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간접고용 비정규직(1)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파견법인가

by 센터 posted Jul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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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직수 센터 정책위원



간접고용의 등장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가운데 가장 문제적 고용 형태는 간접고용이다. 간접고용은 사용자가 노동력을 구매가 아니라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용주와고용주는 이익을 얻는 반면, 당사자인 노동자는 대부분 불이익을 받게 된다.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에서 간접고용, 즉 노동자 공급 사업은 광산이나 공장, 항만 운송, 건설 현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나, 전후 1947년 제정된 직업안정법은 노동조합이 행하는 경우를 제외한 노동자 공급 사업을 금지했다. 강제 노동이나 중간 착취와 같은 봉건적 관행을 타파한다는 이유였다.1) 직업안정법 제정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1952년 직업안정법 시행규칙제4조 개정을 통해 도급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며 간접고용이 다소 확대되긴하였으나,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규제가 유지되었다. 간접고용이 급증한 것은1985년 노동자파견법에 의해 파견 노동이 인정되면서부터였다. 문제는 간접고용이 확대되면서 그 형태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파견과 도급은 제도상 구분되어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며, 더욱이 위장도급과 같이 실제에서 그 구별이 불명확한 형태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간접고용의 다양한 형태


일본 후생노동성은 파견, 도급, 직업 소개, 노동자 공급 사업이 각각 구별되며 서로 겹치는 부분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노동 시장의 규제 완화 정책에 의해 파견, 도급, 직업 소개 간의 중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노동자 파견은 직업안정법에 의해 노동자 공급 사업으로서 금지된 일부 중에서 1985년 노동자파견법 제정에 의해 합법화된 부분을 말한다. 사용사업주는 사용자 책임의 상당 부분을 고용주인 파견 사업주에게 떠넘긴 채 파견 노동자와 지휘 명령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고용 조정 또한 용이하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고용 관계와 지휘 명령 관계의 분리를 법적 개념상 가능하게 한 것이다.


도급의 경우 업무를 위탁하는 발주자가 하도급업체 노동자에게 지휘 명령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하도급업체는 독자적인 사업을 갖춘 경우에 해당되므로 노동자 공급 사업과는 구분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파견과 도급의 경계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소개 예정 파견이 대표적이다.소개 예정 파견은 파견 사업주가 파견 노동자가 사용업체에 취업하기 이전 또는 이후 사용업체에 대해 직업 소개를 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파견 개시 6개월 이내에 사용 사업체는 파견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 계약을 전제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계약직으로 고용해도 상관없다.


후생노동성은 당초 파견과 직업 소개를 구분하기 위해 직업 소개는 파견 기간 종료 직전이 아니면 안 된다고 보았으나, 2003년 파견법 개정에 의해 소개 예정 파견에 한해 사용 사업주 측이 파견 노동자를 사전 면접하거나 이력서를 송부하는 것을 용인하는 등 파견과 직업 소개 간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사용 사업주는 사실상 수습 채용으로서 소개 예정 파견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습 채용의 경우 고용 계약의 해지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지만, 소개 예정 파견의 경우 이러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게 되어 노동자의 능력이나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반면, 해당 기간 동안 노동자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며, 직접고용에 대한 기대로 인해 다양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러한 가운데 행정당국은 신규 졸업자들 중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소개 예정 파견 취업을 유도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도입된 청년층 경력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파견과 도급에 더해 직업 소개까지 세 가지가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일용 파견이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일용 파견이란 1일에서 수일 간의 한정된 단기간 동안 사실상 사용 사업주의 지휘 명령 하에서 일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하청업체는 임금 지급 이외에 고용주로서의 업무는 거의 하지 않고 사실상 직업 소개를 하는 형태를 띤다. 이에 더해 사용 사업주는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노동자 공급 사업’이 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용 파견은 2012년 파견법 개정에 따라 규제가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용인되고 있다.2)


한편, 노동자 파견과 직업 소개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직업 소개의 경우 소개업자는 구인 기업과 구직자 간의 고용 계약 성립을 중개하여 구인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며, 수수료의 상한은 직업안정법에 의해 규제된다. 구직자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규제완화 정책에 의해 일부 허용되었다.  직업 소개의 수수료 상한은 임금의 10.8퍼센트로 징수 기간은 6개월로 제한되어 있다. 이와 달리 노동자 파견의 경우 파견 요금이나 마진의 상한이나 징수 기간의 제한이 없다. 파견 기간이 장기간에 이르는 경우에도 파견업체는 임금 지급, 보험료 및 소득세 징수 대행 등의 기능만을 하면서 이윤을 얻는다는 점에서 노동자 파견업은 직업소개업과 구분된다.


간접고용의 확대


지난 2012년 <취업구조기본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파견 노동자는 119만 명으로 2007년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42만 명 감소하였다.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이루어진 파견 노동자 대량 해고 이후 파견 노동자가 감소한 뒤 다시 증가하고 있으나, 이전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통계치를 바탕으로 간접고용이 감소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파견에서 도급으로 형태를 바꾸거나, 직업 소개 형태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파견을 행하는 수법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급화 사례 가운데에는 행정당국으로부터 위장 도급 또는 불법 파견 적발을 피하기 위해 공장 전체를 하청 자회사로 전환하여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모기업의 정규직 일부를 출향시켜 완전도급화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4)


간접고용의 규모 추정


간접고용의 규모를 추정함에 있어서 문제는 <취업구조기본조사>나 <노동력조사>의 고용 형태 항목이 기본적으로 ‘직장에서의 호칭을 바탕으로’ 응답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수의 사실상 파견 노동자들이 계약직이나 임시직 등의 선택지에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다수의 위장 도급 형태의 경우 ‘정규직’이라 응답할 가능성도 크다. 간접고용 자체가 다양화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일하는 현장에서조차 정확한 고용 형태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한편, 총무성이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2006년까지 실시한 바 있는 <사업소·기업통계조사> 자료를 통해 파견 노동 및 위장 도급을 포함한 하청노동 등 간접고용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5)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간 간접고용 규모는 약 192만 명에서 약 282만 명으로 90만 명가량 증가하였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약 49만 명에서 약 103만 명으로 간접고용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간접고용 비율은 3.7퍼센트에서 9.6퍼센트로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간접고용 비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백화점 및 대형마트를 필두로 통신 및 전자 제조업, 창고업 등의 부문에서 간접고용 비율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경우 간접고용으로 보기 어려운 입점업체 직접고용 노동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한 여타 업종의 경우 추정 규모의 대부분이 파견이나 하청 등 간접고용 형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업소·기업통계조사> 자료를 통한 간접고용 추정치에는 파견 노동과 하청 노동 외에 출향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출향 노동자를 제외해야 보다 정확한 의미의 간접고용에 가까워질 것이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전산업 출향 노동자 수는 약 50만 3천 명이며, 2000년대 이후 출향 노동자 규모가 줄곧 40~60만 명 수준을 유지해 왔음을 고려하여 2006년 간접고용 규모 추정치를 적용하면 약 230만 명 정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조사에서 파견 노동자는 약 75만 명 정도로 앞서 살펴본 <취업구조기본조사> 결과에 비해 절반 정도로 과소 추정되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면 간접고용 규모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간접고용을 통해 기업들, 특히 사용 사업주들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필요시 손쉽게 고용 조정을 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파견업체들은 점점 커지는 수요 가운데 공세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노동자파견법은 파견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구조적 불이익을 용인하고 있다. 다음호에는 일본에서 간접고용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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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전환기에 영국이나 미국에 노동자 공급 사업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 노동자 공급 사업 자체가 전근대 사회에 고유한 것은 아니었다.


2) 2012년 개정 파견법은 파견 사업주에 대해 파견 노동자와의 고용 계약 기간 31일 미만의 파견 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26개 전문업무, 60세 이상, 학생(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 부업(주업 연수입 500만 엔 이상의 경우에 한함), 주생계부양자가 아닌 경우(세대 연수입 500만 엔 이상의 경우에 한함)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3) 연예인, 모델, 경영 관리자, 과학 기술자, 숙련 노동자에 한해 구직자로부터 수수료 징수가 가능하다. 다만, 경영 관리자, 과학 기술자, 숙련 노동자에 대해서는 연간 임금 수입이 700만 엔 이상인 경우에 한정된다.


4) 출향이란 종업원이 자신이 고용된 기업에 적을 둔 채 타 기업의 사업장에서 상당 기간 동안 해당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말한다. 출향제도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파견의 경우 노동자는 사용 사업주와 지휘 명령 관계만을 지니며, 파견업체와는 고용 계약 관계만을 지니는 반면, 출향의 경우 노동자가 이동함과 더불어 지휘 명령 관계가 이전될 뿐 아니라, 고용 계약의 일부(주로 노동 조건과 관련되는) 또한 이전된다. 이는 노동자가 이동하면서 지휘 명령 관계뿐만 아니라 고용 계약 또한 온전히 이전되는 ‘전적’과도 구별된다. 전적의 경우 통상적으로 노동자의 동의가 요구되는 데 반해, 출향의 경우 취업규칙상의 규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노동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다르다.5) 이 조사는 2009년부터 <경제총조사>로 재편되면서 더 이상 간접고용 추정에 활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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