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간접고용 비정규직(2) 파견 노동자에 대한 구조적인 불이익 전가

by 센터 posted Oct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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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직수 센터 정책위원



파견 노동의 원리와 구조


일본에서도 간접고용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지휘 명령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제 3자가 개입하는 고용 형태로 정의된다.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사용자는 사업에 필요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중개업자(파견업체, 하청업체)로부터 제공받는 노동자를 활용한다. 파견 노동의 경우, 사용자가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노동자에 대해 직접 지휘명령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사용자는 큰 편익을 얻게 된다.


파견업체와 파견 노동자 사이에는 고용 관계, 즉 근로 계약 관계가 존재하며, 따라서 노동법이 적용된다. 반면, 파견 사업주와 사용 사업주 간의 노동자 파견 계약은 상거래 계약으로서, 통상적으로 사용 사업주가 파견업체에 대해 우위를 점한다. 물론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경우 양자의 관계가 역전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 따라서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는 파견 노동자의 노동 조건은 파견업체와 사용 사업주 간의 거래 관계 속에서 위협받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파견 계약을 통해 거래되는 것, 다시 말해 파견업체가 사용 사업주에게 판매하는 것은 무엇인가. 노동자 파견업은 일본의 표준산업분류상 ‘서비스업’에 해당된다. 2007년 개정 기준에 따르면 파견업은 대분류 ‘기타 서비스업’ 가운데, 중분류 ‘노동자 파견업’에 속한다(반면, 자체적으로 지휘명령을 행하는 하도급 사업장은 경제 활동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산업으로 분류됨). 노동자 파견업에서 거래되는 ‘서비스’란 사용 사업주에 대한 단순한 노동력 제공만이 아니다. 사용 사업주가 파견업체에 기대하는 것은 ‘적시적소’ 노동 제공, 즉 사용 사업주가 필요로 할 때, 필요로 하는 종류의 노동자를 필요한 숫자만큼 보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보다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가 져야 할 사용자 책임을 대신하여 지는 형식을 취한다. 둘째, 고용 조정을 대행한다. 다시 말해 사용 사업주에게 있어 파견 노동자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때 즉각 인력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 셋째, 정규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보다 총비용을 낮추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파견업체는 이상과 같은 일련의 서비스를 사용 사업주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노동자파견법은 파견 노동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법이 아니며, 고용 조정 서비스 또는 비용 절감 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 조치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파견업체가 사용 사업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각각의 종류별로 파견 노동자들이 떠안게 되는 리스크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양상을 띠고 있을까.


사용자 책임의 공동화


일반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책임이라 함은 각종 노동 관련법에 있어 사용자 또는 고용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말한다. 일본에서 이들 노동 관련법으로는 노동기준법, 최저임금법, 노동재해보험법, 노동안전위생법, 고용보험법, 건강보험법, 직업능력개발및촉진법, 노동조합법, 노사관계조정법, 후생연금보험법, 남녀고용기회균등법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노동자파견법은 사용 사업주에 대해 사용자 책임의 일부를 부과하고 있긴 하나, 그 대부분은 고용주인 파견업체에게 부과되고 있다. 다시 말해 파견업체는 사용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 이행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상품으로서 파견 요금을 받고 사용 사업주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확실히 이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파견업체가 이를 위해 필요한 요건들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여기에는 비용이 든다. 파견 요금 인하를 둘러싸고 파견 사업자들 간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요건들의 확보는 요원할 따름이다. 더욱이 사용자 책임 이행 의지가 없는 파견업체들도 입찰에 참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파견 노동자에게는 사용자 책임의 공동화라는 리스크가 존재하게 되며, 바로 이 때문에 파견 노동의 정당성이 끊임없이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주로서 파견업체는 파견 노동자의 근무처 노동 환경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까. 파견 노동자가 파견 계약에 없는 업무를 강요당하고 있는 실태를 과연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고용주라면 노동자의 기능 향상을 위해 능력 개발을 촉진할 것을 요구받는데, 파견업체에서 직업 능력 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밖에도 파견 노동자의 노동 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 책임 공동화의 상징이다.


노동자파견법은 ‘고용 관계와 지휘명령 관계의 분리’를 창조해내어 제도화한 것인데, 만약 파견업체가 원리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사용자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면, 고용 관계와 지휘명령 관계의 분리는 허구가 된다. 파견법 제정 이전에는 위장 도급 사건에 관해 노동 행정 당국이 직업안정법을 위반한 노동자 공급에 해당하는 공급 사업자 및 사용자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하였다. 파견법은 이러한 상황을 뒤집어 사용 사업주의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파견법 시행 직전에 제시된 후생노동성의 행정해석(노동자파견법과 도급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업과의 구분에 관한 기준, 노동성고시 37호, 1986년)은 업자가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를 제 3자에게 제공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파견업의 특징으로 하며, 예컨대 위장 도급인 경우에도 직업안정법의 노동자 공급 사업 금지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파견법만이 적용된다는 견해(이른바 ‘파견법 단독 적용설’)를 취하였다. 이처럼 불법 파견(위장 도급)이 파견법 위반에 국한됨에 따라 사용 사업주에 대해 책임을 물어 실질적인 제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파견법 단독 적용설에 대해서는 노동자 공급 사업을 금지하는 직업안정법 역시 적용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 조건의 저하


사용 사업주가 파견업체에 지불하는 파견 요금은 파견 노동자의 임금 외에 영업비용 및 이익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견업체들 간의 경쟁 심화 및 파견업체에 대한 사용 사업주의 우위 속에서 파견 요금은 인하되는 경향을 띠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파견 노동자의 임금 및 사회 보험 비용 또한 영향을 받는다. 노동 시장 내에 실업자가 많은 경우 이러한 압력은 더욱 거세진다. 이처럼 파견 노동자의 노동 조건 결정권 역시 실질적으로 사용 사업주가 지닌다. 파견업체가 파견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 조건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파견업체가 사용 사업주에게 제공하는 비용 절감 서비스란, 파견 노동자의 임금 삭감 그 자체이다.


특히 파견 요금은 사용 사업주에게 있어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 항목으로 계상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일본의 공공 부문 또한 공무원 규모 감축을 중심으로 한 ‘행정 개혁’ 촉진의 압박 속에서 행정 서비스를 대행하는 파견 노동을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다.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평균 지방자치단체 부문의 파견 노동자 규모가 약 1만 명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공공 부문이 정규 공무원을 감축하고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것은 명목상 인건비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하면서도 명목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처리되며, 경비 절감의 압력 하에서 파견 요금이 삭감되어 파견 노동자의 노동 조건 또한 저하된다. 이를 둘러싸고 사용자로서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 부문에서조차 불법 파견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고용의 단기화와 파편화


사용 사업주와 파견업주 사이에 체결한 파견 계약 종료를 통해 파견 노동자의 사실상의 고용조정이 가능하게 된다. 사용자 책임의 대행 속에는 임금 지불, 세금 및 사회보험료 납부 등의 대행뿐만 아니라 고용 계약 개시와 종료라는 행위 대행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고용 계약 개시와 종료 권한은 사용 사업주가 갖는다. 분리 불가능한 사용자의 ‘책임’과 ‘권한’의 분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파견 노동을 활용함으로써 사용 사업주가 얻는 이득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파견업주가 대행하도록 하면서 권한은 여전히 보유함에 따라 고용 조정이 용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노동자 파견업의 근간에는 고용 조정 서비스 대행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파견업주와 파견 노동자 간의 고용 관계 자율성과 모순된다. 파견업주와 파견 노동자 간의 노동 계약이 무기계약인 경우에도 사용 사업주와의 파견 계약이 종료되면 파견 노동자와의 계약 유지가 어렵게 된다.


한편, 최근 아베 정권의 ‘노동 개혁’과 관련하여 파견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파견업체와 파견 노동자 간의 노동 계약이 무기계약인 경우 동일한 파견 노동자가 같은 사용 사업주 아래에서 기간 제한 없이 고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파견법 개정안 내용이 추진된 바 있었으나, 이 또한 사용 사업주의 파견 노동 활용을 통한 고용 조정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경영상의 변동에 맞추어 고용 조정을 빈번히 행함에 따라 파견 노동자는 고용의 파편화와 단기화의 리스크를 떠안게 되며, 이러한 리스크의 전가에 따라 사용 사업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파견업체에 의한 고용 조정 서비스 및 비용 절감 서비스 대행은 고용 관계와 지휘명령 관계의 분리라는 노동자파견법의 형식에 바탕해 파견 노동자가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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