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 중앙대를 끌어내다_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 드디어 결실로 맺어지나

by 센터 posted Mar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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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일, 방학을 해 한산했어야 할 중앙대학교 잔디광장은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새해의 시작을 느낄 새도 없이 60여 명의 청소노동자들은 2013년에 해결하지 못한 파업투쟁을 지속하기 위하여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대학생들, 민주노총 관계자, 노동당 관계자 등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로 잔디광장 앞 중앙마루는 붐볐다.
1월 2일은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천막 농성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다. 윤화자 분회장은 천막 농성 발대식에서 “저희는 해결될 때 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부디 총장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라고 하며 투쟁을 지속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중앙대분회는 작년 9월 27일, 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자신들에게도 적용해달라는 요구사항을 용역업체 TNS에 전달했으나 업체 측은 한국노총을 결성하여 비타협적인 대응을 해왔다. 이에 12월 16일을 시작으로 계속 되었던 파업이 해를 넘겨 2014년까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근 2주간 지속된 청소노동자들의 본관 점거 농성에 ‘무조건 철회하라.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싶지만 이사회에서 지시한 사항을 따라야만 한다. 신입생들이 들어올 시기이니 투쟁을 보류했다가 2월말에 다시 요구사항을 말하라.'라는 소극적 태도로 화답했다. 그러나 분회장은 “사태가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으며, 삭발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요구사항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파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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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이 오히려 편합니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다 볼 수 있잖아요.”

윤화자 분회장은 “본관에서 농성할 때는 용역, 학교 측의 감시 때문에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다 볼 수 있는 천막농성이 오히려 더 편할 것 같다.”며 천막 농성을 하는 심경을 밝혔다. 천막 안을 살펴보니 몇 개의 전기장판, 종이컵 등의 생필품 몇 개뿐이었다. 분회장은 “앞으로는 조를 나누어 5~6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잠도 잘 것”이라 했지만, 청소노동자들의 연령이 60세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장판에 의지하여 추운 겨울, 야외에서 잠을 자는 것은 건강상 큰 위협이 될 것 같았다. 자신들을 걱정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엄동설한에 천막농성에 들어선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이 차라리 낫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민주노총 서울 남부지부 위원장의 지지발언으로 현장은 열기로 뜨거웠다. 청소노동자들은 남행열차를 개사한 노래(‘말이 없는 중앙대~자꾸만 멀어지는데~만날 수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중앙대 책임지세요~’)를 부르며 흥겹게 발대식을 마무리했다.
발대식 이후 이루어진 윤화자 분회장과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파업 상황, 천막 농성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 앞으로의 투쟁 계획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분회장은 “중앙대의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에는 외곽 청소와 같은 청소노동자의 업무가 아닌 일들을 아무 저항 없이 묵묵히 해왔는데, 노조에 가입하면서 자신들이 그간 노예처럼 일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민주노총 서경지부에 소속된 열 몇 개 대학의 청소노동자만큼의 대우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이 학생에게 보낸 편지가 기사화된 이후 파업이 연일 기사화가 됨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청소노동자의 근로 조건 문제는 용역업체와 해결할 일이지, 학교의 책임은 없다.’라고 하며 실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용역업체 TNS는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탈퇴할 것을 종용하며 노조 출범 직후 100명에 달했던 민주노총 가입 청소노동자들을 한국노총 산하의 어용노조로 옮길 것을 회유, 협박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출근하자마자 민주노총 탈퇴, 한국노총 가입이 섞인 종이를 들고 종일 청소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 결과 1월 2일 현재, 115명 중 60명이 넘는 청소노동자가 한국노총노조로 옮겨가 파업에 동참하지 못하고 일하고 있으며, 민주노총의 노동자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용역업체)사장이 어용노조라고 해가지고 자기편을 싹 만든 거죠. 자기 표로 어떻게든 우리 민주노총을 깨려고 하는 작전이지. 얌체족이야 얌체족. 심지어는 자기가 무슨 판사검사도 아닌데, 무슨 600만원 벌금을 때린다는 둥 빨간 줄이 간다는 둥 하면서 우리를 고소 고발하겠대요. 우리가 뭐 빨간줄 갈 일을 했어야지. 우리는 뭐 우리 권리 찾기 위해서 투쟁하고 파업한 것밖에 없는데 그게 뭐 자식들한테 빨간 줄이 간다는 둥 온갖 협박을 해서….”
- 윤화자 분회장과의 인터뷰 중

용역들은 이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종이컵 등의 생필품마저도 청소노동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져간다고 하니, 청소노동자들의 고초가 상상만 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윤화자 분회장은 “사태가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으며, 삭발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요구사항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라고 하며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인권 개선을 위해 파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청소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권리는 어디까지이며 이를 위한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발대식에 참석한 노동당 관계자는 “일반 기업과 학교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중앙대는 초과 근로를 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업무가 태만하고,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해고하려 한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라며 파업에 연대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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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용자’ 중앙대, 한 달 만에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다

중앙대학교는 파업 시작 후 한 달 뒤인 1월 16일, 도급계약서의 내용을 수정하며 처음으로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도중 콧노래를 부르며 의자에 앉지 못하게 하는 인권침해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또한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외곽 청소를 전담하는 용역 노동자들을 고용할 계획이며, 기존에 용역업체의 경비원들과 함께 사용하던 휴게실 대신 새 휴게실을 지어 청소노동자들의 휴식환경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방한복을 지급하고 부상 시 치료비를 지급하며, 용역 업체의 노조 탈퇴 권유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상황도 관련법에 따라 개선하겠다고 하였다. 아직 근로계약서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파업의 결과 이러한 개선안을 도출하였다는 데에 청소노동자들은 일단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중앙대학교 56대 총학생회의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파업 문제를 공론화하여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된 데에 기여하였으나, 민주노총의 지나친 개입으로 중앙대의 브랜드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학교에서 철수하라.’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대학교의 홍보실장이 ‘민주노총은 청소노동자들의 눈물을 이용하여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라고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레토릭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과 분리되어 단독적 주체로 나설 것을 바라는 중운위의 입장은, 청소노동자들이 그간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결사를 담당하는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꾸준히 학교 측에 요구사항을 전달해온 과정 전체를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존재이유는 바로 그에 속해있는 노조들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이며 이는 민주노총의 ‘정치적 이익’과도 같다. 그러한 ‘정치적 이익’이 노조를 탈퇴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노조 탈퇴는 온전히 청소노조 조합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며, 노사관계에서 제3자인 총학생회가 이를 요구하고 성명서를 내는 것이 오히려 ‘외부세력’의 목소리인 것이다.
파업을 한 후 어언 한 달이 훌쩍 흘렀고, 천막 농성이 시작된 지가 어느덧 18일차로 접어들었다. 다른 학교들과 달리 갑작스러운 복수노조 체제가 도입된 중앙대에서의 청소노동자 파업은 다른 학교보다 훨씬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다. 학교는 ‘중앙대 현안문제에 대한 설명자료’(〈한겨레신문〉 1월 17일자 기사 참조)에서 밝힌 대로 청소노동자들의 요구 사항과 인권 사항을 실제로 개선해나가야 하며, 앞으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중앙대 분회는 실사용자인 학교에 맞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의 저작권은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에 있습니다. >

 

글|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학생기자단 3기 인권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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