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가, 생활임금인가]부천시 생활임금조례 시행 1년을 돌아본다

by 센터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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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종명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센터장



2013년 부천시에서는 시의회 강동구, 안효식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되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부천에서 생활임금조례가 시행되었다. 생활임금조례 시행으로 부천시에서 직접적으로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7~8퍼센트 높은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작년 최저임금이 시급 5,210원이었을 때, 생활임금은 5,580원 이상으로 책정되었다. 올해의 최저임금이 시급 5,580원이 되었을 때, 생활임금은 6,050원 이상으로 정해졌다.

사실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최저임금 제도였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매년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 기준으로 50퍼센트를 정하자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최저임금 제도는 노사 간의 이견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그 취지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취지에 부합해 인상되지 못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최저임금이 높았기에 생활임금 제도가 거의 없지만(런던은 있음), 미국의 많은 도시와 주에서는(거의 전역) 생활임금 캠페인을 통해 공공 부문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최대 50퍼센트 높은 생활임금을 적용받고 있다. 뒤늦었지만 한국에서도 다른 나라의 생활임금 제도에 착안해 2011년부터 새로이 등장한 가족임금 개념이 생활임금이었다. 


생활임금조례 제정에 따른 우려스러움


당시에 나는 생활임금조례 시행과 적용대상에 대하여 몇 가지 부정적인 의문을 가졌다. 하나는 최저임금이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50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접한 통계로는 37퍼센트 수준이라 들었다) 지역마다 다르게 생활임금이 시행되면, 전체 노동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과 인상 요구는 다소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올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정부조차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예고하며 관심을 높이고 있어 그 수준이 기대되고 있다.

또 하나는 생활임금이 조례로 시행된다고 하여 실제 노동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를 생각했다. 물론 한 푼이라도 더 받으면 좋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이 제도 시행은 노동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기보다는 정치적 효과가 더 크다는 생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조례 시행은 정치적 효과와 함께 널리 알려졌고, 그 정치적 효과는 각 지자체나 정치인들을 통해 생활임금을 시행하게 만들었다. 특히 서울시의 성북구나 노원구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실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수준에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그 적용 대상의 문제다. 공공기관에 직접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는 해당하지만, 용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점이다. 이런 문제는 용역설계에 반영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생활임금조례 시행 1년, 보완할 것은…


부천시 생활임금조례 시행 1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 시점에서는 부천시에서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처음의 부정적인 시각이 바뀌었다. 여러 지자체에서 논의가 확산되고 시행을 하게 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천의 생활임금조례에 근본적으로 찬성을 하면서 문제점 해소를 위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는 대상의 확대다. 부천시의 공공 부문이라 함은 시와 산하기관이 직고용한 노동자와 용역(도급)이나 위탁을 통해 고용한 노동자로 구분된다(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설립및운영에관한조례). 현재는 시와 산하기관이 직고용한 노동자에게만 생활임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조례의 한계 상 생활임금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여 부천시 조례 원안은 통과되었으나 이후 배제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이야말로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고 저임금과 무시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이들 간접고용(용역, 파견, 도급)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생활임금조례 제정만을 자랑할 수 없다. 현재의 조례 한계 상 반영하기 어렵다면 달리 고민해 볼 수도 있다고 본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은 도급액이나 수탁금액에 임금이 용역원가로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의 용역원가를 설계할 때 이미 생활임금 지급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것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담당자가 용역원가에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예산을 반영하는 것과 용역 발주 시에 과업지시서에 생활임금액의 공고를 통해 적용이 된다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본다.

둘째는 생활임금의 대폭적인 상향조정이다. 노동자 가족이 최소한의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려는 취지는 최저임금과 생활임금 모두 해당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퍼센트를 최저임금으로 정하고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을 상회하도록 해야 한다. 부천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대비 8퍼센트 상향 지급되고 있다. 부천시의 생활임금조례가 전국에서 처음인 것처럼, 생활임금 또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퍼센트를 기준으로 대폭 상향되기를 희망한다.

셋째는 생활임금지급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부천시의 생활임금조례는 전국 최초로 제정된 조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하고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근거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경협 의원은 지난해, 생활임금법(최저임금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조례 제정이 더욱 탄력을 받고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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