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왜 행복하지 않을까?

by 센터 posted Oct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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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개개인의 삶의 과정은 다르겠지만 삶의 궁극적 목적은 자신의 행복일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삶이 불행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청년들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 주거 문제, 취업난, 지역 차별, 성 차별, 낮은 임금 고된 노동, 상대적 박탈감, 학벌사회, 경쟁사회, 권위주의 문화, 가난 등 청년들 각자 여러 가지 불안들을 안고 살아간다. 이 불안한 삶에서 청년들에게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가지길 바라는 건 스스로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방에 살면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게 되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월세, 열정페이로 청년을 부려먹으며 낮은 임금과 고된 노동의 굴레 속으로 밀어 넣고, 한국 사회의 정해진 틀에서 이탈하게 되면 도태된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게 되고, 성별이 다르다고, 학벌이 좋지 않다고, 가난하다고 차별을 받는다. 어쩌면 이러한 요소들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옥죄며 살아가야 될지도 모른다.


최근 경향신문에서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부들부들 청년’, ‘행복’이라는 주제로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부들부들 청년 기획에서는 청년들이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현실,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의 문제점, 청년 사회가 바뀌려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대만과 스페인의 청년당 사례를 들어 기획 연재했다. 행복 기획에서는 코스타리카, 스웨덴, 독일, 아이슬란드, 르완다 등에서는 행복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그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기획 연재했다. 상반되는 두 주제들의 내용을 보며 사회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청년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쫓아보고자 한다.


피켓.jpg

청년들의 절박함이 묻어있는 피켓


청년은 새로운 사회를 원한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요)’, ‘헬조선’, ‘흙수저’, ‘사축(자신을 사축에 비유)’ 등의 부정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청년들은 하나같이 희망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부들부들 청년’에서 기획한, 선호하는 미래 사회 시나리오를 투표한 결과 청년 총 103명 가운데 두 명 중 한 명이 ‘붕괴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미래 사회를 택했다. 앞의 청년들이 만들어낸 부정적 용어에서도 알려주듯 이 큰 사회구조적 틀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사회가 나오길 원한다.


‘원하는 미래 사회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꼽으며 여가를 즐길 수 있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낮은 임금 고된 노동 속에서 쉼표 있는 삶을 원했다. 정부 정책에서 필요한 가치로는 인간의 존엄성, 신뢰, 공정성을 가장 필요한 가치로 꼽았다.


우리 정부는 청년수당, 중소기업청년취업인턴제, 청년희망두배통장, 청년취업성공패키지, 뉴딜일자리 등 청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단기적이고, 모르는 청년들도 많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서울시 뉴딜일자리 같은 경우에는 계약기간이 3개월에서 20개월까지로 사업에 따라 다르고, 재참여가 불가능하다. 최근 서울시 청년아르바이트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청년 정책과 복지 확대를 꼽았다는 점이 문제는 없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청년에게 행복이란


청년들은 문화적으로, 구조적으로, 그리고 정책에서 배제된 채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청년들은 하나의 부속품처럼 개인성과 존엄성 등을 박탈당한 채로 정체성을 잃어간다. 사회와 문화가 개인에 깊숙이 침투했다. 개인을 규정하고 내가 누구인지, 나는 왜 사는지 등에 관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빼앗고 나아가 행복이란 돈, 성공, 권력을 쟁취하는 것만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사회와 문화가 개인을 만든다면, 개인이 사회와 문화를 만들 순 없을까?


세계 일부 국가들을 탐방하고 그 국가 국민들을 인터뷰하며 행복에 대한 질문을 한 경향신문 행복 기획을 보면 외국 청년들에게 처해진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유럽 금융위기 등 경제 문제로 한순간에 실업자가 되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 시간을 조정하며 급여를 줄이는 문제들이 나타났다. 회사의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든다는 점은 그들도 우리와 같이 회사란 주체에 얽매여 개인으로서 너무나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 주요 도시들의 치솟는 집값 문제도 그들 나라의 청년들을 주요 도시에서 내보내면서 동시에 일자리는 주요 도시에 한정지어 청년들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시켰다.


스웨덴은 어느 직장이나 1년간 육아 휴직을 필수로 쓰게 돼 있다. 육아 휴직 신청·허용제인 한국의 경우 당당하게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간혹 육아 휴직을 사용한다고 해도 경력 단절과 커리어에서 뒤처진다는 건 어느 국가의 여성들에게나 불안한 일일 것이다. 또한 일을 하면서 가정과 양립한다는 것은 스웨덴이나 한국에서 또는 남성이나 여성에게 누구에게나 똑같이 힘든 일이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그이들도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고 어려움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이들은 그런 환경 속에서 평범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구조적인 문제들과 자신의 행복을 별개로 놓고 본 것이다.


기자회견.jpg

청년 학생 단체들이 모여 정부의 행복주택 입주 기준 및 임대료를 규탄하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행복 기행은 아이슬란드를 찾아 ‘당신은 행복한가? 행복하다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질문했던 사람들의 답변 모두    ‘행복하다’였다. 아이슬란드는 물질적 풍요로움, 깨끗한 환경, 부담 없는 학업, 일자리, 확실한 남녀평등 등 다른 곳에서 싸워서 쟁취해야 할 것들이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일상이었다. 어쩌면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삶에서 행복이란 걸 쉽게 쟁취하는 걸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풍요로운 삶에서만 오는 걸까.


우리에겐 아이슬란드만큼 물질적 풍요로움, 깨끗한 환경, 부담 없는 학업, 일자리, 확실한 남녀평등,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이 주어져있지 않다. 나 또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사회의 틀에 맞춰 남들처럼 살아왔다. 그게 당연한 건줄 알았다. 부당한 일을 겪어도 ‘남들도 하고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참았다. 행복해지려면 이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주위를 둘러볼 여력도 없이 혼자 살아가기도 벅찼다.


문득 이렇게 사는 건 내 행복을 위한 삶이 아닌 것 같았다. 행복에 대해 깊게 고민해봤다. 행복의 기준을 바꿔 평범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찾았다. 가지려는 것보다 갖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행복의 관점을 바꾸니 내 자신이 예전과 다름을 느꼈다. 내 삶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둘레 사람들을 둘러보게 되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그들이 받는 불평등을 보게 됐다. 하지만 내가 당장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인권감수성만 키워가던 중, 우연찮게 청년 아르바이트 권리지킴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러한 경험들이 내가 청년 아르바이트 권리지킴이로서 어떤 방향을 갖고 임할 건지 갈피를 잡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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