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그리고 지방정부의 역할은] 노동의제, 그리고 6·4 지방선거

by 센터 posted Apr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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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남신 센터 소장

 

 

6·4 지방선거와 노동 의제

6·4 지방선거가 멀지 않았다. 우선 스스로 되묻는다.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예년처럼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집권 세력과 주류 기득권 보수언론방송이 주도하는 개발주의가 어지럽게 선거판을 좌지우지한다면, 소모적인 정치 불신 정조가 또 한 번 국민의 가슴 깊이 각인될 것이다. 무엇보다 다수 국민의 일상적 관심사인 일자리와 복지, 사회적 약자 권리 신장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공약 대결이 불꽃 튀기는 지방선거판이 되어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자본주의의 생산과 소비 전반에 걸쳐 막대한 기여를 해온 노동자 집단의 문제가 민생의 핵심 과제로 공약으로 반영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다. 대선과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에서 노동 관련 의제가 구조적으로 쟁점화 되기 쉽지 않은데다, 전통적으로 노동을 중시해온 진보정당들의 위상 실추 속에서 보수양당 간 인물 대결로 치닫고 있는 올해 지방선거 공간에서 노동 의제가 주목받기를 바라는 건 객관적으로 기대난망이다. 그럼에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즉 사회경제 민주화가 여전히 핵심적인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2014년 지금, 노동의 현주소와 전망을 끈질기게 천착해 묻고 따지고 중심 과제로 부각시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결국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제대로 된 선진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을 넘기며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대국으로 몸집을 불려온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 아래 궁박해지고 핍진해진 건 노동 배제와 홀대가 시스템화 된 한국 자본주의의 체질에서부터 연원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 걸쳐 노동정책과 노동행정은 전체 행정관료체계 속에서 심각한 수준과 양상으로 취약하고 부차적이고, 무엇보다 경제종속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 고유의 의제가 양적인 일자리․고용 담론으로 빨려 들어가 노동자의 삶의 질은 핵심 의제가 되어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최대 다수이면서 국민경제, 특히 내수경제 유지와 성장에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과 기여를 담당해온 노동자 집단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해결 노력은 이제 한국 사회 발전의 가장 심대한 걸림돌이 돼있다.

선진국 그룹인 OECD에 가입한 한국 사회는 아직도 1,800여만 노동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1,000여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일상적인 차별과 고용 불안에 고통 받고 있다.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 수준과 1/3 내외에 불과한 사회보험 적용률,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 박탈과 배제 등  노동인권 침해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힘겨워하며 신음하고 있다. 계층별 소득 격차가 역진불가 양상으로 심화하는 것은 물론 서민층의 소득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위 노동시장에서는 비정규직 및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저소득 구조 역시 고착화되고 있다. 심각한 양극화는 가족의 붕괴로 이어져 가장의 수입으로 가구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인해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가족관계가 파편화하면서 가족의 분산과 붕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삶의 희망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기도 하고,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국민의 다수인 노동자가 행복하지 않고 부당하게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뺏기거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억압받고 착취당하며 당사자와 그 가족 모두가 고난을 겪고 있는 나라가 선진국 운운 한다면 낯부끄러운 일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다시 노동정책과 노동행정을 제기하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주목받는 지방정부의 역할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노동·고용정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동정책은 중앙정부(고용노동부) 차원에서 다루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고, 행정체계도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지역체계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노동행정은 중앙의 고용노동부와 지방고용노동청에 집중되어 있고, 사회보험제도와 산업정책 관련해서도 지방정부의 역할은 미미한 수준이며, 그나마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최대 관심사항으로 떠오르면서 일자리 공시제를 비롯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만 예전부터 있었던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자활사업의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일자리 연계 시스템에서도 지자체의 역할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수행하거나 연계하는 정도의 역할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고용정책의 중앙집중적 양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노동인권·복지개선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서 살펴볼 테지만 서울시 등에서 이루어진 노동정책 추진 현황을 보면 광역지자체에서 중앙정부 못지않은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 노동·고용정책의 빈 지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메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무엇보다 시민·주민들의 삶과 생활에 밀착한 노동·고용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특히 광역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주지하듯이 노동정책의 핵심은 좋은 일자리, 또는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에 있다. 이 당연해 보이는 정책 과제가 우리나라에서는 늘 힘겹다.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를 그대로 두고 선진 사회를 만들 수 없음은 자명하지만, 재벌 자본을 정점으로 하는 기득권 집단의 이해관계가 최우선이 되면서 보다 좋은 일자리와 노동기본권 보장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되곤 했다. 특히 이윤과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민간 부문에서 당장의 일자리 개선이 쉽지 않음은 경험칙이 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공공부문을 주목하게 된다. 공공부문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보다 수월하고 집단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존 일자리의 질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과 개선은 단계적으로 민간부문에 청신호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고 실제 영향력도 일정 정도 검증돼 왔다.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그 정책 과제 이행을 위한 행정체계와 관련해 중앙정부의 역할이 압도적이었던 것이 문제 개선과 해결이 더딘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물론 노동 문제 전반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 가장 크긴 하지만 워낙 복잡다단하게 형성된 노동 문제를 층위별, 부문별, 지역별로 개선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중앙집권적 행정체계가 강력하게 작동했던 한국 사회의 구조가 실사구시적 문제 개선과 해결이 긴요한 노동 문제 관련해선 많은 경우 민생을 도외시한 소모적인 정쟁이 되풀이돼온 중앙정치와 맞물려 지체 요인이 되곤 했다. 광역지자체를 비롯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회양극화와 같은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수립과 집행을 중앙정부가 맡고, 지방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대등한 협력적 관계에서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히 노동인지적 행정 마인드로 수미일관되게 전향적인 노동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노동을 홀대해온 박근혜 정부의 면모로 봤을 때 지방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욱 강조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하다. 중장기 전망으로 볼 때도 한국 사회가 정상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계급계층인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제인데, 주요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노동 문제 개선 모델을 통해 때로는 중앙정부를 견인하면서 지속가능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한국 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노동정책 및 노동행정 현황과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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