심명숙 _ 다산콜센터는 2011년 9월에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서울시에 상담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어요. 서울시 고유 업무이고 상시 지속적인 일이기 때문이죠. 노조가 생기면서 가장 좋은 게 그 전까진 칸막이 옆에 누가 일하는 지도 모르고 다음 날 안 나와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이 어렵고 힘드니까 그만뒀나 보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노조가 생기면서 교류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다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거예요. 다산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30대 여성이 가장 많아요. 이 나이 여성들 대부분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많다 보니 여섯시 칼퇴근을 해야 돼요. 여성들 대부분이 육아와 가정을 자기가 책임져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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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숙 다산콜센터노조 사무국장


신경아 _ 다산콜센터는 감정노동 문제도 심각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심명숙 _ 노동조합이 있어도 진상 민원인들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전화를 먼저 끊을 권리를 보장하긴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양하잖아요. 법적 조치할 수 있다는 경고를 세 번하고 전화를 끊을 수는 있지만, 그 상황에 닥치면 숨도 안 쉬어지고 손이 떨려서 전화기 버튼 누르기도 힘든데 말까지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요. 바로 대놓고 욕하지는 못하잖아요. 속만 썩는 거죠. 전화를 끊어도 다음 전화를 또 받아야 하니까 그 당시는 잊을 수 있지만 한 달 두 달 쌓이다보···. 5~6년 된 분들은 약간 우울증 같은 게 있어요. 무기력해지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들이 몸으로 들어오는 거죠. 병원 가면 백이면 백, 일을 그만두라고 얘기하죠.


신경아 _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하면서 90퍼센트 이상 줄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줄지 않았나요?


심명숙 _ 단순히 수치로 보면 줄어든 건 맞지만, 실제로는 진화했죠. 욕하고 소리 지르면서도 화내는 거 아니라며 말꼬리 잡고 집요하게 늘어지죠. 지능화되면서 오히려 상담 시간만 길어졌어요. 그전엔 차라리 욕 한 번 하면 경고하고 끊을 수 있었는데 이젠 욕을 안 하면서 한 시간씩 붙들고 사람을 질리게 만들죠.


고혜경 _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도 만든 지 5년 됐어요. 조합원 80퍼센트 가량이 여성이고, 학교폭력 상담사나 교육복지사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해요. 그런데 급식실에 있는 분들이 많다보니 40대 이후가 많이 계시죠. 학비노조는 전남을 시작으로 2011년 전국 지부가 꾸려지면서 교육청 직고용과 호봉제, 두 가지를 요구했어요. 인건비부터 노동 조건까지 모든 걸 교육청 지침을 받는데 교육청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했죠. 하지만 5년간의 투쟁으로 교육청 직고용을 만들어냈죠. 2004년 7월부터 교육부가 연봉제를 만들면서 임금체계를 바꿨어요. 말이 연봉제지 일하는 날수를 계산해서 일당 곱하면 연봉 나오잖아요. 그걸 열두 달 나눠준 거예요. 방학 때 일 안해도 월급 준다고 생색을 내면서. 그 당시 50만 원 받고 일했거든요. 우리는 실제로 공무원이 아닌데도 공무원 기본급이 올라가면 우리도 기본급이 올랐어요. 공무원 기본급이 3퍼센트 오르면 우리도 3퍼센트, 동결되면 우리도 동결인 거예요. 몇 년 동안 동결된 적도 있어요. 공무원들은 호봉이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20년을 일하나 월급이 똑같이 83만 원 정도였어요. 2012년 처음으로 교통비며 서너 가지 수당을 만들어서 100만 원을 만들어냈고, 그 이후에 근속수당, 위험수당, 급식비 등 이런저런 수당을 만들어서 거의 두 배로 월급이 올랐죠. 정기 상여금이 한 푼도 없었는데 올해는 총파업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상여금 50만 원을 만들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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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숙희 _ 노동조합 활동하다 현장으로 돌아온 지 1년쯤 됐어요. 노조 만들고 임금도 많이 높아졌죠. 청소 노동자 경우는 노조를 하기 전엔 70만 원 받던 게 지금은 150만 원 정도 받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속상한 건  “우리는 이만큼이면 됐어. 이젠 그만 싸워도 돼”라며 만족한다는 거죠. 특히 여성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해서 속상해요. 24시간 근무이긴 하지만 90만 원 정도 받던 경비 노동자들은 노조 만들고 200만 원 넘게 받거든요. 남자들은 본업이고 우리는 여자니까 부업 정도 한다는 인식에 젖어있는 거죠. 그러다보니 집회 나가기도 싫어하고···. 지금은 조합원 신분이다 보니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노동조합 힘이 커져서 ‘갑’이 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노조 간부 눈치를 많이 보죠.


차별도 모자라 인권 침해까지


신경아 _ 여자가 남자보다 임금이 낮은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성 차별적인 인식이 내면화되어 있고,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측면도 있어요. 여성들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잘 보이려 하고, 여성들끼리 경쟁하고 분열하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요. 노조에서도 여성주의 의식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고혜경 _ 학교 같은 경우도 대부분 여성이잖아요. 차별 받는 거 되게 많아요. 비정규직은 행정실에서 관리해서 행정실장이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담당 교사가 미묘하게 괴롭히기도 하죠.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그동안 하지 않던 일을 스트레스 주며 세세하게 시킨다든지, 말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아요. 비정규직이어서 일단 깔아놓고 무시하는 것도 있는 거 같아요.


권혜선 _ 특히 노조가 없는 매장에서 관리자들이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5분만 늦게 오면 “어이~ 아줌마, 그냥 가세요.” 하는 게 예사였어요. 외모가 좀 못 생겼다싶으면 업체 담당에게 전화해서 예쁜 사람 보내달라고 하고. “아줌마 얼굴 보면 누가 만두 먹고 싶겠어?” 하는 식이죠. 그때는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도 했어요. 노조가 생기면서 그런 말 함부로 못하죠. 노조 만든 지 얼마 안 돼 한창 파업 나가고 그랬을 때였어요. 쟁의 기간이 아니니까 보건 휴가 쓰고 나가야 될 때가 있었어요. 관리자가 조합원들한테 “나이가 몇 살인데 뭘로 증명할 수 있냐”며 기가 막힌 말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지부가 없는 데는 보건 휴가 못써요. 보건 휴가가 있는 지도 몰라요. 정규직 여성도 출산 휴가 3개월만 쓰고 눈치가 보여서 그냥 나오는 분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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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선  홈플러스노조 부위원장


심명숙 _ 우리는 아무래도 상담 전화를 받다보면 인권 침해를 당하게 되죠. 똑같은 문제여도 남자 상담사가 받으면 넘어갈 일을 여자 상담사가 받으면 심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가씬지 아줌만지 모르겠지만···.” 하면서 젊은 여성 목소리면 반말하고, 뭘 모른다는 식으로 무시하죠. 반말하지 말라고 하면 잠깐 존댓말 섞었다가 “왜 듣기 싫어?” 하는 식이예요. 그리고는 뇌가 없냐, 왜 말을 못 알아 듣냐, 남자 바꾸라며 여성을 비하하는 태도를 많이 보여요.



반찬값 벌러 나온 여자라고요?


신경아 _ 옛날에 청계피복노조를 보면 재단사와 미싱사가 일을 똑같이 하는데도 재단사 월급이 훨씬 많았잖아요. 여성들도 생계는 남자가 책임지고 여자들은 반찬값 정도 벌면 되지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현실은 어떤가요?


권혜선 _ 같은 마트 내에서도 분야는 다르지만, 야채 코너에서 일을 하나 생선 코너에서 일을 하나 어디든 다 힘들잖아요. 그런데 일의 강도는 고려하지 않고 인원을 배치하다 보니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한데도 인원 보충을 안 해줘서 병이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멀쩡한 사람이 없어요. 노조 생기기 전엔 병가도 없었거든요. 연차를 쓰거나 휴무로 대체하는데 연차가 모자라면 대부분 그만뒀어요. 다음 달 휴무를 당겨쓸 수도 없고···. 노조가 생기면서 병가를 쓸 수 있게 됐죠. 단협을 잘 만들어서 3개월을 쉬어도 기본급은 나오게 되어 있어요. 노조가 없는 곳은 여전히 연차로 병가를 대신 쓰고 있어요. 마트는 365일 내내 사람을 구해요. 그런데 사람도 안 구해져요.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우리가 다해야 하는 거예요. 아니면 그만두는 거 외엔 방법이 없어요.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팔다리가 아프면 일을 못하잖아요. 병가를 자주 쓰면 눈치가 보여서 더 쓸 수도 없고 그만둘 수밖에 없죠. 사실 40~50대 주부들은 가정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일하는 분들이에요. 그래도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거든요.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분들에겐 이곳이 전쟁터에요.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그러니 노조 활동을 하면 잘린다고 생각해서 함께하기 두려워해요. 저도 노조 활동하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아줌마가 비정규직이든 뭐든 일해서 한 달에 돈 백만 원씩 받고 그러면 괜찮은 거 아냐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활동하면서, 내 주위를 둘러보게 되면서 180도로 바뀌었죠.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잖아요. 옛날 친구들이 저를 보면 놀래요.


고혜경 _ 학교도 마트랑 똑같아요. 나이가 있다 보니 먼저 배우자를 보낸 분도 많고, 혼자 사시는 분도 많아요. 생계가 절실해서 일하는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남편 때문에 노조 활동 안 하는 분들도 있어요. 남편한테 물어보고 하겠다는 분들도 있고요. 여성들 대부분 비슷한 거 같아요. 그럴 땐 많이 답답해요. 그런데 저도 그렇게 살았거든요. 비정규직으로 일했지만 비정규직의 설움을 특별히 느끼지 못했어요. 좋은 교장이나 관리자 분들을 만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지부장할 때 조합원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가슴으로 느끼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지부장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죠.


이숙희 _ 대학노조는 단체 협약이 잘되어 있어서 일 년에 연차 15개 다 쓰고도, 방학이 있어서 거의 25개 정도 써요. 연차는 다 쓰게 해줘요. 그런데 문제는 연차를 쓰면 대체 인력이 필요한데 안 넣어줘요. 그러면 한 사람이 휴가 가면 다른 사람 일이 많아지잖아요. 처음엔 다 썼는데 휴가 한 번 가려면 옆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불편하죠. 그래서 대체 인력을 달라, 안 그러면 다만 얼마라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예요.


고혜경 _ 저희도 휴가 같은 거 맘대로 못써요. 대체인력이 없어서. 공공기관이다 보니 육아, 출산 휴가는 단체 협약이 되어 있어서 쓰긴 하는데 연가나 병가 같은 건 제대로 못써요.


심명숙 _ 다산콜센터는 30대 여성이 많다보니 비혼인 분도 있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한부모 가정도 많이 있어서 실제로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생활이 빠듯하죠. 월급 160만 원 정도 받는데 월세 내고 생활비 하고···. 반찬값 벌려고 오는 게 아니에요. 365일 센터다보니 한 달에 네 번, 여섯 번까지도 주말 근무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야 200만 원 정도 버니까요. 휴일 반납하고 매일같이 나오는 거예요. 결혼했더라도 요즘 온전히 정규직인 집이 많지 않잖아요. 남편도 비정규직이지, 그러다 보니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원래 공무원이 하던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건데 서울시 공무원은 호봉제가 있지만 우리는 일 년에 기껏해야 4~5만 원 월급 올라가는 거 외엔 없거든요. 일 년에 백만 원도 안 되는 상여금 나눠주고, 노조 만들기 전엔 명절에 두 번 3만 원씩 주는 게 다였어요. 노조 만들고 5년 투쟁하고서야 15만 원 받을 수 있게 됐죠. 남들 보기엔 서울시가 운영하니까 노동 조건이 되게 좋은 줄 알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번에 서울시의회 조례 통과하면서 의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해요. 이렇게 열악한지 몰랐다고.


여성 중심 노동조합의 힘


신경아 _ 노동조합 내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있을 것 같아요. 제도적인 문제도 있을 테고, 노조 내부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고요. 여성 중심 노조만의 특징도 있을 텐데요. 여성의 투쟁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이숙희 _ 모성 본능이 있는 거 같아요. 경비 노동자들은 자기네 일인데도 잘 나서지를 않아요. 우리가 찾아가서 소리 지르고 싸우고 다하죠. 무슨 일이 있으면 여자들을 데리고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들이 우리의 울타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조직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지만 조직해낸 노조 중에도 노노 갈등이 생겨요. 청소 쪽이 유난히 더 심한 것 같아요. 한 사람 더 조직한다고 해서 월급이 오르는 게 아니니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속상했어요. 복수노조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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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희 홍익대 청소노조 전 분회장


권혜선 _ 남성들은 자기 가정이 붕괴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저희도 어디 나가서 싸우면 잘 싸우거든요. 40대 초반에 사회에 나와 아줌마가 일을 하게 되는 경우다 보니 여유가 있어요. 어차피 우리는 가진 것도 없고 무서울 게 없는 거예요. 왜냐면 자식 키우면서 볼 거 안 볼 거 다 봤는데 두려울 게 뭐 있나, 몇 십 년 살면서 어떻게 싸워야하는 지도 알고, 잘리면 딴 데 가서 다른 일 하지 하는 맘도 있어요.


심명숙 _ 여성노조의 특징이 있어요. 뭉치면 잘 안 깨져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뭉치면 의리가 있고, 끈끈한 정이 있어서 잘 안 떨어져요. 싸우다 보면 내 목소리로 소리 내서 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질 때 지더라도 소리 한 번 질러보고 지자. 그런 거에 대한 희열도 있어요.


고혜경 _ 학비도 성과를 내서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5년을 지나다보니 여러 문제가 나타나긴 했어요. 교육을 통해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일 절실한 건 잃을 것 없는 절박함 같은 것들이 투쟁의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신경아 _ 잃을 게 없는 사람은 무서울 게 없어요. 가진 게 있는 사람들은 전선에 못나서죠.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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