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비정규직]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으로

by 센터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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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지방선거 당선자 노동 공약 분석

김세진 센터 상임활동가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수구 보수 야당의 몰락으로 나타났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안정적인 당정 관계 그리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속에서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했던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광역단체장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위원까지 TK(대구, 경북)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한 것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의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보다 더 큰 승리이다.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의 텃밭인 PK(부산, 경남)지역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TK지역에 고립되었고, TK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30~40퍼센트 높은 지지율을 얻어 앞으로 이 지역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의 심장이자 박정희의 고향인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으며, 시의회까지 장악한 초유의 결과가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휘감았던 개발 중심의 박정희 신화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신화에 기반해 존재하던 자유한국당,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잊혀진 바른미래당 등의 보수야당은 국민들의 외면을 넘어선 응징을 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지율이 높은 가운데 지방정부 역시 여권이 장악했다는 것에서 두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며, 두 번째는 아직 중앙집권적 정부 체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조금 더 지방 분권이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 특히 광역단체장들의 권력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민선 6기의 서울과 광주 등 광역자치단체 노동 정책과 일자리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을 보았을 때 광역자치단체장이 어떤 정책을 구사하느냐에 따라서 시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17개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의 노동 공약을 통해 어떠한 정책이 실시될 것인지 살펴보았다. 딱히 노동 공약이라 할 만한 내용이 없는 지역  5곳은 표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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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노동 공약을 내놓은 당선자는 12명, 노동 공약을 별도로 내놓지 않은 당선자는 이춘희(세종특별자치시장), 최문순(강원도지사), 이시종(충청북도지사), 양승조(충청남도지사), 송하진(전라북도지사)이다. 또한 특별시, 광역시 시장 당선자들은 대부분 노동 공약을 상세하게 제시했지만, 도지사 당선자들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그 이유는 지역의 산업별 차이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특별시와 광역시는 제조업, 서비스업 중심 산업 형태가 펼쳐져 있는 반면, 도는 이들 지역보다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다소 낮다. 도 중에서도 제조업,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경기도, 경상남도, 제주특별자치도는 노동 공약이 비교적 충실하게 나타난 점을 봤을 때, 지역의 산업별 차이는 노동 공약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범주로 나눠볼 수 있다.

노동권익센터 또는 노동복지센터 확대

서울특별시에서 2015년에 설치한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익 보호, 복지 증진을 목표로 하며 각 자치구 노동복지센터의 컨트롤타워와 광역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되자 많은 후보들이 서울노동권익센터 모델을 받아들여 시도 중심의 노동권익센터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서울특별시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인 곳은 경기도의 이재명 당선자와 전라남도의 김영록 당선자이다. 이재명 당선자의 경우 중앙에 경기도 노동권익센터를 설치하고 각 시군별로 노동권익센터를 만드는 것으로 서울특별시 모델과 가장 유사하다. 김영록 당선자 역시 전남비정규노동센터를 전남노동권익센터로 개편하고 노동자 밀집 지역부터 비정규직지원센터를 설치한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그 밖에도 서울시 모델과 흡사하지는 않으나 노동권익센터나 노동복지센터를 만들겠다고 한 곳은 부산광역시 오거돈 당선자(권역별 노동복지센터 운영), 울산광역시 송철호 당선자(울산광역시 노동인권센터 설치), 경상남도 김경수 당선자(경상남도 노동인권센터 설치) 들이 있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당선자는 기존 노동권익센터와 노동복지센터를 노동자지원종합센터로 개편해 25개 자치구로 확대 설치한다는 공약을 냈다. 대전광역시 허태정 당선자는 별도의 노동권익센터나 노동복지센터 설립보다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전광역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의 프로그램 강화, 인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성 노동 보호

2018년 미투운동으로 나타난 여권 신장 운동은 정치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동안 수면에 가라앉아 있던 여성 노동 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에 많은 후보들은 이를 시정하기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당선자는 가장 큰 성별 차별을 임금 격차로 보고 ‘성별 임금 격차 개선위원회’를 신설하는 공약을, 대구광역시의 권영진 당선자는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경력 단절 예방 및 복귀프로그램 지원 공약을 냈다. 인천광역시의 박남춘 당선자는 남성보다 낮은 취업률, 경력 단절, 낮은 임금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공부문 여성 임용 확대,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로드맵 구축, 여성 새로일하기센터 지원과 같은 행정부에서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을 주로 공약으로 내세웠다. 광주광역시의 이용섭 당선자는 여성 대상 유연근무제 정착을 주요 공약으로, 대전광역시의 허태정 당선자는 가족돌봄휴가, 휴직제도 확산을 통한 모성 보호에 초점을 두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재인 정부 집권과 더불어 시작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은 처음에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중앙정부에서는 일정하게 시행되고 있으나 지방정부로 갈수록 이행률이 떨어지고 있다. 지방정부 협조와 중앙정부 지원이 반드시 같이 가야되는데도 두 주체의 협조와 지원이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가장 잘 실시된 서울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다. 

부산광역시 오거돈 당선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가장 상세한 공약을 냈다. 첫 번째는 간접고용 없는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실현을 공약했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및 비정규직 사용제한 준수, 월 6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정규직 지원금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부산광역시 산하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지원금 등으로 사기업까지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으로 보인다. 그밖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건 당선자는 울산광역시 송철호 당선자(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무직화), 경기도 이재명 당선자(경기도청 및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들이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 중 하나인 ‘사회적 대화’는 노동관계 법안이나 정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책기조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대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었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당선자는 ‘서울형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주요 행정의 주요사업에 반영하고, 서울지역 노사의 사회적 대화를 주도함으로써 가장 전향적인 사회적 대화 모델을 내놓았다. 울산광역시 송철호 당선자는 노동-일자리거버넌스 협치기관인 ‘울산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구성해 시의 사회적 협의 기구를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지역의 노사민정협의회를 확대하거나 새로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낸 후보가 있었다. 대전광역시 허태정 당선자는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 설치 및 분과위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경상남도 김경수 당선자는 노사민정협의회 구성을 주요 공약으로 냈다. 정부의 일자리위원회를 시에 도입해 일자리 정책과 노동 정책을 동시에 협의하겠다는 공약을 낸 당선자도 있었다. 부산광역시 오거돈 당선자와 인천광역시 박남춘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경상북도 이철우 당선자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경상북도 노동4.0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임금 체불에 대한 감독 강화

현재까지도 임금 체불이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방정부 역시 임금 체불을 감독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많이 내놓았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당선자는 임금 체불 조사 및 해결을 위한 임금체불신고센터 설치 공약을 냈고, 노동 행정의 지방 분권을 통한 임금 체불 조사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할 것을 건의함으로써 중앙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근로감독 권한을 이양 받아 임금 체불을 감독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였다. 경상남도 김경수 당선자는 청년알바 임금 체불 피해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냈으며, 경상북도 이철우 당선자는 별도 기구를 세우는 대신 지방노동청과 협력해서 임금 체불 사업장에 대해 상시 감독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비정규직 보호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국민들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후보들도 비정규직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보호 정책을 냈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당선자는 아직까지도 안정적인 병가를 쓰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서울형 유급병가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일용직,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병가를 지원하겠다는 매우 전향적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유니온 시티’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현재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그 외 다양한 노동자들을 포괄한 노동조합 설립을 시에서 돕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오거돈 당선자는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감정 노동자 보호 조례를 제정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시에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노동 존중과 노조 가입 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노동조합 설립을 시에서 법률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당선자는 청년 비정규직에 초점을 둬 비정규직 청년 보호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알바일자리센터를 설립하여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인천광역시 박남춘 당선자와 경기도 이재명 당선자는 지방정부 선임 노무사 제도를 도입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시에서 법률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공약을 냈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충실한 노동 공약 정책을 발표하며 출발했다. 특히 서울특별시 박원순 당선자는 집권 1, 2기 당시에 달성했던 정책들을 3기 때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수준 높고 안정적인 공약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부산광역시 오거돈 당선자는 시의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사용 금지에 주목해 민간 기업까지 확대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인천광역시 박남춘 당선자는 여성 차별적인 노동 현장에 주목해 여성 친화적인 노동 환경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많았다. 그 밖에도 서울특별시에서 맨 먼저 만들었던 노동권익센터와 노동복지센터 모델을 많은 광역자치단체에서 받아들였다.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보호하는 노동 정책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서 이전 정부보다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중앙정부에 전면적으로 의지하는 지방정부 현실에서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계획한 공약들이 잘 이행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벌써 서울과 수도권,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같이 비교적 재정 자립도가 높은 곳은 노동 공약이 풍성하지만, 재정 자립도가 낮은 곳은 노동 공약이 빈약하거나 심지어는 노동 공약을 내지 못한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선자들이 내놓은 공약은 그저 공약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공약이 그야말로 공空약이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관심과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이들의 공약이 후퇴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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