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정규 노동 동향1-일본의 고용구조 변화

by 센터 posted Apr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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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직수 센터 정책위원


용구조의 변화

일본은 1980년대부터 30여 년간에 걸쳐 버블경기와 그 붕괴를 거치며 고용 및 실업에 큰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안정적 고용이 감소하고 비정규 고용과 실업이 증대하였다. 동시에 장시간 노동 및 불규칙한 노동, 노동 빈곤 등이 증가하였다.

지난 30여 년간 자영업자 층이 800만여 명 감소한 한편, 임금 노동자는 1,400만 명 증가하였다. 2000년 대규모 소매업 관련법의 폐지로 상징되는 규제 완화에 의해 대기업이 활동 범위를 확장하였고 소규모 자영업 기반이 해체된 결과 자영업이 급속히 감소하고 임금 노동자로 전환되었다. 기존에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고용층도 구조 조정, 기업 도산,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 나아가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1982년 이후 15년간 550만 명 증가하였고 1997년 정점에 이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2년에는 정규직 규모가 30년 전인 1982년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되었다. 다시 말해 1997년 이후 15년 동안 임금 노동자의 증가는 비정규 노동자의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정규직 노동자 수가 540만 명 감소한 반면, 비정규 노동자 수는 780만 명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고용 환경의 악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과로사 및 과로자살의 증가이다. 더욱이 최근 일본의 아베 정권이 글로벌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 고용 환경이 개선될 전망 또한 요원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본에서 ‘리먼 쇼크’로 통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쿄증권거래소 주요 상장기업들이 발표한 결산자료에 따르면 전기 및 자동차 등 부문의 상장기업 1,560개사의 2010년 1분기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24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비용 삭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수출 증대에 힘입은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자동차는 금융위기 이후 1여 년간 1조 엔 규모, 파나소닉은 8,800억 엔 규모의 비용 삭감을 이루었는데, 대부분이 파견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인력구조조정, 그리고 하청단가 인하에 의한 것이었다.

후생노동성의 집계에 따르면 2008년 10월부터 2010년 3월까지의 기간 동안 해고당한 비정규 노동자 수는 25만 6,500여 명이다. 이들 중 파견 노동자는 14만 6,500여 명으로 57.1퍼센트를 차지하며, 기간제·계약직 노동자는 5만 8,500여 명으로 22.8퍼센트를 차지한다. 다만 이상의 수치는 후생노동성 산하 고용센터를 통해 집계된 것이기에 실제 비정규직 해고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실업자(완전 실업자) 규모는 71만 명 증가하여 336만 명에 이르렀다.

고용악화의 현황

일본의 전반적 고용악화의 핵심을 이루는 파견 노동은 2003년 개정을 통해 제조업 파견이 허용되면서 급속히 증가하였다. 물론 이전에도 위장청부(사내하청) 형태의 사실상 파견 노동은 제조업 현장에 다수 존재하던 터였다. 이에 더해 후생노동성이 2005년 5월 파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파견 사업자가 파견 노동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노동 조건을 명시하는 것을 허용한 것 또한 일용파견 형태의 파견 노동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사용사업주가 월 단위, 주 단위, 일 단위로 고용 조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 측은 노동유연성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 반면, 파견 노동자들은 당장 내일 일거리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태가 2008년 파견 노동자 대량 해고였다.

2012년 기준 일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38.2퍼센트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이제 가족 중 적어도 한 명은 비정규직인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이처럼 비자발적-생계유지형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이 비정규직의 임금 등 노동 조건 개선과는 별 관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2002년부터 2012년 사이 비정규 노동자의 연간 소득 수준별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연간 소득 200만 엔 미만의 저임금층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2012년 전체 비정규 노동자 가운데 주당 43시간 이상 일하는 이들의 비율은 16.3퍼센트로, 2012년의 수치와 동일한데, 이들 가운데 약 40퍼센트가 연간 임금소득 200만 엔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고용악화의 배경

노동 조건의 전반적인 악화는 두 축을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노동 시간 및 노동 밀도로 대표되는 노동 강도의 축이며, 둘째는 고용의 안정성과 임금 및 소득 수준으로 대표되는 고용 안정의 축이다. 지난 30여 년간 일본 노동자들이 직면해 온 노동 조건의 악화를 요약하자면 노동 강도 강화와 고용 불안정화라 할 수 있다. 서비스 잔업의 만연과 노동 시간 규제완화의 추진이 노동 강도를 강화해 온 한편, 파견 및 기간제 고용 규제완화, 정리해고 규제완화 등이 고용 안정성을 저하시켜 왔다. 그중에서도 파견 규제는 큰 중요성을 지니는데, 아직까지도 일본의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는 파견 규제를 완화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이 증가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대기업들은 노동자와 하청기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비용 삭감을 실현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간에 영업 실적 회복을 이루었다. 문제는 이처럼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구조 개혁’ 정책 추진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놓여 있다.

1980년대 초 노동력 조사, 취업구조 기본조사 등 일본의 공식 통계자료에 ‘비정규 고용’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비정규 노동은 대부분 자발적인 생계보조형 단시간 노동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 시기에도 비정규 고용 형태를 비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그 임금 소득을 ‘생계 보조’가 아닌 ‘생계 유지’에 쓰는 비정규 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비자발적-생계 유지형 비정규 고용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지배적인 고용 형태로 되었다. 이에 더해 형식상으로만 개인사업주 형태의 노동자들도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위장자영 형태를 통해 노동법의 규제를 피해가는 방식은 사무직 및 기술직에 대한 노동 시간 규제 적용 제외와 더불어 노동법의 근간을 흔드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다. 나아가 정규직의 고용 및 노동 조건이 전반적으로 후퇴하는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에 놓인 형태인 ‘이름뿐인 정규직’ 또한 증가하고 있고, 열악한 정규직 고용과 비정규 고용 사이에서 이직을 반복하며 취업에 곤란을 겪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고용 환경 악화의 주요 역사적 배경으로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에 걸쳐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가 확립되는 한편, 국제적 시장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줄이며 비정규직 활용을 통해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고자 시도했다. 둘째, 대규모 소매업 관련법 폐지1), 운수업계의 진입 장벽 완화 및 운임 규제 완화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 규제 완화가 추진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었다. 셋째, 산업 구조면에서 서비스 부문의 비중이 증가함과 동시에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비정규 고용에의 의존도가 전반적으로 심화되었다. 넷째, 민간 위탁, 지정관리제도2), 시장화테스트3), 경쟁입찰제도 도입, 사회보장의 시장화 등 공공 부문의 민영화가 가속화되었다. 다섯째, 노동자 파견업의 원칙적 자유화로 대표되는 노동 시장 구조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상의 요인들이 지난 20년간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본의 고용 환경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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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본에서는 1973년 대규모소매점포법이 제정되어 중소유통업자들을 일정 정도 보호해 왔으나, 1995년 일미구조협의와 WTO 분쟁처리소위원회에서의 검토 등을 거치며 2000년 폐지되었다. 이와 동시에 대체 법안인 대규모소매점입지법이 제정되었으나, 규제 수준은 대폭 완화되었다.
2)고이즈미 정권기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맥락 하에서 기존 관리위탁제도를 대신하여 2006년 도입된 제도로서, 민간기업이 '지정관리자'로서 공공시설의 관리 및 운영을 맡을 수 있도록 한 민간위탁 추진의 주요 제도이다.
3)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이 경쟁 입찰을 통해 공공서비스 담당자를 결정하는 제도로서 2006년 5월 공공서비스개혁법이 일본 국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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