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0원이거나 혹은 4,860원이 안되거나]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 사업을 돌아보며 희망을 찾다_최저임금 투쟁, 올해에는 이렇게

2012년 5월 20일 안산 화랑유원지 일대에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며 걷기대회 형식으로 페스티발에 참여해 최저임금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500여 명이라는 숫자만으로 본다면 그다지 놀라운 규모가 아니지만, 그 인원이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중소영세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획기적인 사업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 사업은 서명운동 외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편이었다. 중소영세공장 밀집지역인 안산시흥의 반월시화공단 20만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열악한 노동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의 요구를 표현하는 장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최저임금의 당사자인 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 ‘안산시흥 최저임금 페스티벌 YES 5,600 그래 걷자’란 기치로 2012년 5월 안산 화랑유원지 일대 5,600m를 걸으면서  최저임금 5,600원 보장과 최저임금법제도 개선을 요구한 최저임금 페스티발이 바로 그 자리였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한 걷기대회 참가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요구를 담은 특색 있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쥐꼬리 월급 잡는 고양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고양이 복장을 입은 남녀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60여명이 넘는 회사동료들이 함께 참가한 회사도 있었다. 걷기대회 후 참가자들에게 최저임금 밥상체험을 제공하는 한편 행사장 주변엔 무료 노동상담, 페이스페인팅, 목걸이 만들기, 물풍선 던지기,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하고 작은 음악회와 마술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최저임금 페스티발 이외에도 ‘2013년 시급 5600원 보장과 최저임금법제도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과 수요일 작은 음악회를 비롯해 최저임금 문화제를 진행하고,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7월엔 최저임금 설명회를 개최했다. 최저임금 설명회의 경우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진행하면서 참여도가 떨어져 설명회 취지를 살리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최저임금 페스티발의 성과를 이어갈 후속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 사업을 이끈 단체는 ‘안산시흥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준)(이하 사업단)으로 2010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안산지부,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미조직 비정규 담당자들간의 논의와 공감에서 출발해 2011년 초 반월시화공단 전략조직화에 뜻을 같이 하는 노동조합, 비정규 및 사회단체, 정당 등이 모여 결성했다.

사업단은 민주노총에 사업계획을 제출하여 2011년 민주노총 전략조직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사업추진비를 지원받았으며 2011년엔 최저임금 인상 서명운동과 민주노총 및 전국 주요공단과 공동으로 공단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2012년 최저임금 사업 평가를 바탕으로 2013년 최저임금 사업은 ‘최저임금 노동자 평균임금 50% 법제화 요구’와 ‘최저임금 사각지대 실태조사 및 신고사업’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 역시 사업단이 주축이 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나 지역 시민, 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에 여론화 할 예정이다.

4월부터 두 달간 공단과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최저임금 노동자 평균임금 50% 법제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은 문화공연을 통해 노동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며 서명운동을 비롯해 2013년 최저임금과 바뀐 노동기본법을 홍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가장 큰 성과를 남긴 최저임금 페스티발의 경우 노동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기엔 걷기대회 형식이 한계가 있다는 평가로 인해 문화공연 중심으로 축제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주제 역시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홍보하고 노동인권 감성을 높이기 위한 자리로 확대할 예정이다. 행사는 1부에서 주제별 작은 공연 및 부대행사를 진행하고 2부에서는 문화공연으로 이뤄지는 본 행사를 진행한다. 부대행사는 노동기본권 거리를 조성해 ○×퀴즈로 보는 노동자 권리와 출산·육아휴직 등 여성노동자 권리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최저임금 밥상체험을 제공한다. 선전 홍보 거리를 통해 생활임금제도와 활용하면 좋을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를 소개하기도 한다. 상담거리를 구성해 건강체크와 노동법률 상담을 진행하면서 최저임금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최저임금이 자신의 임금이 되는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과 달리 편의점, 주유소, 식당 등에서 일하는 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저임금 위반 실태조사를 캠페인과 신고사업을 연계해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편의점, 주유소, 식당 등의 최저임금 사각지대에서도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여론화할 계획이다.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 사업이 공단 노동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위주의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대한 실태조사와 신고사업은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한해 사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해 사업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지역정책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글 │ 안산시흥일반분회 사무부장 최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