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 참관기] 최저 임금 END, 다시 AND

by 센터 posted Jul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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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혜인 센터 정책부장


기획-최임파티.jpg


3차부터 11차 전원회의까지 아홉 차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배석하게 된 것은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세계적 흐름과 기대에서 비롯됐다. 올해 10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구성되면서 이전과 달랐던 점은 최저 임금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을 대표 혹은 대변하는 청년유니온, 홈플러스 노조,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 시장 취약 계층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최저 임금 인상의 필요성과 현실화에 대한 기대가 증폭됐다. 사용자위원 구성도 달랐다. 최저 임금 인상이 영세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소상공인 단체에서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위원 구성부터 심상치 않았다. 최저 임금 대폭 인상과 대폭 인상은 절대 안 된다는 불꽃 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투력이 불끈 솟았다. 정식 배석자도 아니면서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전원회의 속기록을 작성하고 언론에 기고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폐쇄적인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속기록을 작성하고 언론에 기고하는 것을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다. 3차 전원회의에 처음으로 배석한 당시, 회의 내용이 하도 기가 막혀 즉흥적으로 내 역할을 결정했다. 이 재미난(?) 회의 과정을 밖으로 알려야겠다고.


회의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최저 임금 언저리의 노동자가 400만 명이다. 1,000만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별도의 임금 체계가 없어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이 결정된다. 어마어마한 최저 임금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력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위원회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상상 이상으로 폐쇄적이었다. 배석자는 노-사 각 네 명씩으로 제한됐다. 회의 내용은 내년도 최저 임금 심의가 끝나고 해당 액수가 적용되는 해가 됐을 때 공개된다. 그러니까 2014년에 있었던 전원회의 결과는 2015년 1월에 공개되는 거다. 회의록도 형편없다. 몇 시간에 걸친 긴 회의가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정리된다.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도 엉망이다. 게시판을 잘못 찾은 게시물도 있고 몇 년 동안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게시판도 있다.


최저 임금 당사자는 최저 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지켜보지도, 참여하지도 못하도록 돼 있었다. 우리는 전원회의를 속기록 수준으로 공개하고 배석자 증원, 회의 직후 언론브리핑을 요구했다. 물론 절차에 따른 방청 허용과 TV 생중계는 장기적 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는 쓸데없이 단호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에 박준성 위원장은 “오랫동안 이 위원회가 유지되면서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며 일축했다.


기획-최임회의.jpg


회의 공개의 필요성은 회의가 진행될 때마다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국회에서처럼 속기록으로 회의가 공개된다면 하지 못했을 발언들이 난무했다.


공익위원4 : 녹음을 하고 있고 녹취를 풀고 정리하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 요약하고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사무국 직원들이 엄청 고생한다. 이건 어려운 일이다. (3차)


사용자위원9 : 공개 토론을 나가보니 내 신상이 공개적으로 나가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자유로운 토론보다 떠밀려서 하는 논쟁이 되지 않겠냐는 부분에서 공개에 부정적이다. 위원에 대한 신상도 공개되다보니 위원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3차)


사용자위원4 : 국회 자주 가볼 텐데, 국회의원은 우리보다 수준 높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카메라 없으면 여야 할 것 없이 악수하고 잘 지낸다. 카메라 있으면 달라진다. 나는 공개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4차)


사용자위원4 : 택시 몰고 나가서 딱 퇴근 시간이나 중요한 요구할 때만 일을 하고 그래서 노동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 택시 갖고 나가면 자기가 사장이고 일한 만큼 돈도 갖고 가고. (5차)


사용자위원2 : 월급을 병기하면 다섯 시간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내 월급이 그 정도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착각을 한다는 거다. (5차)


사용자위원5 : 사업의 종류별 차등 적용과 관련해서 대학 졸업한 사람과 자격증이 있는 사람과 주유원, 편의점 알바, 패스트푸드점 배달하는 사람하고 최저 임금을 똑같이 주는 건 말이 안 된다. 결혼해서 처자식 부양하는 사람과 나이 어린 사람을 같이 주자는 건 말이 안 된다. (6차)


사용자위원4 : 택시는 노동 시간이 측정이 안 돼. 그냥 끌고 나가버려. 밖에 나가서 잠을 잤는지 어디 갔는지 몰라요. 당구 치러 가고 놀러 가고 그래서 시간 측정이 어려운데 수익금과 초과 근로 수당은 다 갖고 간다. (6차)


사용자위원5 : 우리나라 적폐가 규제 개혁인데 불필요한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는 건 또 다른 규제고 악법이다. 노동 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인 것도 제가 반대했다. 이건 기업주를 전과자 만드는 거고 재무지표를 악화시키고 외국인 노동자만 수혜를 받는다. 국고 유출이고 손실이다. (7차)


사용자위원8 : 대부분의 최저 임금 노동자들이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저숙련, 저학력, 시간 활용 문제 때문에 좋은 직장 구하고 싶어도 안 되는 분들이 몰려있다. (9차)


사용자위원9 : 생산성과 숙련이 낮은 노동자와 숙련이 높은 노동자가 거의 유사한 임금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최저 임금 대상자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편의점, 피시방, 알바 목적은 생계가 목적이 아니다. (최저 임금 제도는)생계 목적이 아닌 용돈벌이인 노동자들까지 같이 묶여 있다. (10차)


사용자위원5 : 4대 보험 자기가 자기 것 저축해서 갖고 가는 거 좋아요. 근데 기업체가 50퍼센트 부담하고 있잖습니까. 이런 건 면제해 달라. 아니면 정부에서 내든가. (11차)


사용자위원6 : 주유소에서 일하는 분 중 60대 넘는 분도 많다. 주유하려고 가면 좀 답답하다. 느리다. 하지만 그 분들도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집에서 마누라 눈치만 볼 수 없다. 연세 많은 분들도 일하려면 적어도 최저 임금은 줘야하지 않겠나. 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연세 드신 분들을 쓰는 건 그만큼 인건비에 맞는 분을 쓰는 거다. 최저 임금을 높게 하면 부담이 된다. (11차)


사용자위원5 : 최저 임금을 올리면 외국인 노동자에게 수혜가 돌아간다. 통일됐을 때 통일 비용도 커져 국가의 짐이 된다. (11차)


회의 내용을 언론에 기고하며 여론을 모았다. 사용자위원은 회의 공개에 대한 운영규칙을 위반했다며 항의했고 초과한 배석자를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이나 쫓겨날 위기를 넘긴 끝에 정식 배석자가 됐다. 언론에 회의 내용을 기고하지 않는 대신 배석자를 두 명씩 증원한 것이다. 노동계가 요구한 언론브리핑 대신 매 전원회의마다 위원장 명의의 보도 자료를 발행하게 됐고 회의록 정리 수준이 꽤 구체적으로 정리됐으며 회의 보고 후 홈페이지에 게시되기 시작했다. 회의 공개가 합리적인 심의를 방해할 거라는 위원장의 우려가 ‘구라’임이 증명됐다. 적잖은 성과다.


최저 임금 심의 과정, 한계와 과제


최저임금법에는 노동자의 생계비와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 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최저 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받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서에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노동 시장 내 격차를 해소하여 소득 분배 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심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느 때와 다르게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중을 드러냈다. 이는 최경환 부총리와 이기권 장관, 여야 대표의 최저 임금 대폭 인상 관련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최저 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반영하는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임금 인상률 등의 근거 외에도 생계비, 국제적 기준, 최저 임금의 상대적 기준 등 다양한 근거를 활용하여 현실적인 최저 임금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기준 미혼단신 노동자의 실태 생계비는 155만 원이다. 현재 최저 임금은 월 116만 원으로 미혼단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최저 임금 제도의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최저 임금 노동자가 미혼단신 노동자만 있는 건 아니다. 최저 임금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동 시장에 갓 진입한 노동자 한 명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대졸자 비율은 급증했고 경제 위기와 금융 위기를 겪으며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자가 절반 이상이 됐으며 최저 임금 언저리의 노동자가 400만을 넘었다. 최저 임금은 더 이상 ‘미혼단신’ 노동자만의 임금이 아니다. 수많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이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지면서 최저 임금으로 가구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현실이 됐다. 이제 최저 임금의 목적은 ‘가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동계는 최저 임금 심의에 가구 생계비가 반영돼야 함을 제도 개선 과제로 포함했다. 매년 미혼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조사할 때 가구 생계비를 같이 조사하여 다양한 통계 자료를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공익위원도 최저 임금 심의 참고 자료의 다양성과 노동 시장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가구 생계비 병행 조사에 동의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은 ‘미혼단신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충분하다’며 반대했고 ‘생계 목적과 생계 목적이 아닌 노동에 최저 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 임금의 상대적 수준과 관련해서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유사 노동자 임금의 중위 임금을 활용하여 최저 임금 수준을 비교하고 있다. 중위 임금은 임금이 가장 낮은 사람과 가장 높은 사람 중 딱 가운데 있는 사람의 임금으로, 이를 활용할 경우 최저 임금 수준이 충분히 높은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중위 임금으로는 소득 분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위 임금의 ‘함정’ 탓에 OECD는 저임금 노동자의 기준을 중위 임금의 절반이 아닌 2/3를 기준으로 한다. 한편 평균 임금을 활용할 경우, 저임금과 고임금을 모두 더한 후 평균을 내기 때문에 중위 임금에 비해 값이 더 높아, 소득 분배가 악화된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계의 주장에 상임위원은 ‘(중위 임금만 적시된) 보고서를 다시 제본해야 한다’며 난색했고 사용자위원은 ‘실익이 없다’며 반대했다.


사용자위원은 제도 개선 과제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최저임금법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최저임금위원회는 1988년도에 딱 한번 최저 임금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적용했지만, 이후 전국 단일로 정하고 있다. 사용자위원은 도소매업, 운수업, 숙박음식업, 사업지원업, 예술여가업 등 5개 업종이 최저 임금 영향률과 미만율이 높고 경영지표가 상대적으로 나쁘며 임금상승률과 임금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이 업종에 대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밌게도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차등 적용의 근거는차등 적용을 하면 안 되는 근거가 된다. 사용자위원의 자료에 따르면5개 업종은 대표적 저임금 업종이기 때문에 임금 하한선마저 차등 적용해버리면 임금 격차와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최저 임금은 그야말로 임금 하한선이다. 지불 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더라도 최저 임금은 준수돼야 한다. 지역별 생활 임금이나 금속산업에서 맺는 금속산업최저임금협약이 그 사례다.


표결을 통해 내년부터는 최저 임금의 상대적 수준에 평균 임금도 활용하게 됐다. 중위 임금과 평균 임금을 동시에 비교하며 최저 임금 수준을 보는 것은 임금 불평등 상황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진전이다. 반면 가구 생계비 추가 연구 용역은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게 됐다. 지난 9차 전원회의에서 노-사-공이 가구 생계비 추가 연구 용역 건을 만장일치로 합의했으나 사용계가 업종별 최저 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 용역과 주고받기식 거래를 유도하면서 회의 결과를 번복하게 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임금 하한선마저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사회 분열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한 발상이다. 노동계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 시장 분열 정책이다. 사용계의 물타기 공격에 가구 생계비와 업종별 차등 적용 연구 용역을 모두 보류한 채 하반기 제도 개선 과제로 넘겼다. 그리고 매월 1회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제도개선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기획-기자회견.JPG


다시 일어서야 할 지점, 6,030


6,030원, 월급으로 126만 원. 2016년도 최저 임금이 결정됐다고 한다. 지난 두 달 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전원회의에 배석했지만 최저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순간을 함께하진 못했다. 노동계는 최초 1만 원부터 8,100원까지 최저 임금 수준 요구안을 제출했고 사용계는 동결부터 5,715원까지 요구안을 냈다.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안을 발표했다. 5,940원(6.5%)부터 6,120원(9.7%) 사이에서 최저 임금을 결정하란다. 노-사의 간극이 무척이나 넓은 상황에서 아주아주 구체적인 구간을 발표한 것은 의외였다. 최저 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기대와 흐름을 저버린 숫자였다. 심의촉진구간일 뿐인데 공익위원은 10퍼센트 이상은 절대 포함할 수 없다고 했다. 최저 임금이 결정되기 전부터 떠돌던 새누리당 의원의 말과 각종 언론의 예상치와 거의 일치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한 푼이라도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노동계는 전원회의를 박차고 나왔다. 해야 할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회의장을 나와야 했던 그 순간이 참 슬펐다. 꼴딱 밤을 새고 집에 돌아와 기사를 검색했다. 회의장 밖에서 남의 일인 양 검색창을 새로고침하는 꼴이 개탄스러웠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배석하며 더 나은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리라 확신했다. 이제 6,030이라는 숫자가 우리의 새로운 시작점이다. 최저 임금 대폭 인상과 함께 꾸었던 꿈들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소박한 꿈들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도록 계속 시끌벅적 소리 내자. 세상은 매순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역동하고 있다. 더 행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 모두들 “힘을 내요 슈퍼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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