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과 노동 탄압의 온상, 통신사 비정규직] 통신산업의 역사와 간접고용비정규직의 문제

by 센터 posted Jul 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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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재범(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1. 한국의 초기 통신산업


 한국의 통신산업은 우편과 함께 전신·전화를 주력으로 한 전화의 보급이 중심사업이었으며, 전기·전매·철도사업 등과 같이 국가가 운영하는 사업이었다. 1970년대 말을 기점으로 제3의 물결이 예견되기 시작하였고, 81년에 개인용 컴퓨터가 생산되고, 유·무선 통신기술의 발전이 점차 가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당시 정보통신산업의 주도권 경쟁은 정부 부처인 과기처, 체신부, 상공부 간에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정부는 전기통신공사를 1982년 1월 1일 공사형태로 출범시키고, 1982년 3월 데이터통신 전문업체로 한국데이타통신(주)를 전기통신공사의 자회사로 창립하였다. 무선통신 분야는 1961년 8월, 80명의 이용자에게 민간용 이동전화를 서비스한 이래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차량전화 및 무선호출을 전담할 한국이동통신(주)를 1984년 3월 29일 전기통신공사의 자회사로 설립하였다.
그래서 한국의 80년대 통신산업은 음성통신분야, 전기통신공사, 데이터통신분야로 크게 구분되면서 한국데이타통신(주), 무선통신분야 한국이동통신(주)로 분야별 독점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처럼 정보통신산업이 분야별 독점 영역에 대한 서비스 보급 및 가입자 확대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면서 수익성도 점차 확장되었다. 물론 기술의 발전도 동시에 이루어져 컴퓨터의 성능 확장 및 통신속도 증가(56K/64Kbps → T1급 1.544Mbps)로 통신서비스 시장은 나날이 확대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당시 통신사업은 공익사업으로 추진되었고, 국민복리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업목적을 가지고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점 영역이 보장되었고 지배적 사업자는 정부의 규제를 받고 요금 조정도 정부의 승인이 나야 가능한 구조였다. 정부는 사업자에게 보편적서비스의 의무(원가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서비스 제공)와 수익규제(투자보수율 등)정책을 통한 서비스요금 안정화 등 대국민 편익 증진을 도모하였다. 
이러한 정부정책에 따라 민간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기간통신사업자의 영역은 설비산업으로 인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됨에 따라 응용분야(이메일, 경비업체 등)에 집중되거나 회선분할을 통한 차익을 사업화 하는 것에 그쳤다. 자가통신망을 소유한 업체들(한전, 철도청, 도로공사, 국방부 등 6개 정도)도 국가기간통신망통합정책에 따라 설비대여는 하지만 서비스는 제한되었다.


2. 통신산업의 구조조정과 사유화 과정


1) 1차 통신시장 구조조정
한·미 통신회담으로 한국통신시장의 개방 압력이 증대하자 정부는 1990년 7월 13일 제1차 통신시장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선 국내경쟁 도입 후 개방’이었다. 이에 따른 내용을 살펴보면 1990년 9월 데이콤이 국제전화서비스의 개시로 경쟁을 도입하고 점차 시외전화로 확대한다는 것이었으며, 1992년 상반기에 이동통신사업을 다수의 사업자 경쟁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에 따라 1991년 12월 국제전화서비스를 데이콤이 시작함으로써 경쟁체제에 돌입하였고, 1992년 무선호출시장에 지역사업자들이 지역별로 선정되어 참여하게 되면서 경쟁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2) 2차 통신시장 구조조정(1994. 6. 30.)
제2차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은 ‘유무선의 구분 폐지, 일반 및 특정사업자의 단일화, 지속적인 경쟁체제 도입 등’을 골자로 진행되었다. 1994년 제2셀룰러 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 설립되었으며 1996년 데이콤 시외전화서비스가 개시되었다. 이후 1996년에는 PCS사업자로 KTF, 한솔PCS, LGT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전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통신시장 구조조정까지만 해도 통신산업은 공정경쟁을 위해 설비(단말기 제조업체) 업체의 통신서비스 지분 참여를 제한하여 사업의 수직적 결합을 배제하고 있었으며, 주요 재벌사가 통신기기 제조에 모두 참여하고 있었기에 통신사업에 지분참여는 가능했지만 주도적 사업자로서의 경영은 불가하였다.

3) 통신시장의 변화
두 차례에 걸친 통신시장의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한국사회 통신사업자는 난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유선사업자만 KT, 데이콤, 하나로, 온세 등이 있었으며 이동통신사업의 경우 한국이동통신(선경그룹), 신세기, KTF, LGT, 한솔 등으로 약 30여 개의 사업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내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신규사업자의 선정과정은 정권과 재벌의 이권과 맞물려 나눠먹기식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PCS사업자들은 과당 경쟁과 적자구조에 빠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PCS사업자들의 과도한(매출액 보다 많은) 단말기 보조금 정책은 가입자 증가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기술의 발전과 사업자의 양산은 중복·과다투자를 불러와 설비 중심이었던 통신서비스가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과 인건비 축소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식으로 경영체제가 재편되었다.


3. 시장경쟁 체제하에서의 기업 재편


1) 대기업 중심의 사업자 간 재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통신사업자들은 자체 생존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IMF이후 한국 자본들의 이윤율 하락에 따른 위기가 뒤따르자 정부는 통신설비업체의 통신서비스 진입 규제를 풀어주는 가운데 자발적인 M&A가 진행되었다.
선경그룹에 인수된 한국이동통신은 SKT로 전환되면서 신세기이동통신을 인수하였고, KT는 한솔PCS를 인수하고 무선업체인 자회사 KTF와 합병하게 된다. 이후 SKT는 유선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고 LG그룹은 데이콤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당시 데이콤 산하에는 한전의 통신망을 운영하던 인력중심의 자회사인 파워콤도 자연적으로 LG에 편입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때 지역사업자로 수익 부분에서 상당한 이익을 내던 기타사업자였던 무선호출서비스(012)는 무선전화의 발전으로 사양산업화 되면서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시티폰의 실패 등으로 자연스럽게 퇴출된 기업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2) 통신산업 환경의 변화
개인 가정 대상의 인터넷서비스는 통신시장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후 정부의 규제 완화로 케이블TV 업계와 통신업계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케이블TV, IPTV, 유선인터넷 서비스, 집전화 서비스 분야 등은 완전한 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방송과 통신의 유무선 통합 정책은 독점대기업 중심의 거대 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 간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방송과 통신산업을 넘나드는 시장규제 완화의 정부정책은 2,500만 유선가입자 시장의 포화 속에서 수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 내 구조조정 정책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4. 통신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인력의 비정규직화


1) 통신사업자들의 구조조정
무리한 인수합병을 통한 중복 인력의 발생과 중복 투자 및 기술발전과 시장의 포화 상태 속에서 통신 대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무분별한 사업자의 양산과 재벌의 이윤율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정책들의 문제로 발생하였음에도 그 책임을 통신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이처럼 2000년 통신 대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통신(KT), 데이콤, 한국통신 계약직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있었고 이후 통신산업은 본격적으로 비정규직들이 양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통신대기업들은 정규 인력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희망퇴직(또는 강제퇴출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대리점·직영점·협력업체 등의 이름으로 기존의 정규직인력의 업무를 인력파견업 또는 현장업무의 일부를 떼어주거나 하도급 업체로 이직하게 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하였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 통신대기업의 수익의 상당 부분은 정규직 업무가 대체된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라는 인건비 착취에서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도급을 받은 중간업체들의 경우에도 통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상태에서 단지 사업(지역독점)권만 가지고 또다시 재하도급을 줌으로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되었으며, 이 또한 중간착취를 통해 이윤을 확대하기 위하여 노동자들을 대부분 건 by 건 등 개입도급제로 운영하는 관행이 보편화 되었다. 

2)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통신산업의 문제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신산업 전반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대표적인 업무들은 유선망 중 가정통신서비스(인터넷, 집전화, IPTV 등)의 핵심 업무인 개통(설치), 장애처리, A/S, 창구영업 등이다. 이러한 핵심 업무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서 대부분 도급계약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와 달리 기업통신서비스는 수익뿐 아니라 장애발생시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도급제는 별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 결국 기업의 서비스 질과 이윤을 보장하는 영역과 달리 개인 유선망인 가정통신서비스의 영역에서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개통이든 장애 처리든 망과 연계해서 처리되어야 하기에 결국 망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현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 가정통신서비스(인터넷 등)에 집중된 다단계 하도급제는 서비스의 질적 저하 및 인건비 절감을 통한 노동력의 착취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케이블 통신시장의 가입자 포화 상태에서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원가를 더 낮추어 기업의 이윤을 확보하려는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 3개 통신대기업(KT, SK, LG)로 독점화된 통신사업의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이윤 창출은 불법적인 단말기 보조금으로 인한 수요의 창출, 지나치게 높은 통신서비스요금, 현장 노동자들의 다단계 하도급에 의한 중간착취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5. 통신산업의 공공성 확보와 좋은 일자리 전환의 필요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신산업은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서비스로서 공평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공공서비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른바 이러한 성격을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라고 부른다. 실제 현재 국내 통신 3사들의 경우에도「전기통신법」의 적용을 받으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파수 할당과 요금 인허가, 불공정 경쟁 조사 등 정부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대기업들은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단기 실적 경쟁에 의해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는 크게 증가시키며 과도한 경쟁을 촉발하고, 반대로 막대한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비 및 연구비, 인건비 축소 경향으로 국가기간산업의 공공적 성격과는 반대로 대표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 간접고용비정규직의 확산 등 대표적인 나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3대 통신대기업 중 SK브로드밴드의 경우 2013년 전체 매출액은 2조 5,394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732억 원, 당기순이익은 123억 원을 기록하였다. 가입자 수를 살펴보면 2014년 1월 현재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 수는 IPTV(Btv) 2,154,315명, 인터넷(B인터넷) 4,590,356명, 집전화(B전화) 4,565,013명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에도 2013년도 전체 매출액은 11조 4,503억 원으로 영업수익은 7조 8,347억 원을 기록하였다. 이중 유선 수익은 3조 606억 원을 달성하였으며 이중 TPS(IPTV+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 수익은 1조 2,105억 원을 달성하였다.  2014년 1월 현재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수는  IPTV 1,590,138명, 인터넷  2,940,374명, 집전화 4,678,989명이다.
이처럼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통신대기업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근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산하에 민주노조를 설립하였다. 이들이 통신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에는 SK브로드밴드(91개 센터)와 LG유플러스(70개 센터) 서비스센터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심각한 중간착취, 살인적인 노동 실태와 노동인권 침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통신대기업의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이윤 속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탐욕스러운 대기업의 착취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제 대기업의 사적 이윤을 위한 통신산업이 아니라 국민의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통신산업의 공공적 성격과 그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도 기반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이를 기반으로 한 양질의 통신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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