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가, 생활임금인가]죽어라 일해도 허리띠 졸라매는 삶

by 센터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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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 10년 동안 심각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이후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명목임금 인상률이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합한 값을 상회한 경우는 2012년 한 해 뿐이다. 노동자 실질임금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0퍼센트 대로 사실상 오르지 않았다.


최저임금 제도의 의미


최근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2008~2015년 최저임금은 매년 평균 6퍼센트 안팎으로 인상됐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임금 총액이 증가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왜 그럴까? 기업들이 기본급 외에 지급되던 상여금 및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편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기상여금 및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오자, 최근에는 상여금 및 수당을 아예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시키는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심각하다. 평균 근속 1.7년, 평생 스무 번 넘게 일자리를 옮기며 일해야 한다. 해고되고 일자리 구하고, 또 해고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죽어라 일해 봐야 월급은 최저임금, 시간당 5,580원이다. 한 시간 일해 봐야 밥 한 끼 때우기도 벅차다. 주 40시간 풀타임으로 일해도 월 116만 원. 4대 보험료와 세금, 공과금 제하고 나면 100만 원이 채 안 된다. 이 금액으로는 가족 생계는 고사하고, 2013년 기준 미혼 단신 노동자 실태생계비가 약 150만 원인 점에 비추어보면 노동자 1인 실태생계비도 충당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수가 무려 227만 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12.1퍼센트에 달한다.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를 포함하면 600~700만 명에 이른다. 죽어라 일해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삶,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임금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는 유엔사회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에서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다. 이런 점에서 경총 등 사용자 단체의 ‘최저임금은 단신 노동자 생계비만 주요하게 고려하면 된다’는 주장은 국제적으로 정당성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최저임금 이하, 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최저임금의 110퍼센트 미만)을 받는 세대주의 60퍼센트 이상이 외벌이로 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평균 세대원 수가 약 2.5명에 이른다(오상봉, 2014)는 점에서 사용자 단체의 주장은 현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저임금 계층 일소, 임금 격차 해소, 분배 구조 개선’이라는 최저임금 제도 본연의 목적에 부응하도록 결정되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대세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도 열악하다. 2014년을 기준해서 보면,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정액 급여에 대비해보면 최저임금은 41.1퍼센트, 임금 총액 대비 32.7퍼센터에 불과하다. 또한 2013년 현재, 한국은 전일제 노동자 임금 평균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35퍼센트, 중위값 기준 43퍼센트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20위, 21위로 하위권 수준인 것이다.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등의 나라에는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지만 전체 노동자 임금 수준이 높고, 단체협약으로 정한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통계에서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국제적으로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5년 현재 최저임금을 비교해도 프랑스 1만 3,500원, 독일 1만 2,000원, 영국 1만 1,200원에 비교해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다른 국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각국 물가와 환율을 고려한 ‘구매력(Purchasing Power)’ 기준으로 최저임금 월 급여(단위 : 달러)를 비교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 월 급여는 797달러로 사이프러스나 이스라엘, 스페인에도 뒤지는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주의의 왕국인 미국조차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법안을 발표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임금 소득 증대를 통한 수요 창출에 기반한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연방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일 당신이 8시간 노동으로 연봉 1만 5,000달러를 받아(시간당 1만 원도 안 되는 임금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이 최저임금으로 한 번 살아보라”며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소득 불평등 악화, 해소 방법은?


최저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 사이의 중간자적 역할을 핑계로 삼지만 사실상 결정권자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지난 2003년∼2015년까지 연평균 7.7퍼센트 상승에 그쳤다. 이는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을 약간 상회하는 수치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의 실질 생계비를 충당하고, 악화된 소득 분배 구조를 개선하기에는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매년 7퍼센트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2015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보면 10년이 지나야 겨우 시급 1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정부는 각각 7.2퍼센트, 7.1퍼센트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실제적인 경제·사회적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부가 7퍼센트대의 인상만을 고집한다면 앞으로도 소득 분배 구조 개선과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와 사회는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에 신음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성장도 유지도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임금 상승이 정체되면서 국민 소득 가운데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IMF 경제·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2013년 현재 피용자 1인당 보수는 1.2퍼센트 포인트 하락했고, 취업자 대비 노동자 비율을 고려한 조정노동소득분배율은 14.3퍼센트 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10대 재벌 사내유보금이 2009년 288조 원에서 2013년 522조 원으로 4년 만에 234조 원으로 늘어나 81.2퍼센트 증가했다.우리 사회는 상위 1퍼센트가 전체 소득의 12퍼센트를 거머쥐고 있을 만큼 상위층에 소득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소비 성향이 큰 서민과 임금 노동자의 주머니를 채워줄 때에야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획특집-최저임금 기자회견.JPG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을 요구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타개할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외에는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은 현재 한국 경제와 사회를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대게 만들고 있는 재벌·기업과 노동자·서민 간에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 구조를 혁파할 유력한 정책수단으로서 최저임금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수를 진작시키고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한 경제·사회적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 위해서는 ‘단계적 인상’이 아닌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수준의 생계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최저임금 1만 원 이상, 월 209만 원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분위기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 된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개선,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내수 진작을 통해 경제 회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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