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티, 롯데 회장단 선거에 출마하다

by 센터 posted Dec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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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로티의 회장 출마


“청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롯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습니다.”요즘 페이스북에서 ‘로티의 회장 출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30일 로티가 회장단 선거 출마를 알리며 ‘로티는 청년 노동자의 처우개선, 부당한 고용 관행 폐지를 위해 롯데 회장단 선거에 출마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롯데호텔 앞에 나타났다. 처음엔 신동빈, 신동주 사진 때문에 고개를 돌리며 지나가던 사람들도 로티를 보고는 “이게 뭐하는 거에요? 장난으로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가 “롯데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설명하면 “맞아요. 롯데가 좀 그렇죠”라며 로티를 향해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로티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롯데호텔 앞 1인 시위를 진행했고 참여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등의 단체들과 함께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로 풀어가는 청년의제 공동 기자회견 및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지난 주말에는 10여 명의 선본원들과 함께 종로 일대 롯데 계열사를 돌며 선거유세를 진행했고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국회를 방문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며 롯데 계열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이야기도 나누었고 롯데호텔에서 해고된 청년을 만나 격려를 해주기도 했다. 투표는 11월 1일부터 16일까지 온라인 투표로 진행하고(기호 가 신동빈, 기호 나 신동주, 기호 다 로티) 18일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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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티의 롯데 회장 출마 선거 웹자보(@청년유니온)


하루살이 근로 계약


로티의 롯데 회장 출마는 롯데그룹 청년 서비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청년유니온의 캠페인성 이벤트지만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롯데호텔에서 84일 동안 매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84회의 일용직 근로 계약 갱신을 반복하며 일하던 김영 조합원이 하루아침에 ‘계약 만료’ 통보로 해고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결이 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해 11월 11일 “롯데호텔 송용덕 대표이사는 30일 이내에 ‘부당해고’를 당한 김 씨를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 일용직 근로 계약은 형식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 절차와 무관하게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후 롯데호텔은 중노위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적반하장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행정법원은 ‘부당해고’가 아니라며 롯데의 손을 들어주었다. ‘단순 보조업무’를 했기 때문에 노동이 상시적이거나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 서비스 청년 노동자들의 증언


영이의 일이 있고나서 롯데호텔은 영이를 비롯한 청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1년 넘게 장기 알바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 10여 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해고된 이들에게 당연히 주어야 할 퇴직금을 빌미로 입막음을 시키는 강압적인 합의서 작성을 종용하기도 했다.


몇 가지 사례에서 시작해 본격적으로 롯데 계열사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롯데리아에서 일했던 청년은 “준비시간, 청소시간에는 임금을 안 줘요. 사실상 꺾기죠. 추가수당을 안 주려고 퇴근카드를찍고 일을 시키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TGI에서는 이력서에 부모 직업, 종교, 신체 사이즈 등 불필요한 정보를 물어서 황당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롯데시네마에서 일했던 청년은 “최대 10개월까지만 근로 계약을 할 수 있어요. 그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주어야 하니 10개월까지만 쓰는거죠”라고 말한다. 롯데백화점 주차 도우미로 일했던 청년은 “구두도 자기 돈으로 사야해요. 오래 서 있어야 해서 굽이 낮은 걸 샀는데 키가 안 커보인다며 높은 굽으로 다시 사라고 하더라고요. 휴게시간도 제대로 없어서 힘들어요”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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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조합원인 김영 씨는 84번의 근로 계약 갱신을 반복했다.(@청년유니온)


재계서열 5위, 외식·유통·관광 등의 영역에서 15개 브랜드, 총 9천 300여 개의 사업체를 보유한 명실상부 대기업 롯데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증언은 생생했다. 청년유니온이 조사한 결과 롯데 사업체에서 일하는 서비스 종사자들의 평균 시급은 5,907원, 평균 월급은 103만원에 불과했다. ‘대기업에서 일한다’라고 불리는 많은 서비스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 환경은 최저 임금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고 한 달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2015 서비스부문 청년 착취대상


이런 연유로 청년유니온은 지난 10월 22일 롯데 신동빈 회장을 ‘2015 서비스부문 청년 착취대상’에 선정하여 시상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이러한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실태를 개선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경영권 분쟁에만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영화로 만들면 딱 재밌을 형제간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 34층 회장의 집무실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롯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상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현실이었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롯데월드의 마스코트 ‘로티’를 앞세워 롯데 계열사 소속 청년·서비스 노동자의 처우 개선, 부당한 고용관행 개선, 경영권 분쟁 종식 등의 공약을 내걸고 롯데 회장단 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롯데계열사에서 벌어지는 청년 노동자를 향한 잘못된 고용 관행은 외면한 채 경영권 분쟁에만 골몰하는 롯데가 형제들에게 일침을 놓기 위해. 투표는 곧 끝나겠지만 청년유니온은 청년 노동자들의 부당한 노동 조건이 개선될 때까지 롯데호텔에 불법각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자리를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우리는 동료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내 가족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항상 가족처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공동체,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

롯데 임직원 행동강령에 나오는 말이다. 이 강령에 나오는 그대로만, 롯데 계열사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대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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