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가, 생활임금인가]부천시, 전국 최초 생활임금조례 제정

by 센터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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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동구 부천시의회 의원



지난 3월 4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 동안의 입장과는 다르게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없으면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발언은 저금리 정책과 아울러 경기 부양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이미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도로써 전 세계에서 시행 중이다. 하지만 경총의 임금인상률 1.6퍼센트 제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계의 반발과 이후 벌어진 정부 여당의 입장 혼선은 우리나라 최저임금 현실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와는 별도로 서울과 부천에서 생활임금을 시행한 이후, 이제 생활임금 제도는 서울, 경기, 인천을 넘어 전국 곳곳으로 확산 중이다.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생활임금의 확산


최근 전 세계 각 나라들은 양극화 심화의 해법으로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이를 통해 내수경제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경제를 기대하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며 각 주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확대되고 있고, 중국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 인상률이 16.9퍼센트에 이른다.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통해 경제 성장의 방향을 소비 주도로 돌리고 있다. 영국, 독일에서도 명목상 남아 있었거나 폐지되었던 최저임금 제도를 부활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임금 인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일본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임금 인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라는 합의를 한 바, 이는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한다’라는 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문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약속에 발맞추어 일본 유수의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먼저 기본급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노사정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고, 이는 장차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은 미국, 영국 등에서 먼저 시작된 운동이다. 미국은 1994년 12월 볼티모어시에서 미국노총 활동가들과 지역 교회, 소수민족 단체 등 지역 사회 단체들의 운동으로 최초의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하게 되었다. 조례에서는 1999년까지 연방 최저임금보다 50퍼센트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였고, 그 기준은 ‘빈곤선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의 생활임금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어 140~150여 개의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된 바 있다. 영국의 경우 런던시에서는 2001년 공공 부문 저임금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할 것을 목표로 교회·학교·노조 등 40여 개 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동부런던지역공동체 조직을 만들고 생활임금 운동을 시작, 런던 시장이 매년 생활임금을 공표하고 있고, 생활임금은 병원을 시작으로 대학 및 호텔 등 다른 분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은 2012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계약을 맺은 1천 개 이상 기업이 런던시의 생활임금을 적용하도록 만들어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은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도 생활임금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부천시 생활임금의 전개과정


부천시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중견기업의 지방 이전으로 말미암아 공업의 급격한 축소를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만 하더라도 50인 이하 사업장이 99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영세하고, 영세사업장이 대다수인 탓에 저임금, 저숙련 중심의 노동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빈부 격차 증가, 실질임금 하락, 비정규직 확대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인 가운데, 2011년 12월 20일 노사민정협의회 본회의를 통해 생활임금을 처음 제안, 논의하게 된다. 이후 노사민정 실무협의회 토론을 거쳐 2012년 5월 노사민정협의회 본회의에서 드디어 사업 추진을 의결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세 차례에 걸친 공공 부문 노동자 실태조사와 이해당사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부천시생활임금지원조례 제정 추진위원회’의 여섯 차례 회의를 거쳐 조례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말 법제처의 부정적 견해로 인해, 애초 계획보다 협소한 규모로 조례를 수정하게 이르렀다. 게다가 수정안을 부천시의회에서 의결했으나 이마저도 경기도의 재의요구로 인해 2013년 12월 12일에 이르러서야 생활임금조례를 재의결하게 되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4년부터 부천시 소속 근로자 및 출연기관 소속 근로자 중 부천시 28개 부서, 근로자 408명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게 된다.1) 그리고 2015년 부천시의 생활임금은 ‘생활임금위원회’에서 2회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2014년 8월 19일 노사민정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보다 8.4퍼센트 인상된 금액(6,050원)을 생활임금으로 최종 합의하고 현재 시행중이다.


5.부천-강동구 사진대체.jpg

                                                  부천시는 2014년 8월 19일, 2015년 생활임금을 시간당 6,050원으로 결정했다.


부천시 생활임금의 특징


부천시의 생활임금은 최소한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임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열악한 부천시의 재정상황2)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후발 지자체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임금 계층의 소득을 보장하는 보완적 전략으로 고용 관계에 있어서 지방 정부가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아울러 부천시 생활임금 제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역노사민정 합의에 의한 전국 최초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저소득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생활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실질화를 도모하는 지역 파트너십 성과라고 할 수 있다. 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20년이 넘게 지방자치제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와 주장들이 있지만, 부천의 경우 노사민정협의회라는 거버넌스를 이용하여 다양한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고 있고, 그 가운데 생활임금조례 제정 및 시행은 지방 정부의 역할 확대의 근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두 번째 부천시 생활임금의 특징은 임금 인상 구간 설정이다. 타 생활임금이 정률에 의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과 달리 부천시 생활임금은 경력(근속) 반영과 임금 역전 현상을 통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간별로 차등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일례로 2015년 부천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에게는 시급 6,050원을 지급하되, 총 6개 구간을 설정하여 기존 시급이 6,380원을 초과하는 노동자들은 시급 6,500원까지 받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생활임금 시행 과정의 위기들


그러나 4년에 걸친 진행 과정에서 위기는 있었다. 우리가 처음 준비한 조례는 생활임금 지급 대상을 지자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출연 출자기관, 부천시가 업무를 위탁한 업체의 노동자까지를 포함했고, 생활임금 지급을 시장의 책무로 강제했다. 처음의 위기는 실무적으로 충분히 준비한 조례안에 대한 법제처와 경기도의 부정적 의견이었다.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계약법을 위배하거나 그 범위를 뛰어 넘는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조례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 ‘시장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개인이나 단체에 기부, 보조에 해당할 수 있다’, ‘계약당사자에게 벌칙과 의무를 부과할 상위법의 근거가 없다’ 등의 의견이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를 다 수용하는 조례안으로는 생활임금 시행에 의미가 없다는 판단 하에 지급 대상을 시 직접 고용 노동자와 출연기관의 노동자로 축소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후, 노사민정본회의와 부천시의회에서 의결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위기는 경기도가 앞서 설명했던 이유로 재의 요구를 지시한 것이다. 따라서 부천시의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만 했다. 이에 조례안을 공동발의한 의원과 함께 노력하여 의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재의결에 성공하게 된다. 그 이후 경기도가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부천시에서는 법적 쟁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생활임금이 시행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도 진행 과정에서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기에 반드시 4월 임시국회에서는 최저임금법 등 상위법 개정을 통해 필요 이상의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정착은 경제 활성화의 관건


부천시의 생활임금은 상술한 특징 및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숙제를 내포하고 있다. 일단 생활임금이라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의 금액과 협소한 대상자 문제, 향후 대상자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지역 노사민정 간 갈등 가능성, 공공조달에의 적용 시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성북구에서 민간위탁까지 생활임금을 적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여러 지자체에서 모범적인 계획들이 나오고 있고 지난 지방선거 이후 생활임금이 전국적 이슈로 자리매김한 바, 처음 조례를 고민할 때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 도입은 지역의 노사관계 및 복지문제, 지역의 사회경제적 이슈들로 확대되고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술했다시피 미국의 생활임금 운동을 살펴보면 저임금 경쟁을 막는 것에서부터 더 나아가 복리후생, 고용안정 보장 등 노동기본권에 공공서비스 확충 등으로 의제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왜곡된 시장 작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날로 축소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목표를 연계시킴으로써 사회 정책 수단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아울러 지자체가 앞장서서 저임금노동자, 특히 시와 계약 관계에 있는 공공 부문 저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최소한 고용 관계에 있어서 공공 부문의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지자체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고, 이는 하나의 규범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생활임금 실시는 저임금에 의존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저비용 경쟁을 억제하는 순효과가 있고 지역 저소득 근로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방 정부 재정 수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과 지역 단위의 다양한 생활임금 정착은 앞으로 소득주도형 경제 성장의 두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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