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가, 생활임금인가]생활임금 정책을 다시 생각해 본다

by 센터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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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성주 전 서울시 노동전문관, 센터 정책위원



최근 최저임금이 노동계의 주요한 화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례적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노동계와 재계, 그리고 학계의 의견들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주도하여 최저임금 인상을 이슈로 만들기 전에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각 지자체에서 추진한 ‘생활임금’이 주요한 화제였다. 최근에는 적절한 수준의 최저임금(Minimum wage)과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미의 생활임금(Living wage)이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부족하나마 오랫동안 논의되어왔고 국제적인 비교준거가 있는 최저임금 제도와는 달리 한국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추진되고 있는 생활임금 제도는 그 설계에서 실무적인 적용까지 지역별로 상이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생활임금이라는 것이 그 용어의 진보성과는 달리 현실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거나 때로 기존의 임금 체계나 제도를 위협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생활임금 제도의 특징을 중심으로 생활임금제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시 생활임금의 특징


서울시는 지난 2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서울시 생활임금을 시급 6,687원으로 결정하고 이를 일단 2015년에 서울시 및 산하기관 직접고용 노동자에게 적용한 후 내년부터 민간위탁, 용역 등 간접고용 분야에 생활임금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생활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2015년의 경우 약 300여 명이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상보다 인원이 적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서울시가 2011년부터 약 5,625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면서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 수준으로 상향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시의 생활임금 6,687원은 서울시 평균 가구원수 3인(맞벌이부부 2인+자녀 1인)을 기준으로 ‘3인 가구 평균 가계지출값(주거비·식료품비 등)의 50퍼센트(평균 지출 50퍼센트 수준 이하의 삶은 빈곤하다고 가정)’에 서울지역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최소 주거비(3인 가구 최소 주거 기준 36제곱미터의 전월세 실거래 자료 중위값)’, ‘서울 평균 사교육비 50퍼센트’를 합산해 최저 생활 보장에 필요한 가계 지출 수준을 도출하고 이를 3인 가구원 수의 월 총 노동 시간 365시간(맞벌이 부부 1인 : 하루 8시간 전일제/1인 : 하루 6시간 파트타임)으로 나눠 산출한 값(시급 6,582원)에 서울시 소비자 물가 상승률(1.6퍼센트)을 반영했다.

임금 구성에 있어서는 생활임금을 ‘기본급+교통비+식대’로 구성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추진되고 있는 생활임금 정책에 있어서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부분은 임금 구성인데 서울시보다 먼저 생활임금 정책을 시행한 성북구와 노원구의 경우 생활임금 총액은 7,150원으로 서울시보다 높지만 실제로는 예산상의 문제를 이유로 임금 구성에 있어서 연장근로수당 및 가족수당, 위험수당, 위생수당, 처우개선수당 등 다수의 수당을 생활임금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실제 노동자가 받아가는 금액과 임금 상승 효과에 있어서는 보편적 임금 항목인 교통비와 식대만을 포함시킨 서울시의 생활임금이 실질적인 임금 상승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실 임금 구성 항목이 불투명한 ‘용역근로자보호지침’의 ‘시중노임단가’와 산입수당이 정해져있는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이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서울시 공공 부문 내에서도 각 사업별로 노동자마다 임금 구성 항목이 굉장히 큰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생활임금 정책을 시행할 때 오히려 기존보다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경우도 실제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생활임금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사전에 각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 분석과 이에 따라 임금 체계를 기본급 중심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시 역시 개별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가 크게 상이한 이유로 임금 체계 분석과 개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더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은 노동계가 그동안 최저임금에 대한 일종의 우회적 대안으로 ‘생활임금’을 주장해 왔지만 그 출발 개념부터 상이한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의 디테일한 차이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노동계 역시 각 지자체에 생활임금 정책을 요구하거나 협의할 시 구체적인 임금 구성 체계 역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생활임금과 공공 부문 시중노임단가의 차이


생활임금제를 시행함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논쟁이 되었던 적용 대상에 있어서 역시 고려해볼 지점은 있다. 서울시는 2015년의 경우 직접고용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2016년부터 민간위탁과 용역으로 대표되는 간접고용에 생활임금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의 일종인 민간위탁의 경우 사실상 지방자치단체 각 부서에서 임금 수준을 사업설계 시 결정하기 때문에 생활임금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이 액수만큼 사업설계 시 인건비 항목을 수정하면 되고 이에 수반되는 예산만 확보하면 된다.

그러나 ‘용역’의 경우는 그 문제가 조금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 공공 부문의 용역발주에 있어서 생활임금의 적용이 되는 영역은 ‘일반용역’이라 불리는 분야다. 그러나 이 분야에는 정부가 2011년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용역근로자보호지침’에 의거한 각종 노동 조건 보호지침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인건비에 있어서 ‘최저임금’이 아닌 그보다 높은 수준인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게 하는 것이며 이외에도 고용승계 등의 고용안정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시중노임단가는 단순노무에 적용되는 제조업 보통 인부 단가 기준으로 8,109원(2014년 기준)이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기존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던 경우 5,580원과 큰 차이가 나는데 이 때문에 서울시나 성북구 등이 정한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것보다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는 것이 월등한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임금 수준이 시중노임단가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생활임금제의 시행은 기존 용역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제도로 악용될 위험성이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앞서 지적한대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설계한 생활임금의 임금 구성 항목과 시중노임단가의 임금 구성 항목이 현재로서는 완전히 다르므로(예를 들면 시중노임단가에서는 연 상여 400퍼센트를 노임단가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밀하게 정리해 놓지 않으면 얼마든지 예산상의 이유로 임금을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악용될 위험성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임금 구성 문제 외에도 ‘용역’에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데에는 실무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생활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있다고 하나 정부의 ‘용역근로자보호지침’의 시중노임단가는 용역설계 시 시중노임단가를 인건비 항목에 적용하고 이에 낙찰율을 곱한 것 이상을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용역에 있어서 낙찰율은 87.745퍼센트로 최저낙찰율이 절대다수로 적용된다. 따라서 실제 시중노임단가의 8,109원은 여기에 87.745퍼센트에 해당하는 7,115원이 되며 여기에 앞서 언급한 각종 수당 및 상여(연 400퍼센트 이내)가 포함되므로 ‘교통비’와 ‘식대’만 생활임금 항목에 포함시킨 서울시의 생활임금보다 다소 낮아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편 지자체에서 설계한 생활임금이 시중노임단가보다 높을 경우에도 역시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용역근로자보호지침에 의거한 인건비 적용은 시중노임단가에 ‘낙찰율’을 곱한 것인데 지자체에서 자체 설계한 생활임금이 이보다 높다 하더라도 이를 용역 설계에 적용하려면 낙찰율을 피해 가야 한다. 낙찰율 87.745퍼센트를 곱할 경우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를 회피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용역설계 시 인건비 항목의 예정가격을 생활임금에 낙찰율을 역산한 금액을 더한 금액으로 설계를 하고 여기에 다시 낙찰률 87.745퍼센트를 적용해야 올바른 생활임금 액수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현행법상 예정가격을 기획재정부 등의 지침에 의거해 통계청 등에 의해 고시되는 금액 또는 안전행정부 장관과 협의한 금액이 아닌 금액을 설계에 임의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용역 제도와 생활임금이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입법적 절차 등을 통해서 시급하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의 확장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활임금에 대해 노동계는 오히려 금액보다 대상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북구, 노원구의 경우 실제로는 구청의 직접고용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였고 간접고용에 있어서는 선언적 의미로 권고 수준의 생활임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도부터 민간위탁에 생활임금을 적용할 예정에 있으나 용역 분야의 경우 앞서 언급한 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도출한 후에나 실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생활임금이 적용되어야 하는 대상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각종 복지사업에 있어서 중앙 정부가 예산의 일부를 부담하고 광역지자체와 기초단체가 각 일부를 매칭하는 방식의 소위 ‘국시비매칭’ 사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국시비매칭을 비롯하여 중앙정부 예산이되 집행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는 복지사업의 규모는 사실 지자체의 일반용역이나 민간위탁보다 고용규모 등이 월등히 크다. 그러나 이 영역은 생활임금 적용 대상으로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예산 부담을 통해서 임금 상승을 꾀하는 것이 생활임금제의 원리이기 때문에 최근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가 재정난 등을 이유로 각종 복지사업의 확대 또는 추진에 있어서 이견을 크게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 정부 예산을 추가로 부담하여 생활임금을 적용하라고 하기도 애매하며 중앙 정부 정책에 의해서 추진되는 사업의 경우 생활임금제를 지방 정부가 추진한다고 하여 중앙 정부가 추가예산을 부담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생활임금제는 단순히 개혁적, 진보적 성향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중앙 정부를 포함한 전체 공공 부문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수준에 대한 정책으로 확대해서 고민해나갈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각종 법제도상의 문제와 최저임금, 시중노임단가와의 관계 등 역시 지방 정부 차원에서 정리될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노동계는 앞으로 생활임금 제도를 지방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제도와 연계하여 고민을 숙성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의에 의해 도입된 좋은 제도가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노동계와 학계 그리고 다양한 시민사회의 더 깊은 고민과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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