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Talk] 한비네라는 숲_한비네 공동의장

by 센터 posted Apr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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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홍춘기 대전광역시노동권익센터 센터장

인터뷰어 강인수  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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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네 시즌1, 10년의 성장과 한계

 

강인수 안녕하세요~ 한비네(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공동의장 되신 거 축하드려요.^^ 지난 2020년에 한비네 소장님들과 청년 활동가, 중견 활동가 좌담을 한 번씩 했는데요. 오늘 인터뷰는 과거의 활동보다 한비네 비전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두 분 모두 한비네 초창기부터 활동해오셨으니 지난 10여 년을 한번 훑어보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한비네의 성장 곡선을 그린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홍춘기 매우 가파르게 성장한 것 같아요. 우리가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지역 센터가 만들어질 거라곤 상상을 못 했어요. 대전센터는 2015년에 설립했는데 그때만 해도 센터들이 많지 않았죠. 그 이후에 서울, 경기 쪽에 많이 만들어졌고, 전라도 권역과 경상도 쪽도 계속 많아졌어요. 지자체 센터가 전국으로 번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전 센터들의 활동 성과가 지역에서도 조례를 만들면서 조직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박재철 2012년 10월 창립하기 전 전사가 있잖아요. 초기엔 민간센터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있었고, 민주노동당에서 서울, 부산, 광주, 안산 4곳에 민간센터를 만들었죠. 그 후에 경기, 대전 등에서도 만들어지면서 민간센터가 모였어요. 그때는 사실 무였던 거죠. 생존하기도 급급했고, 사업을 수행할 인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도 전혀 없었고…. 그렇게 가난하고 없던 시절에 모였지만, 함께하면 힘이 됐기 때문에 지자체 노동센터라는 새로운 영역의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됐던 것 같아요. 초기 활동가들의 간절함과 열정이 에너지로 비축되어 폭발적으로 등장한 게 한비네 초기 5~6년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한비네 10년을 끌어온 주요한 자산이고 힘이었던 거죠. 저는 지난 10년 과정이 무에서 유를 만든 한비네의 시즌1이라고 봅니다.

 

강인수 현재 70여 개 센터가 함께하고 있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른데요. 내용상으로도 그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박재철 시즌1은 그렇지 않을까요? 초기, 황무지였던 지역 활동을 하다 2012년에 한비네를 창립하게 되는데 그 시점부터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을 만든 거죠.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나 전형적인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은 있어요. 그런데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이나 새로운 형태의 취약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고,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어요. 지방정부의 주요한 역할은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의제가 통용되면서 그때 지자체 노동센터가 만들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양적인 성장도 했지만, 근본은 지역사회나 지방정부나 사회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확산될 수 있었던 거죠. 새로운 사업 내용이나 질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운동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된 거라고 봅니다.

 

강인수 그 과정에서 한비네에서 이룬 성과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파트 경비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한 센터 활동가들은 자부심이 커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큰 것 같더라고요.

 

홍춘기 처음 지역 센터들이 만들어졌을 때는 교육, 상담 서비스 사업을 주요하게 봤던 것 같고, 이제는 이해당사자 조직화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경비 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전국 공동사업으로 경비 노동자 실태조사, 국회 토론회를 했고, 법 개정 과정을 쭉 거치면서 한비네로 모으는 과정이 있었지요. 처음엔 몇 개 센터들만 움직였죠. 그런데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 많은 지역 센터들이 공동사업으로 확대해 왔거든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업들도 있지만, 10년의 성과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한비네가 함께하면서 한 팀으로 움직였던 거라고 봅니다. 처음엔 센터들이 실태조사를 통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려내고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게 활동의 초점이었다면 이제는 당사자 조직화 사업으로 이어지는 성과들을 이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당사자들이 조직되어 자기 이해 대변을 해낼 수 있도록 센터들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부분이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네트워크 조직이긴 하지만 사업을 집행하고 이끌어갈 사무국 체계가 없다는 거예요. 그동안 사업별로 담당자를 둬서 역할을 나눴는데 중심을 잡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박재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자체 센터가 노동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고 현실로 보여온 10년이라고 봅니다. 물론 민간센터들에는 미안한 부분이 있지만, 현재 주류가 그렇다 보니…. 홍춘기 소장님 말씀처럼 초창기 교육, 상담을 기본 서비스로 제공했다면 2019년 후반기로 오면서 공동 이해 대변과 조직화 사업을 만들어낸 게 대단한 의미라고 봐요. 시민사회는 이미 중간지원조직 또는 위탁 사업 등으로 표현되는 여러 형태 사업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조직화에 대한 자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걸 해야 하는지 자기 질문에 빠져 있어요. 저희는 운동적으로 계속 이해 대변 구조를 만들려고 했죠. 특히 노동운동 진영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아파트 경비 노동자 조직을 우리가 만들어낸 거잖아요. 그래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시즌1 상반기와 중·하반기로 나누어서 서비스 기능과 이해 대변 기능을 증폭시키는 과정으로 우리가 성장해왔기 때문에 10년의 역사를 잘 갈무리하고, 이제 미래를 계획하는 대단히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보는 거고요. 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정책 박람회나 활동가 워크숍을 10년 동안 격년으로 줄기차게 이어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라고 봐요. 그 힘이 아파트 경비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들을 계속 살려 사업에서도 활동과 정서 소통을 두 축으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반으로 교훈 삼아야 하지 않겠냐는 고민도 좀 있죠.

 

강인수 네트워크 조직의 한계는 있겠지만 10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데는 그만큼의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박재철 그렇죠. 10년 과정을 보면 사회적으로는 진보 정당이 분열과 분할을 했고, 노동 진영도 각종 정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흐름이 있었죠. 하지만 한비네는 정파를 초월해 연대와 협력을 이루어왔다고 보는데요. 네트워크가 그럼 대체 뭐야 라고 하면 사실 정확하게 규정을 할 수는 없는데 각자의 생각과 신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일구어내야 한다는 추상적 가치와 행동 강령 하나로 존중이 됐던 것 같아요. 생각이 달라도 존중하고, 존중하다 보니 다른 경험의 장점을 수용할 수 있었고요. 그게 다시 한비네로 어우러져서 상상력을 더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다시 더 큰 힘으로 지자체 노동운동이나 지역 노동운동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실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홍춘기 존중하는 것도 있지만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비네 소통 구조 속에서 기존에 해왔던 다른 지역 모범 사례를 배우고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되거든요. 지역 현장에서 실행해보고 같이 토론하고 나아갈 방향도 정해보는 과정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며 같이 고민하면서 만들어 온 것이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힘이었던 것 같아요. 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비정규 운동에 대한 절박함, 지역에서의 활동 폭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실함도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요.

 

공동의장.jpg

2월 2일 한비네 대표자 회의에서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박재철·홍춘기 센터장과 이남신 전 의장과 변정윤 전 사무국장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한 한비네의 숙제

 

강인수 지방정부가 예산을 깎으면 활동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잖아요. 예를 들면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주요하게 했던 사업 중 하나인 지역 단체나 작은 사업장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사업 예산이 없어지면서 어려움이 생기는데요. 지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센터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홍춘기 한비네 현시기와도 맞물리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민간위탁 사업으로 확대됐는데 이런 모델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생긴 거잖아요. 그렇다면 민간위탁이 아닌 다른 모델이 가능한지에 대한 해법을 우리가 찾아야 할 시기이고요. 안양에 사단법인 센터가 생긴 것처럼 민간위탁이 아닌 다른 구조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자체 센터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연구해봐야 할 영역인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민간단체 활동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지만 명맥을 유지하는 지역들이 있잖아요. 그동안 민간위탁기관이 확대되면서 의존했던 부분이 있는데 민간센터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고 대안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서울도 그렇고 부산도 재위탁 심사가 있는데 올해 내년에 민간위탁기관들에 고비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그 위기를 우리가 어떻게 돌파해갈지 숙제로 이어질 것 같고, 한비네 내에서도 주요하게 던져진 고민거리죠. 예산 삭감이나 센터 폐지 등에 대해 자의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어서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어요. 어떤 형태로 탄압이 들어오든 한비네가 함께 대응해나갈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박재철 갑갑하고 어려운 얘기인데요. 시즌1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공적인 영역에서 만드는 노동운동이 어떤 건지 만들어온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험대에서 당사자 운동으로의 전환을 급속하게 이루는 게 답이라고 봅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치적 환경이 변할 때마다 여러 변수가 작용하고, 지역 센터의 확산력도 좌우되는 것을 확인한 건데 그럼 이후 10년 20년도 이러지 않을 거냐. 그렇지 않은 거죠. 지속가능성은 우리가 얘기하는 90% 노동자, 소외된 비정규 노동자, 노조 밖에 있는 노동자들의 힘으로 이어지는 거죠. 사실 그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집단은 접촉면이 가장 넓은 우리일 거예요. 이해 대변 구조를 만들고, 당사자 운동으로 전환 시킬 거냐 하는 문제가 큰 축에서 숙제라고 보고요. 민간센터를 자주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방법은 협회나 안산의 ‘좋은이웃’ 같은 공제형 모델도 있을 수 있고, 산별 노조나 지역 노조를 강화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형태의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한비네가 앞으로 계속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태가 시도될 거고 창의적인 고민과 실험을 우리가 더 보완하고 지원하는 문제가 중요하지요. 노조 조직률로 보면 10% 안팎이지만 정통적으로 노동운동을 하는 노조와 전략적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대 노총이 90% 노동자들 문제를 센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활동력을 통해 조직 확장을 구상하는 전략적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봐요. 소통과 다양한 전략적인 토론, 관점으로 우리가 개척해온 10년의 역사를 이해하게 하고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자체 예산이 흔들리고 어려울 때 조합원 1인당 100원이라도 내서 지탱해줄 수 있지 않냐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는데 지금 그런 단계는 아니고 앞으로 꿈꾸고 소통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강인수 앞으로의 10년에서 창의적인 실험, 새로운 활동에 관한 고민을 하려면 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의 역할이 크잖아요. 노동운동에 대한 관점도 다르고, 각자의 색깔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데 구상하고 있는 게 있을까요.

 

박재철 지속 가능한 영역을 만드는 시험대가 시즌2인데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지만, 또 중요한 건 사람이잖아요. 센터장들을 중심으로 한 1세대들은 간절해서 모인 거예요. 모이다 보니 서로 배울 게 있었고, 실제로 사업 초기에는 벤치마킹하는 게 엄청난 에너지고 도움이 됐던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신규 센터 외에 몇 년씩 운영된 기존 센터 활동가들은 우리 모임이 매력적일까, 뭔가를 배울 수 있을까 물음표를 갖게 돼요. 또 하나는 선배 세대는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 베이스에서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 운동에 몰입해왔는데, 최근에 시작한 분들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 경험 없이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좀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허리가 될 수 있는 중견 간부나 신임 간부들이 선배 세대와 상상력과 경험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 동지들에겐 한비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있고요. 또 우리가 만들어온 비정규 센터를 중심으로 한 운동에서 기존 주류 노동운동을 접촉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점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홍춘기 얼마 전에 저희가 워크숍을 했어요. 센터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 센터는 몇 점짜리 직장인가? 센터에서 내가 해보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 이 네 가지 주제를 주고 각자 정리해와서 읽기만 했는데 깜짝 놀랐고 감동했어요. 지금 일하는 분들 대부분이 2년 차를 넘어서고 있는데 실제로 노동운동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센터 사업에 대한 공감이나 전망이 있을지 의문이 들어서 제안했던 건데 모두 동의 되는 수준이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은 센터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어요. 장기적 전망을 밝히는데 센터가 해답을 주지 못한 거죠. 소중한 활동가들이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대안이 무엇일지 고민하는데 딱히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물음표더라고요. 사업 전망이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해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때 아닌가 싶고요. 한비네 청년들 모임 하잖아요. 우리 센터 직원들은 다른 지역과의 소통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이고 자꾸 해보려고 한단 말이죠. 다른 지역 사업을 좀 배우고 싶어 하고 이야기 듣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 자리들을 우리가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청년 모임이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돼요. 예전에 교육분과 하면서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 얘기도 했는데 구상해야 하고, 소통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문 워크숍 등을 많이 해야겠다는 고민이 있어요. 전국 활동가들이 서로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자기 성장으로 나아가고 마음을 모을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그게 워크숍이 됐든 집담회가 됐든 대표자 외에 활동가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재철 똑같은 얘기를 해도 당사자들이 모여 직접 얘기하고 소통하는 것과 우리가 전달하는 건 결과치가 달라요. 우리는 그들이 계속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홍춘기 대표자 회의에서 그런 토론을 많이 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워크숍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한비네 시즌2, 변화와 모색의 길

 

강인수 그런 맥락에서 소소하지만 《비정규노동》에 ‘한비네 사람Talk’ 꼭지를 만든 거예요. 내가 궁금한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이 궁금한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계속 연결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데 싶지 않더라고요. 사실 워크숍, 수련회 이런 자리는 흥미를 크게 끌지 못하잖아요. 좀 다른 방식의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한비네 시즌2를 공동의장 체제로 전환했는데 좋은 점은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계시는지도 알려주세요.

 

박재철 한비네 의장이 좌표와 길을 제시한 적은 없어요. 지역에 기초해서 실천하고 사례를 만들어 보여주는 거지 의장이 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의장은 두루두루 잘 살피면 되는 거죠. 한비네에서 부족한 건 사무 실무 역량이에요. 그게 네트워크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죠. 지금 상근자를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하고, 한 사람이 길을 제시하는 게 아니어서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다고 봅니다.

 

홍춘기 공동의장을 제안한 이유가 사무국을 둘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다 보니 역할을 나눠보자는 취지도 있었어요. 더불어 한비네 의장 역할은 각 센터와 소통을 잘해야 하고요. 서로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협력하면서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지금 정세에서 한비네가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부분을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박재철   우리가 대응할 정세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해요. 지방정부의 탄압에 맞서 한비네가 저항 전선을 만드는 건 어려운 문제 같아요. 그 지역을 지키는 힘은 얼마나 당사자 조직화를 했느냐는 문제이고, 서울은 그 한계를 보여준 거라고 봅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지키려면 사업 대상인 분들이 항의도 하고 전화도 하고 서울시도 찾아가고 집회도 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안 움직이잖아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건 냉철하게 평가해야 할 문제이고, 우리가 처절하게 느껴야 한다고 보는 거죠. 물론 정치력으로 풀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그건 한계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한비네 시즌2는 당사자를 어떻게 만나고 조직화하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인 거죠.

 

강인수 올해 한비네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꼭 올해가 아니어도 내가 의장으로 있는 동안 이것만은 꼭 하겠다고 생각한 게 있을까요?

 

박재철 조직 운영은 대표자 회의와 집행위원회를 확대하는 거고, 정책 포럼이나 노동 안전 관련 공동사업 등 우리가 해오던 몇 가지 사업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정책 포럼을 할 주제도 많고 지역 이슈도 여럿 있어서 추진해야 하는데 한비네 독립적으로 할지 고민 중이고요. 또 올해 공동사업을 하나 하고 싶어요. 노동 안전 관련된 기반을 만들고 싶은 게 있는데 천천히 협의하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올해 격년제로 진행하는 정책 박람회를 안양에서 1박 2일 해요. 그 외엔 특별하게 계획 잡은 건 아직 없고요. 네트워크가 일을 너무 많이 하면 망해요~^^

 

홍춘기 의장 임기 2년 동안 네트워크를 잘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정세 상황에 따라 한비네 참가 단위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요. 센터가 없어진다든지 위탁기관이 바뀔 수도 있고요.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네트워크 성과를 잘 이어갈 수 있는 대안 모색은 필요한 것 같아요. 지역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창구들을 계속해서 유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2년 안에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겠어요. 일단 저는 열심히 회계 정리 잘해서 돈을 많이 남길게요.^^

 

박재철 대전 포장마차 술자리에서 한비네 의장 결의하면서 반 농담 삼아 한 얘기가 홍춘기 소장님은 임기 끝나면 사무국장 하는 게 소원이래요~ ㅎㅎ

 

홍춘기 맞아요~ 한비네를 잘 유지해서 의장 임기 끝나면 사무국장 하는 게 제가 하고 싶은 거예요.^^

 

박재철 사실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뭘 하겠다는 건 아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하느냐의 문제거든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이면 숲이 되잖아요. 제가 어려울 때 한비네가 저를 성장시키고 지켜준 것처럼 한비네도 그런 측면에서 불완전하고 약한 존재가 아니라 숲이라는 완성체인 거죠. 우리 각자를 지켜주고 성장시키고 보호해주는. 그래서 이걸 잘 유지하고 가꾸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이라고 봐요. 그것이 새로운 운동의 정체성, 확장시켜야 할 힘을 충실하게 열심히 하는 게 제 몫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한비네 의장 하는 동안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역 센터마다 돌아다니며 술자리를 한번 가지면 좋겠다. 반은 홍춘기 소장님이 하고 반은 제가 하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홍춘기 네, 하겠습니다.^^

 

강인수 두 분이 계획하신 일 잘해나가시리라 믿어요.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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