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시대, 학교비정규직은 어떻게?] 학교비정규직을 좋은 일자리로_경제와 교육이 만나는 곳에서 ‘사람’을 위한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by 센터 posted Apr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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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은광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담당 서기관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정부, ‘직접급수’가 필요한 비정규직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구성 관련한 뉴스가 연일 오르내린다. 내 관심사는 역시나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내걸었다. “빚내서 부동산 투자하고, 그래서 돈이 돌면 서민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고장 난 레코드와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듣는 것도 이젠 지겹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이 경제 위기의 발생 원인에 해당하는 정책을 다시금 들고 나오다니….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해 단기적인 환각 증세를 노리고 다시 마약을 투여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서민 가계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높이고, 사회적 임금에 해당하는 복지를 강화하고, 좋은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있지도 않은‘낙수효과’를 마냥 기다리라는 것이 아니라 서민 가계에 돈이 돌게 ‘직접급수’를 해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40만 명에 이르는 교육 관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은 바로‘경제민주화’, ‘서민 경제 활성화’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내딛은 첫걸음
학교비정규직 문제는 너무 복잡하다. 이제 도교육청 4년의 경험으로 웬만한 정책 사항들은 다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학교비정규직 사안이 나오면 여전히 쩔쩔매게 된다. 교육청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학교비정규직 직종별로 고용, 처우, 인사관리 등이 천차만별이었다. 이제야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도 너무 멀다. 이 글은 강원도교육청에서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온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글이다.
2010년 처음 교육청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학교비정규직 고용 및 처우 개선 종합대책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고용 안정은 기간제법상의 무기계약 전환요건이 충족되면 적극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과, 처우 개선은 장기근무가산금을 지급하며 일부 수당을 도입하는 정도였다. 당시의 학교비정규직의 상황에 비하면 상당히 부족한 방안이었다. 노동조합도 생기기 전이었고, 무엇보다 참모진 중에 비정규직, 노동사안에 정통한 사람도 없었다. 담당 부서도 명확치 않아서 이런 저런 한계가 많았다. 고백하건대‘종합적이지 않은’종합대책안이었다.
2011년에 교육청 발주로‘비정규직 고용 안정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용역’을 수행하였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전반적인 고용과 처우 실태를 분석하였고, 이 내용은 이후 대략적인 정책 방향을 잡아가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였다. 노동조합도 조직되기 시작했고, 교육청은 음으로 양으로 힘을 보탰다. 큰 틀에서의 과제를 단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처우 개선의 포석, 무기계약직 전환
학교비정규직 문제는 먼저 고용 안정이 최우선이었다. 처우를 개선하자고 해도,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고용 안정이 필요했다. 언제 어떤 이유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정당한 요구라도 개인이 나서기 힘들다. 물론 노조 가입도 어렵다. 2012년 5월 1일 노동절에, 강원도교육청은 당시 공공기관으로서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대규모로 학교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단행하였다.
상시지속 업무 직종의 노동자가 3개월 이상 근무할 시 일정한 심사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사실 이 조치는 노동조합도 예상치 못한 전격적인 조치였다. 기간제법 제정 이후 비정규직 양산의 고리였던‘상시직종 2년 이상 근무’라는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상시직종을 폭넓게 판단하고, 2년 이상 근무라는 규정이 아닌 근로기준법상의 3개월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 조치로 2,557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으로 대거 전환되었다. 그 이후로도 무기계약 전환 예외 직종에 대한 심사를 거쳐 2013년 2개 직종, 2014년 3개 직종을 추가로 무기계약 전환 직종으로 지정하였다. 그 성과로 2013년 6월 기준 국회 분석 자료에 의하면 학교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 비율이 전국 평균 71.2%인데 비하여 강원도는 94.6%로 전국 최고의 고용 안정을 이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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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안정 강화, 교육감 직접고용
무기계약이라 하더라도 고용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학교장 계약인 경우에는 학교가 폐교되는 경우 고용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하여 곧 이어서 교육감 직접고용을 추진하였다. 2012년 9월 「강원도교육감 소속 계약제 직원의 임용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강원도교육청 소속 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학교비정규직을 교육감 고용으로 전환하였다. 임용권에 대한 위임을 교육장, 직속기관장, 학교장에게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행정 권한의 위임에 따른 것이고 조례 규정에 학교비정규직의 모든 임용권은 교육감으로 적시했다.
교육감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인원은 2012년 9월 기준으로 6,320명이었다. 이제 소속 기관장의 눈치를 보면서 불평등한 처우와 문화에도 숨죽여야 하는 상황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학교비정규직은 난생 처음 교육감으로부터 자신의 이름과 정년이 적힌 임용장을 받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조례시행규칙, 보직 관리 규정, 정원 관리 규정을 차례대로 제정해서 학교비정규직 관련 법체계를 순차적으로 정비하였다.



아쉬운 처우 개선 내용
하지만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고용 안정을 따라가지 못했다. 고용 안정은 직접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하진 않지만, 처우 개선은 곧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11년 명절휴가금, 자격수당, 맞춤형 복지비, 장기근무가산금 등이 지급되고 있었지만 일반 공무원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사회적으로도 학교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교육부에서도 2012년에 이르러서는 교통보조비, 자녀학비보조수당, 가족수당, 보육수당, 기술정보수당, 특수업무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강원도교육청은 2012년 임금보전수당과 타 시도보다 높은 장기근무가산금제를 실시하였다. 이로 인하여 타 시도에 비하여 처우 수준이 상회하였지만 근본적인 수준의 처우 개선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전국 최초의 단체협상과 여러 정책적 성과
2012년 8월, 드디어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와 강원도교육청의 단체협상이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이제 교육청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당당히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고, 교육감이 단체교섭의 당사자임을 적극 수용한 것이다. 수십여 차례 실무 협의를 통해서 협약 사항을 논의하여 2013년 4월 30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역사적인 단체협상 조인식을 하게 되었다. 2012년 전격 무기계약 실시 이후 1년 만이다. 물론, 첫 단체협상은 임금 등 처우 관련 주요 쟁점 사항을 합의하지 못하였지만, 그 외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합의를 담았다. 그리고 임금 협상은 이후에도 계속 진행되어 2014년 4월 타결에 이르게 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정책적인 성과가 있었다. 담당 부서를 신설하였고, 연수 체제를 정비하여 전문성 강화에도 힘썼다. 민병희 교육감 재임 직후 명칭에서‘보조’라는 개념을 삭제하고 호칭을 ‘선생님’, 혹은‘주무관’으로 바꾸게 하였다. 공동으로 해야 할 잡무의 일방적 부과와 사적 업무의 부과 금지, 명확한 업무 분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명칭도 2014년 1월 1일 기준으로 기존의 ‘계약제직원’에서‘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였다. 공문 기안권도 부여하여 명실상부한 교직원으로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근무 시간을 일반 교사나 지방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훈포상제를 도입하여 연 2회 우수 교육공무직에 대한 포상도 하고 있다. 인력풀제를 도입하여 무기계약직이 아닌 교육공무직의 고용 안정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였다. 각종 정책 참여 기구에 교육공무직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고, 최근에는‘모두를 위한 교육 2기 출범준비위원회’에도 양 노조의 강원지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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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에 대한 향후 계획과 정책 실현을 위한 국가의 역할
2014년 7월 현재 강원도교육청은 앞으로의 4년에 대한 계획을 한창 세우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장기 계획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동안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 앞으로의 주요 개선 과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학교 비정규직 고용 안정 및 처우 개선(무기계약 전환, 임금 체계, 호봉제, 수당)
② 교원 관련, 교원 대체 직종 관련 고용 및 처우 개선
③ 감시·단속 노동자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 고용, 처우 개선
④ 방학 중 비근무 직종의 생활안정 방안 마련
⑤ 교육감 직접고용에 따른 합리적인 인사전보 방안 마련
⑥ 배치 기준 적정화,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노동자 건강권 보장
⑦ 차별적 조직 문화 개선 및 각종 불평등 차별 해소
13명의 진보 성향 교육감의 당선은 그동안 진보교육감 진영에서 추진한 여러 정책적 과제들이 향후 1~2년 동안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케 한다. 그동안의 강원도교육청 등의 성과가 나침반이 될 것이다. 이 중에는 각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들이 있다. 특히 교육공무직법 제정으로 학교비정규직의 고용, 처우, 복무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표준화 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호봉제 도입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격적인 결정과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예산은 ‘사람’에 대한 투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관의 첫 번째 책무는 바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것이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당연한 과제를 공공기관에서부터 수행해 나가는 것이 곧 ‘경제민주화’의 첫 출발이다. 경제의 답은‘부동산’에 있지 않고 바로‘사람’에 있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예산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다. 기본적인 인간성에 대한 투자이며, 우리 교육에 대한 투자이다. 교육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사람이다. 경제와 교육이 만나는 곳에‘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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